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토지(6, 7)

샌. 2025. 1. 12. 10:23

6권과 7권은 하동, 용정, 경성을 무대로 나라 잃은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그린다. 일제에 빌붙어 약삭빠른 처신을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권세를 누리며 호의호식하지만 대부분의 민중은 뿌리 없는 부평초 같은 삶을 살아간다. 고향에서 쫓겨나 연해주나 간도로 이주한 사람들이야 오죽하랴 싶다.

 

다행이랄까 서희는 사업 수완을 발휘하여 많은 돈을 모으고 용정의 중심인물로 부상한다. 독립운동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며 일본과 척을 지지 않는 것은 고향으로 돌아가 조준구에게 복수하려는 일념 때문이다. 7권 끝에는 공 노인을 통해 조준구에게 옛 땅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면서 은밀한 복수 작업이 시작된다.

 

두 권에는 의병 및 독립운동가들의 활동도 펼쳐진다. 주로 옛 동학교도들이 모여서 나라를 되찾으려는 시도다. 중심인물은 환, 혜관, 관수, 윤도집, 운봉 등이고 간도에는 이동진, 권필웅, 장인걸 등이 나온다. 노선 차이가 있는 데다 미약한 세가 하나로 뭉치지 못하는 게 흠이다. 반대쪽에는 김두수로 대표되는 밀정들이 암약하며 운동을 방해한다.

 

7권에서 서희와 길상이 결혼한다. 서희를 좋아했던 윤상현은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다. 결혼을 했지만 하인이었다는 자격지심 탓일까, 길상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영악한 서희는 길상과의 결혼을 통해 자신의 뜻을 이루려는 것 같다.

 

기생 기화가 된 봉순이는 용정으로 찾아와 서희, 길상과 눈물의 상면을 한다. 봉순이와 월선은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도 올곧게 살아가려는 마음씨가 곱다. 임이네와는 많이 대비된다.

 

오랜만에 대하소설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 보고 있는데 책이 깨끗하고 20권 전질이 빈 데 없이 갖추어져 있으니 불편이 없다. <토지>를 읽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는 뜻이겠다. 아니면 이미 다 읽어 보았던지. 책벌레라 불리는 나도 이제야 읽고 있으니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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