시내에 나가 이발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집 앞에서 올해 첫 봄꽃을 만났다. 길 옆 양지바른 곳에 개불알풀꽃 여남은 송이가 피어 있었다. 아직 때가 이른 탓인지 낮은 기온에 잔뜩 지실이 든 모습이었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 오늘이다. 잔뜩 찌푸린 채 간간이 가는 비도 뿌리는 날씨다. 강원도에는 많은 눈이 내린다는 예보다. 남부 지방에서는 예년보다 이른 꽃소식이 들리지만 여기는 아직 봄을 체감하기에는 빠르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았다. 조금만 지나면 팝콘 터지듯 봄꽃들이 팡팡 피어날 것이다. 생명이 약동하는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설렌다.
이 세상에 나와서 일흔 번 넘게 봄을 맞고 있다. 젊었을 때와 달리 나이를 먹을수록 봄의 감흥이 애틋한 쪽으로 기운다. 앞으로 몇 번이나 봄을 더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드러나서 그런 것이리라. 늙은이의 짧아지는 남은 시간을 구태여 확인시키려 안달하는 봄이다. 그래도 기다려지는 미운 봄이다.
저녁에는 BBQ치킨을 시켜 아내와 소맥을 나누었다. 둘이서 치킨을 겸하여 술을 나눈 건 근 2년 만이었다. 왜냐하면 그동안 1년 반 동안의 내 금주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 돌아가는 여러 얘기를 나누었는데 그중에는 내 신앙의 회복에 관한 문제도 있었다. 오랜만의 기분 좋은 저녁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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