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토지(3, 4, 5)

샌. 2025. 1. 4. 12:04

4권에서 1부가 끝나고, 5권부터는 2부가 시작된다. 1부는 하동 평사리의 최참판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일강제병합이 되는 20세기 초의 격동기에 전통적 가치관이 무너지면서 최참판댁은 몰락하고 마을 사람들과 간도로 이주하면서 1부는 끝난다.

 

일본의 위세를 등에 업은 조준구에 의해 서희는 집과 땅을 빼앗긴다. 젊은이들은 의병이 되어 마을을 떠나고 전염병과 흉작으로 평사리는 쑥대밭이 된다. <토지>를 통해 1900년대 초의 나라 상황과 민초들의 삶을 그림으로 보듯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서희가 정면으로 등장하지 않지만 그녀의 잠재력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서희의 성격 묘사 중에 '포악스럽고 음험하고 의심 많고 교만하다'는 표현이 이색적이었다.

 

2부는 2011년의 용정 마을 대화재로 시작한다. 불은 시가의 절반 이상을 태우면서 기존 질서를 뒤흔든다. 5권에서 자주 나오는 인물은 서희, 길상과 함께 하동에서 함께 온 용(+월선, 임이네), 상현, 김훈장, 영팔 등이고, 새로이 공노인, 송병문(+장환, 영환), 박모, 윤이병, 금녀, 옥이네 등이 더해진다. 김평산의 아들인 거복이가 김두수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데 아마도 이놈이 용정을 시끄럽게 할 것 같다.

 

나라를 잃고 쫓겨나 남의 땅에서 살아가자면 그 서러움과 고생이 오죽하겠는가. 다행히 서희에게는 할머니인 윤씨부인이 몰래 남겨준 재산이 있어서 사업을 시작하는 밑천이 되었다. 일찍 터를 잡은 사람은 덜하지만 무일푼으로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고달프게 살아야 했다.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야 하동이든 용정이든 별다른 차이가 없겠지만. 혼란기에 각양각색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기대된다. 모든 걸 바쳐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본에 빌붙어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족속도 있다. 조선인, 청인, 일본인의 욕망이 뒤섞인 아귀다툼 속 용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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