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이 좋다. 이유는 단 하나다. 칩거하는 데 이만한 계절이 없기 때문이다. 겨울은 다른 계절처럼 바깥 날씨가 유혹하지 않는다. 나갈까 말까 망설일 필요가 없다.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될 핑계는 충분하다. 따뜻한 아랫묵에서 딩굴딩굴하는 호사도 겨울이라야 누릴 수 있다. 옛날과는 차이가 있지만 아파트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영하의 찬바람에 두꺼운 옷을 입은 사람들은 종종거리며 지나간다. 학교로, 직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다. 내 처지가 행복하다고 여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 겨울이 아니라면 이런 안온감과 포만감을 누가 주겠는가. 안과 밖의 대비가 겨울만큼 극적인 계절은 없다. 어머니 자궁 속 태아의 편안함이 이와 같을까. 바르르 떠는 문풍지 소리도 정겹다. 사각사각 눈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