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 3

사기[33]

태사공은 말한다."한신과 노관은 본래 덕을 쌓고 착한 일로 처세한 것이 아니라 한순간의 권모술수와 임기응변으로 벼슬을 얻고 간사함으로 공을 이루었다. 한나라가 천하를 막 평정했을 때 만났으므로 땅을 갈라 받고 왕 노릇 하며 고(孤)라고 일컬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나라 안으로는 지나치게 강해지고 커졌다는 의심을 받았고, 나라 밖으로는 만맥을 원조자로 믿고 기댔으므로 시간이 흐를수록 조정과 멀어지고 자신들까지 위태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일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고 지혜가 다하자 흉노로 달아났으니 이 어찌 애처롭지 않으랴!아. 슬프도다! 대체로 계책의 설익음과 어지러움이 사람에게 성공과 실패로 끼치는 영향은 또한 깊구나!" - 사기(史記) 33, 한신노관열전(韓信盧綰列傳)  유방은 천하를 통일한 뒤 공이 많은 ..

삶의나침반 2025.01.03

인생은 아름다워 / 쥘 르나르

매일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이렇게 말해 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눈이 보인다.귀가 들린다.몸이 움직인다.기분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고맙다!인생은 아름다워. - 인생은 아름다워 / 쥘 르나르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요양병원 앞을 지나간다. 전에는 정신병원이었는데 몇 년 전부터 요양병원으로 바뀌었다. 병원 주변은 항상 적막에 잠겨 있다. 살짝 열린 커튼 사이로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가 보이기도 한다. 지나갈 때마다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그들은 안에 있고 나는 밖에 있지만, 시간문제일 뿐이란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생로병사는 생명이 겪어야 하는 숙명이다. 누구도 예외가 없다. 그날이 오면 쓰나미처럼 모든 걸 휩쓸고 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주어진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낼 의무가 생명에게는 있다...

시읽는기쁨 2025.01.02

2025 첫날의 산책

열흘 만에 외출을 하다. 고뿔 손님을 접대하느라 밖에 나갈 겨를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이랄까, 이제는 얌전해진 손님을 집에 두고 조심스레 동네 산책을 하다. 2025년의 첫날이다. "가는 년(年)은 가고, 오는 년(年)은 온다." 오는 년이라고 가는 년과 달리 특별하리라 기대하지 않는다. 그 년이 그 년인 것이다. 1월 1일의 거리는 한산하다.  날은 맑고 포근하다.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 번잡한 세상사는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여객기 한 대가 미미한 소리를 남기고 동쪽으로 날아간다.  어쩌다 보니 뒷산도 두 달 만이다. 산은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를 받아준다. 박새가 이 가지 저 가지로 자발스럽게 옮겨 다닌다. 모든 것을 품은 산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이대로 족하다!"  새해 첫날 점..

사진속일상 2025.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