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만에 외출을 하다. 고뿔 손님을 접대하느라 밖에 나갈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랄까, 이제는 얌전해진 손님을 집에 두고 조심스레 동네 산책을 하다. 2025년의 첫날이다.
"가는 년(年)은 가고, 오는 년(年)은 온다." 오는 년이라고 가는 년과 달리 특별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 년이 그 년인 것이다. 1월 1일의 거리는 한산하다.
날은 맑고 포근하다.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번잡한 세상사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여객기 한 대가 미미한 소리를 남기고 동쪽으로 날아간다.
어쩌다 보니 뒷산도 두 달 만이다. 산은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받아준다. 박새가 이 가지 저 가지로 자발스럽게 옮겨 다닌다. 모든 것을 품은 산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이대로 족하다!"
새해 첫날 점심으로 홍어에 막걸리 한 잔을 곁들인다. 톡 쏘는 맛이 눈물을 뺀다. 그리고 청하는 낮잠이 달콤하다. 이만하면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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