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는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읽으려 한다. 1969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26년 만인 1994년에 완성한 5부작, 20권으로 된 대하소설이다. 처음 나왔을 때 1부까지 읽고 나머지는 뒤로 미루어뒀는데 이제야 완결 지으려고 한다. 지난달 통영에 있는 박경리기념관에 갔을 때 한 결심이다.
전집을 사서 읽을까, 도서관에서 빌려 볼까, 고민했는데 후자를 택했다. 도서관에는 다산책방에서 나온 20권 전집이 있다. 그런데 서가에 1권만 빈 채로 있어서 2권부터 시작한다. 오래 전이긴 하지만 한 번 읽은 적이 있으니 큰 지장은 없을 듯하다. 그렇지만 눈에 익은 등장인물은 최치수, 서희, 길상 정도다. 40년도 더 되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2권에서는 최치수의 죽음과 함께 최참판 댁의 몰락이 시작된다. 1890년대 후반의 혼란한 시대상 속에서 인간 군상들의 욕망이 뒤얽혀 격변이 일어난다. 반상제가 철폐된 가운데 하동의 전통 마을에서도 서서히 균열이 일어나는 것이다. 2권만으로도 호흡이 가쁘다.
2권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으로 함안댁이 있다. 남편인 김평산은 몰락한 양반으로 불한당 같이 살아간다. 못난 남편일지라도 처지를 안타까워하며 온갖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간다. 함안댁은 조선이라는 신분제 사회의 대표적인 피해자 중 한 사람이 아닐까. 김평산이 살인을 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함안댁에게는 온 세상이 무너졌을 것이다. 함안댁이 목 맨 밧줄과 나무를 약이 된다며 끊어가는 동네 사람들의 행위는 그로테스크하다.
<토지>는 등장인물이 복잡해 도표를 만들어 벽에 붙여 두었다. 어떤 인물이 나올 때마다 도표를 보면서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2권에서 자주 나오는 인물은 이렇다. 윤씨부인, 최치수, 구천, 길상, 수동, 귀녀, 봉순네, 우관스님, 칠성, 임이네, 용, 강청댁, 월선, 김평산, 함안댁, 김이평, 두만네, 윤보, 한조, 김훈장, 문의원, 장암선사, 또출네, 강포수, 봉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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