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안천이 대부분 얼음으로 덮였다. 일부 얼지 않은 곳에는 고니와 기러기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동장군에 맞서 물을 지켜내려고 진을 치고 있는 병사들 같다. 다행히 당분간은 강추위 예보가 없다. 새들이 놀 수 있는 터전이 이만큼이라도 계속 보존되면 좋겠다.
얘들은 한낮에는 잘 움직이지 않는다. 휴식시간인 것 같다. 그래도 기다리다 보면 운 좋게 하늘로 날아오르는 고니를 볼 수 있다. 솟구쳐오르는 힘찬 날갯짓에 내 심장이 마구 뛴다. 유유히 비행하는 우아한 자태를 넋을 빼앗기고 바라본다. 답답한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근처에는 맹금류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냥할 생각이 가득한 듯하나 무리지어 있으니 공격할 엄두가 안 나는가 보다. 천변을 걷다 보면 새털이 무더기로 흩어져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이곳 역시 생존경쟁의 다툼에서 예외가 아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요사이 소화불량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찬성하든 반대하든 그 한 사람 때문에 온 국민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인간들이 만든 시끄러운 세상사에는 아랑곳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고니를 보며 작은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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