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어머니를 뵙고 오다

샌. 2024. 3. 14. 09:55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를 뵙고 왔다. 2박3일을 함께 지내면서 옛 추억을 소환한 여러 얘기들을 나누었다. 친척들과 많은 마을 사람들이 한두 사지 사연들을 던져주고 명멸하듯 스쳐 지나갔다. 그들 대부분은 이제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어머니와 함께 하는 짧은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고향에 내려가면 두문불출하고 어머니와 붙어 지낸다. 어머니도 외출할 생각을 안 하신다. 아들과의 이런저런 수다가 즐거운 것이다.

 

내려가는 길에 제천 의림지에 들러 저수지를 한 바퀴 돌며 초봄의 바람을 쐬었다.

 

 

어머니가 놓으신 마늘의 초록 잎이 싱싱하게 돋아났다. 덮었던 비닐을 며칠 전에  벗겼다고 한다. 다른 집에서도 마늘을 심었지만 어머니 마늘만큼 생생하지 못하다. 이웃에 사는 선배는 어머니의 작물 키우는 기술을 도저히 못 따라가겠다고 손사래를 쳤다.

 

 

어머니의 장수와 건강 비결은 부지런함이다. 잠시도 몸을 놀리는 법이 없다. 반면에 나는 정반대의 성향을 타고났다. 다른 형제들은 어머니를 많이 닮았다. 묘한 일이다.

 

 

군불을 땐 뜨끈뜨끈한 온돌방에 허리를 지지면 삭신이 나긋나긋해진다. 이럴 때는 아랫목에 누워 책 보는 재미가 최고다. 시골집의 으뜸가는 매력이다. 이번에도 가져간 소설책 한 권을 다 읽고 왔다.

 

 

셋째 날 아침, 해 뜨는 시간에 맞춰 마을 앞 들판에 나갔다. 안개 끼고 서리 내린 아침이었다. 흐릿했지만 잔잔하게 번지는 아침노을의 분위기가 좋았다. 

 

 

개울에는 청둥오리 여러 가족이 모여 아침 식사에 한창이었다. 작은 새들은 쭁쭁거리며 하늘을 분주히 날아다녔다. 늘 그러하면서 그러하지 않은 새로운 하루가 열리고 있었다.

 

 

면행정복지센터에 들러야 하는 잠깐의 볼일이 있었다. 옛날에는 면사무소라 불렀는데 새로운 명칭도 건물도 생소했다. 그 시절의 건물과 함께 정서도 쫓겨 달아났다. 어딜 가나 - 심지어는 고향에서조차 - 이방인이 된 느낌을 받는다. 짓궂은 세월의 장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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