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서 공중화장실 청소를 하며 살아가는 독신인 히라야마(야쿠쇼 코지)의 일상은 규칙적이며 단조롭다. 아침에 일어나 화분에 물을 주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 미소를 띠며 하늘을 쳐다보고, 자판기에서 캔커피를 뽑고, 카세트페이프로 올드 팝을 들으며 출근하고, 정성을 다해 화장실을 청소하고, 신사에서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 필름 카메라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찍고, 단골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드는 똑같은 루틴의 매일이다.
짜인 듯 틀에 박힌 생활이 답답할 것 같은데 히라야마는 더없이 행복하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살아가는 그의 절제된 모습은 단정하고 아름답다. 꼼꼼하게 화장실을 청소하는 모습은 그가 인생을 얼마나 진지하게 대하는지 말해준다. 마치 한 편의 예술 작품을 대하는 것 같다. 초라하고 비루해 보일 수 있는 일상을 마치 수행자처럼 예술로 승화시킨다.
과거에 히라야마가 어떤 사람인지 영화는 보여주지 않는다. 잠깐 찾아온 조카나 여동생을 통해 한때 잘 나가던 사람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지금의 상태로 추락했음을 보여준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히라야마는 새로운 스타일의 삶을 창조해 냈다. 은둔자처럼 도시에서 살아가는 단순 소박한 삶이다. 세상의 욕망을 버린 마음의 여유가 있기에 가능하리라.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세계를 살아가는 히라야마의 삶은 아름다우며 단단하다.
히라야마의 삶이 빛나는 것은 세상과 단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소통을 한다는 점이다. 그는 과묵하지만 세상과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스하다. 말을 통해야만 마음이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점심을 먹을 때 옆 벤치에서 같은 샌드위치를 먹는 아가씨와 부끄럽게 나누는 시선은 진심이 통하는 따뜻함이다. 말없이 귀를 만지는 친구가 있고, 모르는 사람과 종이에 게임을 하면서 관계를 나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품어 안을 수 있는 넓고 다정한 마음이 아닐까. 이런 사람은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다.
히라야마는 나뭇잎 사이로 햇빛이 일렁이며 비치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 빛을 일본어로 '코모레비'라고 한다. 인생도 이 빛과 같단 뜻일까, 순간이 영원 같고 영원이 순간 같은 느낌을 히라야마는 깨달았는지 모른다. 코모레비를 보며 히라야마는 존재의 기쁨을 만끽하는 표정이 된다.
내가 꿈꾸던 담백하고 고요한 삶을 영화 '페펙트 데이즈'에서 히라야마가 보여준다. 남에게 보여주는 전시성 삶이 아니라 견실한 내면을 바탕으로 한 큰 나무의 뿌리 같은 삶 말이다. 그렇다면 매일 똑 같이 반복되는 일상이라도 '퍼펙트 데이즈'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주인공인 야쿠쇼 코지는 이 영화로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진한 울림을 주는 아름다운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