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본느낌

응답하라 1988

샌. 2024. 12. 30. 11:58

고뿔이 찾아온 지 일주일 째다. 1년에 한두 번씩 겪어야 하는 연례행사가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찬 기운을 좀 쑀다고 금방 탈이 난 것이다. 그렇다고 온실 속 화초처럼 바깥출입을 안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이 이상 더 어떻게 하라는 건지, 거울 속 비실이를 바라보며 나는 한숨을 쉰다.

 

머리가 띵 하고 얕은 기침, 콧물이 흐르는 감기 몸살이다. 심하면 병원이라도 가겠지만 그런대로 견딜 만하니 버텨본다. 내일이면 덜해지겠지,하는 기대를 품게 하니 얄밉다. 요만한 병에도 내 일상은 깨어졌다. 독서와 블로그 글쓰기가 전혀 안 된다. 아예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이럴 때는 드라마에 빠지는 게 제일 낫다. 이번에 고른 드라마는 '응답하라 1988'이었다.

 

 

2015년에 방영된 '응답하라 1988'은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서울 쌍문동에서 같은 골목을 끼고 살아가는 다섯 가족의 사랑과 우정 이야기를 그린다. 16명 사이에 일어나는 알콩달콩한 사연들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특히 그때의 시대상을 충실하게 재현해서 누구나 자신의 추억 속에 잠기며 드라마를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1988년은 서울올림픽이 열린 해다. 드라마에서도 주인공인 덕선이 올림픽 개회식의 피켓걸로 나온다. 덕선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명랑하고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녀다. 덕선의 언니 보라의 캐릭터도 특이하며 재미있다. 후반에 가면 둘의 결혼 상대가 누구일까로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러나 후반부는 전반에 비해 이야기 전개가 늘어지는 느낌이 난다. 인기 있었던 드라마였다 보니 횟수를 늘리지 않았나 싶다.

 

드라마에는 택이라는 바둑 기사가 나온다. 택은 어린 천재기사인데 박보검이 역을 맡았다. 돌부처라는 별명이 나오는 걸 보니 이창호 기사를 모델로 한 것 같다. 그런데 박보검과 이창호는 매끄럽게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응답하라 1988'은 1980년대를 살았던 가슴 따스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가족애 뿐만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간의 배려와 사랑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보여준다. 1980년대 서울은 이미 개인주의와 배금주의가 지배하고 있었다. 시골에 가도 인심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던 때였다. 그래도 이런 신화 같은 이야기가 세상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숨겨져 있을 뿐이지 우리 마음 안에도 곱게 간직되어 있다고 믿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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