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 있는 가천대학교에서 사진전을 구경하고 탄천으로 나가 이매까지 걸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편하게 자가용으로 다녀오려 했으나,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 봄날씨가 좋아 탄천을 걸어보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이런 유혹에는 모른 척 넘어가주는 게 심신에 유익한 법이다.
가천대학교 캠퍼스는 처음 들어가 보았다. 오가는 20대의 청춘들이 봄(spring)처럼 밝고 싱그러웠다. 캠퍼스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이 조형물은 가천대의 상징인 것 같다.
바다 사진을 찍는 김정식 작가의 사진전이었다. '파도 소리'라는 대형 작품 앞에 오늘 만난 셋이 섰다. 사진들은 전체적으로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다.
요사이는 AI가 사진만 아니라 영상도 만들어 준다. 상황만 제시해 주면 그에 맞는 분위기의 그림을 알아서 생산한다. 앞으로 사진 예술이 어떻게 변할 지 예측하기 어렵다. '멋진(?) 신세계'가 그리 멀지 않았다.
탄천으로 나가는 터널 벽에는 따뜻한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타박타박 걸으며 봄기운을 흠뻑 맞았다. 강변의 버드나무에는 연초록 잎이 돋아나고 있었다.
운중천에서 올해 첫 매화를 보았다.
양지 바른 곳에는 제비꽃이 피었고, 개불알풀꽃도 한창이었다.
봄은 기적이다. 누가 숨결을 불어넣길래 저렇듯 예쁜 꽃이 피어나는가 말이다. 설레면서 봄길을 걸었다. 살아 있는 한 봄은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 어린 시절에나 늙은 지금이나 - 나를 설레게 만들리라.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숨 쉰다 한들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겠지.
가천대에서 이매까지 11km를 걸었다. 세 시간 정도 걸린 행복한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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