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내려가서 어머니를 뵙고 왔다. 겨울로 들어선 계절이 고향집의 안팎 풍경을 스산하게 했다. 집에 있었던 3박4일 동안 두문불출하고 방 안에서 어머니하고만 지냈다. 고향에 내려가면 게으른 몸이 더 게을러져 나무늘보가 된다.
감사하게도 어머니는 무탈하게 잘 지내시는 편이다. 지남력도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외로움을 많이 타신다. 90대 중반이니 친구들이 대부분 떠나고 이제는 말상대가 거의 없다. 장수한다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할 몫인 것 같다.
어머니의 조각그림 맞추기 속도는 나보다 낫다. 시력, 청력도 젊을 때와 같다. 허리가 아픈 걸 빼면 신체에 다른 이상도 없다. 그럼에도 고령의 연세로 혼자 지내시기 때문에 자식 입장에서는 늘 걱정이며 불안 요소다. 언젠가 지인에게 이런 심정을 하소연한 적이 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Don't worry!"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경안천에 들렀다. 고니가 찾아왔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고니 무리가 강 맞은편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먼 여행을 마쳤으니 당분간은 쉬어야하리라. 이제 너희들을 보러 자주 경안천에 나가야겠구나.
아무 일도 한 게 없지만 고향에 다녀오면 심신이 지친다. 아무래도 신경 쓸 일이 드러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가 보다. 어젯밤에는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느라 잠을 설쳤다. 내향성이라 어쩔 수 없는 노릇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