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굽어보면
보리밭이 좋아 보여
종달새가 쏜살같이 내려옵니다.
밭에서 쳐다보면
저 하늘이 좋아 보여
다시 또 쏜살같이 솟구칩니다.
비비배배거리며 오르락내리락,
오르락내리락하다
하루 해가 집니다.
- 종달새의 하루 / 윤석중
소년 시절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자면 벌판을 지나야 했다. 가운데에 둑방이 있었는데 왼쪽으로는 하천 언저리의 터가 넓었고, 오른쪽으로는 논과 밭, 과수원이 있었다. 우리는 둑방 위로 날 길을 따라 학교를 오갔다. 봄날이면 벌판에 아지랑이가 피어나고, 하늘에서는 종달새가 우짖으며 바삐 날아다녔다. 아지랑이와 종달새 노랫소리로 아련하게 떠오르는 내 어릴 적 봄 풍경이다.
하지만 종달새를 가까이 볼 수는 없었다. 멀리 작은 점으로 하늘에 떠 있거나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모습으로만 기억에 남아 있다. 여기 동시처럼 하늘과 땅 사이를 수직으로 이동했는지는 모르겠다. 어린 나이에 새의 움직임을 자세히 관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은 하천 옆 풀이 돋아난 벌판에서 종달새의 알을 찾아 다니기도 했다. 거기는 뱀이 많았다. 아마 종달새를 비롯한 새의 알을 노리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은 뱀을 만나면 하나 같이 돌멩이를 집어 들고 뱀 사냥을 했다. 왜 그렇게 뱀한테 적대적이었는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가장 아드레날린을 솟게 하는 놀이 중 하나였다.
그때 이후 고향을 뜬 뒤로는 종달새를 보지 못했다. "비비배배 지지배배"의 낭랑한 노랫소리도 듣지 못했다. 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금도 종달새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제비처럼 개체수가 많이 줄어든 탓이 클 것이다. 어느 때가 되어야 종달새의 노랫소리를 배경으로 깐 봄을 맞을 수 있을지, 내 작은 소망 중 하나가 되었다.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치는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하나니
이 시조에 나오는 노고지리가 종달새/종다리다. 종달새, 예전의 그 청아한 목소리와 모습을 다시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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