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 법 / 박노해

샌. 2024. 3. 25. 10:13

일단 꼬박꼬박 밥 먹고 힘내기

깨끗이 차려 입고 자주 웃기

슬프면 참지 말고 실컷 울기

햇살 좋은 나무 사이로 많이 걷기

고요에 잠겨 묵직한 책을 읽기

좋은 벗들과 좋은 말을 나누기

곧은 걸음으로 다시 새 길을 나서기

 

-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 법 / 박노해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인생살이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골인 지점의 테이프를 제일 먼저 끊고 싶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승자는 한 명이고 나머지는 들러리다. 허겁지겁 달리다 보면 넘어지고 깨져서 상처가 아물 틈이 없다. 그 와중에 "세상은 일등만 기억합니다"라는 잔인한 문구를 광고로 쓴 기업도 있었다.

 

'다시 꿋꿋이'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본다. 세상의 북소리에 맞춰 달음박질을 계속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질주하는 무리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라는 뜻이 아닐까. 불이익을 받고 소외되기도 할 것이다. 그럴 때 조급해서는 안 된다. 묵묵히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모자란 대로 부족한 대로의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다시 꿋꿋이 살아가는 힘은 밖에서 누가 주지 않는다. 내 내면에서 나오는 힘이다. 세상은 그대로여도 나는 새 걸음을 내디딜 수 있다. 세상이 변하든 변하지 않든 관계 없다. 이 우주의 주인은 세상이나 다른 무엇이 아닌 오로지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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