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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창오리의 비상

전주에 가는 길에 가창오리의 군무를 보기 위해 저녁 시간에 맞추어 금강에 들렀다. 그동안 여러 차례 금강과 서산 방조제를 찾았지만 한 번도 가창오리떼를 만나지 못했었다. 찾아간 장소가 잘못되었는지 때가 잘못되었는지 이유도 모른 채 아쉬움만 남기고 돌아선 것이 여러 번이었다. 이번에도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나포들에 있는 철새관측소가 관찰의 적지라는 정보만 가지고 찾아갔다. 다행히 이번에는 관측소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가창오리떼가 모여 있었다. 호수같이 넓은 강 하구에 검은 띠를 이루며 엄청난 숫자의 무리가 쉬고 있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이 정도면 도대체 몇 마리 쯤 되는 건지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일부는 무리 위를 저공 비행하며 집단 비상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해가 지고 오후 5시 30분 ..

사진속일상 2007.01.03

집오리는 새다 / 정일근

왜 집오리는 날지 않을까, 기러기목에 속하는 우아하고 튼튼한 날개를 접어 퇴화시키며 저 넓고 푸른 하늘의 자유를 포기한 채 일용할 하루의 양식을 위해 도시의 더러운 시궁창에 거룩한 황금색 부리는 묻는 날지 않는 새, 집오리 시립 도서관의 먼지 쌓인 서가처럼 TV 앞에 침묵하는 우리들처럼 스포츠에 거세당한 이 시대처럼 날지 않는 집오리여, 너는 새다 길들여진 관습과 타성의 질긴 그물을 찢으며 빈 발목을 죄는 불안한 시대의 불안한 생존 사육의 쇠사슬을 풀고, 혁명하라 날아라 집오리여, 새여 달 밝은 우리나라의 가을밤 기역 자 시옷 자로 무리지어 힘차게 날아가는 쇠기러기, 청둥오리떼를 따라 우리 다 함께 무서운 무리의 힘으로 힘차게 날개짓 하며 산맥을 넘어 국경을 넘어 자유의 하늘로 푸른 하늘로 - 집오리는 ..

시읽는기쁨 2006.10.21

새들은 모이를 외면한다

마당과 밭에는 가끔씩 새들이 찾아옵니다. 특히 아침이나 저녁나절에 자주 볼 수 있는데 잠에서 깨어났을 때 밖에서 들리는 맑은 새소리는 하루의 시작을 상쾌하게 해줍니다. 찾아오는 새는 대개 딱새와 박새, 산비둘기입니다. 예전에 우리가 클 때는 참새가 제일 많았는데 요사이는 참새를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새들은 나뭇가지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부리로 무언가를 쪼아 먹기도 하고, 저희들끼리 장난을 치는지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즐겁게 놀기도 합니다. 오래된 쌀이 한 되 정도 남은게 있었는데 쌀벌레가 생기고 바게미(?)라고 부르는 날벌레들도 자꾸 생겨서 어떻게 처리할까 생각하다가 새들의 모이로 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마당 가운데 있는 나무토막 위에다 쌀을 뿌려놓아 봤습니다. 이놈들이 떼로 몰려와 기꺼이 모이를 먹는..

참살이의꿈 2005.09.03

철새는 날아가고

‘천수만 지역 주민들이 관광단지 개발에 반대하는 평화적 시위를 했다. 정부는 이 지역에 복합레저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어제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농민이 대부분인 주민들은 충분한 보상을 해주겠다는 것도 거부하고 철새 도래지인 이곳을 지키기 위해 나선 것이다. 돈 보다는 환경이, 자연과의 공존이 더욱 중요함을 농민들은 보여 주었다.’ 이것은 머리 속으로 상상해 본 신문 기사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천수만 지역 주민들이 철새들을 내쫓는다고 갈대밭에 불을 지르고 폭죽을 터뜨리는 충격적인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환경부에서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인 이곳을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모든 개발이 금지되기 때문에 관광도시와 웰빙특구를 추진 중인 천수만..

길위의단상 2005.05.21

금강에는 철새가 없다

어제 몇이서 금강 하구로 철새를 보러 갔다. 혹시나 가창오리 떼의 저녁 군무를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금강에서는 철새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숫자를 셀 수 있을 정도의 오리류들 만이 수면 위에 작은 점으로 떠있었다. 탐조대의 안내 데스크에 물으니 약 30만 마리가 와 있다고 하는데 다들 어디에 숨어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으나 오리 무리의 멋진 비행은 끝내 보지 못했다. 실망한 우리들 머리 위로 예닐곱 마리의 기러기 가족이 북쪽으로 날아갔다. 철새를 본다고 기대에 부풀어 따라나섰던한 사람은 아주 실망한 눈치다. 때를 잘못 선택했기도 있지만 이런 것은 TV를 통해 눈 맛을 버려놓은 탓도있지 않는가 싶다. 우리는화면을 통해 간접적으로 너무나 멋진 광경을 ..

사진속일상 200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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