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추워졌다.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한낮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이틀 전이 소한(小寒)이었다. 옛날 어른들이 '소한이 대한네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 무렵이면 한차례 추위가 지나갈 만한 때다.
앞으로 사나흘간 강추위가 몰려올 것이라는 예보다. 더 추워지기 전에 몸을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에 경안천에 나갔다. 중무장을 했건만 찬바람이 세게 불어서 눈물, 콧물이 줄줄 흘렀다. 몸도 자꾸 수굿해졌다. 그러나 한남동에서 밤을 새우며 시위를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부끄러웠다.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으며 앉아서 버틴 '키세스 시위대' 사진에 가슴 뭉클했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툴툴댄단 말인가.
백로나 왜가리가 드문드문 눈에 띄고,
이 왜가리는 가까이 다가가도 피하지를 않는다. 손을 뻗으면 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인기척에 민감한 새가 있는가 하면, 이처럼 무관심한 새도 있다. 같은 종이라도 개체에 따라 행동 양식은 차이가 많이 난다. 새가 이럴진대 사람이라면 더욱 복잡미묘할 것이다.
찬바람을 오래 쑀더니 뜨끈한 설렁탕 국물이 당겼다. 우리 동네에는 '감미옥'이라는 설렁탕 집이 있다(이 상호는 아주 흔하지만). 옛날 세운상가에 있던 감미옥의 설렁탕 맛이 그립다. 지금도 그 집이 있을까.
요사이 읽고 있는 <토지>에는 용정에서 국밥집을 하는 월선이가 나온다. 다정다감한 성격에 용이를 향한 일편단심이 예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월선이다. 사람들은 바깥 추위에 몸을 부르르 떨며 월선네 국밥집에 들어갔을 것이다. 내가 마치 그 국밥집에 앉아 있는 것 같아, 소설에서 국밥 한 대접과 탁배기 한 사발을 시키는 손님들처럼, 나도 설렁탕 옆에 소주잔을 놓아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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