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살배기 딸년을 꼭 안아보면
술이 번쩍 깬다 그 가벼운 몸이 우주의 무게인 듯
엄숙하고 슬퍼진다
이 목숨 하나 건지자고
하늘이 날 세상에 냈나 싶다.
사지육신 주시고 밥도 벌게 하는가 싶다.
사람의 애비 된 자 어느 누구 안 그러리.
그런데 소문에는
단추 하나로 이 목숨들 단숨에 녹게 돼 있다고도 하고
미친 세월 끝없을 거라고도 하고
하여, 한 가지 부탁한다 칼 쥔 자들아.
오늘 하루 일찍 돌아가
입을 반쯤 벌리고 잠든 너희 새끼들
그 바알간 귓밥 한번 들여다보아라.
귀 뒤로 어리는 황홀한 실핏줄들
한 번만 들여다보아라.
부탁한다.
- 딸년을 안고 / 김사인
선거철이라고 온갖 장밋빛 공약이 넘쳐난다. 국회의원 후보는 그렇다치고 대통령이라는 작자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개발 약속을 하면서 돈을 퍼주겠다고 난리다. 너도나도 땅값이 오르고 아파트 값이 올라서 좋겠다. 표 때문에 그렇다는 걸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지 모르겠다. 북쪽의 지도자라는 인간은 딸년을 데리고 다니며 쇳덩어리를 모아놓고 사열을 하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불꽃놀이 쇼를 하며 미소를 짓는다. 잘 하는 짓들이다.
어디 이 나라뿐이겠는가. 세상이 온통 미쳐 날뛰는 것 같다. 칼을 쥔 자들아, 광기를 멈추어다오. 제발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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