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커 92

트레커에서 나오다

14년간 함께 했던 모임인 트레커에서 나왔다. 요 몇 년 동안 참여하는 횟수가 적다 보니 뜸하게 만나게 되고 마음도 멀어지게 되었다. 끝이 다가왔음을 작년부터 감지하고 있었다. 해외 트레킹에서 연이어 배제되는 걸 보면서 굳이 회원으로 있을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긴 시간 함께 했던 인연을 쉽게 놓지 못했다. 즐거웠던 추억거리가 많은 트레커였다.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을 계기로 트레커 모임에 가입했다. 2008년 가을이었으니 14년이 넘었다. 그동안 국내 산행과 여행의 대부분을 트레커와 함께 했다. 특히 해외 트레킹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09년 랑탕, 2015년 야쿠시마, 2016년 뉴질랜드는 내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트레킹이었다. 트레커가 아니었다면 맛보지 못했을 값진 경험이었다. 그 사실 ..

길위의단상 2022.11.26

도락산에 오르다

충북 단양에 있는 도락산(道樂山, 965m)은 오래전부터 염두에 두었던 산이다. 마침 트레커에서 산행을 한다기에 동행했다. 트레커와는 3년 만의 산행이었다. 도락산이라는 이름에서는 우선 '안빈낙도(安貧樂道)가 떠오른다. 물질을 탐하면 도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닐까. 예수님도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라고 말씀하셨다. 이 정도면 불가능하다는 뜻이 아닌가. 조금은 숙연한 마음으로 도락산에 들었다. 상선암에서 출발했는데 도의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말해주듯 길은 급경사의 오르막이었다. 10분 이상을 걷지 못하고 쉬어야했다. 힘든 고비를 넘기고 나면 도락산은 멋진 풍경을 보여준다. 도락산이 끌린 건 소나무 때문이었다. 암반 지대에 뿌리를 내리..

사진속일상 2022.05.22

베틀바위와 울산바위

어쩌다 베틀바위를 가게 되었다. 자리 하나가 있다길래 좋은 기회라 여겨 꼽사리를 끼게 된 것이다. 베틀바위와 울산바위를 보러 가는 1박2일의 일정인데, 두 곳 다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선뜻 승낙했다. 둘째가 동해에 살 때 두타산은 여러 차례 들어갈 기회가 있었지만 베틀바위 코스는 그때보다 한참 뒤인 작년에 개방이 되었다. 워낙 유명세를 타서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미 한 번쯤 다녀왔을 것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는 게 아니라 베틀바위는 충분히 이름값을 하는 곳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도 멀리 제주도에서 단체로 온 탐방객이 있었다. 두타산 550m에 위치한 베틀바위를 중심으로 다섯 구간의 산성길이 있다. 우리는 오후에 도착한 관계로 전체 구간을 돌지는 못하고 A, B, E 구간을 거쳐 D구간 계곡길..

사진속일상 2021.11.14

여름 속 가을 하늘

파란 하늘, 향기로운 바람, 녹색 숲길, 일 년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청명한 하늘이 열렸다. 집에만 있기에는 너무 아까울 텐데 마침 트레커에서 아차산 등산이 약속된 날이었다. 트레커와 함께 산행하는 것은 8개월만이다. 오랜만의 만남을 축복하듯 이렇게 복된 날씨가 펼쳐졌다. 우선 산 아래에서 커피 한 잔으로 담소를 나누고, 김밥을 사 가지고 산에 올랐다. 아차산 산길은 전망대도 많고 쉼터도 많았다. 아래로는 아무리 봐도 신기하고 감사한 하늘이 눈이 시리게 빛났다. 산길에서 체력 테스트 겸 속력을 내 봤는데 몸은 그런대로 쓸 만했다. 우리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오솔길을 따라 4보루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걸음수가 18,000보가 찍혔다. 멋진 날씨에 상쾌한 걸음이었다.

사진속일상 2021.06.17

랑탕 랜선 트레킹(8)

역시 고소는 고소다. 잠자는 중에도 숨이 차서 수없이 눈이 떠진다. 마치 누가 목을 조르는 것 같다. 그럴 때는 호흡을 급하게 해야 진정이 된다. 옆에 산소통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밤을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계란후라이와 누룽지로 아침 식사를 하고 키모슝리(4,620m)로 출발한다. 고개를 젖혀야 꼭대기가 보이는 산을 오전 중에 다녀와야 한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몸이 무거워 걷기가 힘들다. 앞서 나가는 사람과의 간격이 점차 벌어지더니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어제는 날았는데 오늘은 긴다. 후미 그룹도 흩어지고 맨 뒤에는 벗님과 여연, 나 이렇게 셋이다. 얼마 안 가 벗님은 도저히 못 가겠다며 포기한다. 여연과 둘뿐인데 곧 답답한지 여연마저 앞서 나간다. 결국 나와 포터만 남아..

길위의단상 2021.04.04

랑탕 렌선 트레킹(7)

오늘은 이번 트레킹의 하이라이트인 랑시샤카르카를 다녀오는 날이다. 랑시샤카르카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계곡으로 알려져 있다. 랑시샤카르카의 고도는 4,160m로 우리가 묵고 있는 캰진곰파와 비슷해서 오르내림이 없는 평지를 걷지만 왕복 24km로 길다. 평지라도 고도 4천 미터급에서 하루에 24km를 걷는다는 것은 만만치 않다. 다행히 새벽에 눈을 뜨니 몸이 개운하다. 어제 오후에 꿀맛 같은 휴식을 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다른 롯지로 이동이 없으니 포터는 짐에서 해방이다. 포터의 휴식일인 줄 알았더니 우리 배낭을 메고 우리와 1:1로 동행한다. 귀족 트레킹을 하는 기분이다. 배낭도 없이 걸으니 몸이 날아갈 듯 가뿐하다. 처음으로 선두에 서서 신나게 걷는다. 앞선 사람, 뒤처진 사람으로 긴 행렬이 ..

길위의단상 2021.04.03

랑탕 랜선 트레킹(6)

5시에 기상하여 헤드랜턴 빛에 의지해서 짐을 싼다. 이젠 침낭을 거두는 데도 숨이 차고, 등산화 끈을 매는 데도 호흡을 가다듬어야 한다. 폐가 산소를 더 달라고 아우성친다. 여기 산소 농도는 해수면의 60%다. 새벽바람이 거세고 차갑다. 옷을 두껍게 껴입고 식당에 가서 계란후라이와 누룽지로 아침 식사를 한다. 뜨끈한 누룽지 끓인 물이 들어가니 해장을 한 듯 속이 풀어진다. 아침 해가 떠오르면 상황이 일변하고 공기는 금방 데워진다. 대기의 방해를 덜 받고 내리쬐는 햇살이 눈이 부시도록 따갑다. 하늘은 푸르다 못해 검은색이다. 공기가 희박해서 공기 분자의 산란이 그만큼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오늘은 랑탕 계곡의 끝 마을인 캰진곰파까지 간다. 캰진곰파는 랑탕 트레킹에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마을로 이곳에서 랑..

길위의단상 2021.04.02

랑탕 랜선 트레킹(5)

새벽 5시 기상, 6시 아침 식사, 7시 출발이 우리의 규칙적인 일과다. 오늘은 고도 3,000m를 지난다. 개인차가 있지만 고산병이 나타나는 높이다. 고산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다이아막스를 먹다. 원래는 이뇨제인데 고산증세에도 효과가 있다고 소문이 난 약이다. 어제와 달리 선두 그룹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진다. 우리 후미 그룹도 서로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각자 따로따로 걸어간다. 단체로 왔지만 길에서는 서로 떨어져서 걷는 것도 괜찮다.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외길이라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여기서는 혼자라고 해서 불안하지 않다. 도리어 아늑하고 편안하다. 히말라야가 사랑 가득한 품으로 안아주는 것 같다. 일행과는 만났다 떨어졌다 하며 앞으로 나간다. 길은 경사가 급하지 않아 어려움이 없다. 걸어가..

길위의단상 2021.04.01

랑탕 랜선 트레킹(4)

오늘부터 본격적인 랑탕 트레킹의 시작이다. 랑탕 계곡의 존재는 1940년대에 처음으로 외부에 알려졌고, 1971년에는 네팔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랑탕(Langtang)은 ‘야크를 따라간다’는 뜻으로 어느 스님이 도망가는 야크를 따라가다가 이 아름다운 계곡을 발견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명명법을 닮은 이름이다. 붓다 롯지에서 6시에 일어나 물휴지로 얼굴을 훔치는 간편 세수를 한다. 히말라야에서는 물이 부족할뿐더러 찬물 세수를 하면 고산병에 걸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히말라야는 게으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7시에 아침 식사를 마치고 출발한다. 우리의 장도를 축복하는 듯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랗다. 무거운 짐은 카고백에 담아 포터에게 넘기고, 배낭에는 물 두 통, ..

길위의단상 2021.03.31

랑탕 랜선 트레킹(3)

랑탕 트레킹의 출발점인 샤브루벤시까지 가는 날이다. 거리는 140km지만 길이 험해서 9시간이 걸린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캄캄한 호텔방에서 헤드렌턴에 의지해 세수를 하고 짐을 꾸린다. 함께 떠나는 일행은 우리 팀원 12명에 현지인 가이드 2명과 포터 12명, 총 26명이다. 전세 낸 중형 버스를 타고 아침도 먹지 못한 채 출발한다. 조금만 늦으면 카트만두 시내를 빠져나가는 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서울이나 카트만두나 도시는 어디나 교통 체증이 문제다. 팀원 12명이 묘하게 남자 6명, 여자 6명이다. 떠나오기 전에 아내는 미심쩍은 듯 말했다. “가는 사람들이 남녀 동수라고? 설마 일부러 짝을 맞춘 건 아니지?” 마치 우리가 히말라야로 쌍쌍파티라도 떠나는 듯 아내의 말투에는 가시가 돋아 있었다. 여자의..

길위의단상 2021.03.30

랑탕 랜선 트레킹(2)

이런저런 근심이 비행기에 오르니 눈 녹듯이 사라진다. 그래 ‘케세라 세라’, 될 대로 되라지 뭐. 여행을 떠나는 맛이 본래 이런 것이다. 집을 떠날 때의 돌연한 기분 전환 즉, 익숙한 곳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향해 가는 기대와 설렘이다. 비행기 안에서 화장실에 가는데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띈다. 중학교 동기 친구다. “야, 이게 누구로? 니 어데 가노?” 동향 사람을 만나면 사투리가 나도 모르게 터진다. 사투리는 정서적 친밀감을 주지만 과잉 수용하면 독이 되는 걸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남이가!”로까지 나가면 곤란하다(이 친구 SNS에 들어갔다가 광화문광장에서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봤다. 뒷날 일이지만). 얘기를 들어보니 포카라에 열흘 정도 쉬러 간단다. 옆에는 부인이 앉아 있다. 이 친구는 안나푸르..

길위의단상 2021.03.29

랑탕 랜선 트레킹(1)

다시 히말라야 랑탕을 걷는다. 코로나 시대라 몸이 직접 가는 게 아닌 랜선 트레킹이다. 인간의 뇌는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현실 같은 상상은 실제 경험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이보다 경제적인 여행법이 없다. 12년 전 12명의 트레커와 걸은 코스를 함께 다시 걷기로 한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데 복도에서 장 대장이 물었다. “안 선생, 히말라야 갈 생각 있어?” 내 대답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튀어나왔다. “좋아!” 나는 이리 굴리고 저리 따져보는 햄릿형이지만 이때는 아니었다. 오랫동안 히말라야가 내 버킷 리스트 1순위였기 때문이다. 때맞은 줄탁동시(啐啄同時)였다. 전부터 장 대장에게 히말라야에는 꼭 가고 싶다고 말해두었던 터였다. 딱히 이유는 모르지만 히말라야는 나에게 이상향이었다...

길위의단상 2021.03.28

청계산길을 걷다

가을이 깊어가는 날, 탁구 모임에서 청계산을 걸었다. 아직 탁구장에 들어가기는 무리이고,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월 1회 모임이 당분간은 야외 걷기로 계속해야 할 것 같다. 다섯 명이 청계산입구역에서 10시에 모여 원터골로 올라갔다. 평일이지만 서울에 붙어 있는 산이라 사람들이 많은 편이었다. 대부분 산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우리는 마스크를 벗고 떠들며 올라가다 다른 사람한테 주의를 듣기도 했다. 그 뒤부터는 얘기도 소곤소곤 나누었다. 참나무가 많은 청계산 단풍의 주색은 노랑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맛이 있다. 옥녀봉능선을 걷는 산길은 포근하고 편안했다. 양재화물터미널로 내려오는데 두 시간 반이 걸렸다. 산길 걷기를 마치고 양재역사거리로 나와 뒷시간을 가졌다. 여러 차례 선전했던 양재닭집의 치킨..

사진속일상 2020.10.23

불당리 기점 두 번째 산행

알려주기 전까지는 까맣게 몰랐다. 불당리를 기점으로 하는 산행이 첫길인 줄 알고 나갔다. 그런데 5년 전에 같이 올랐던 코스란다. 설명을 듣고 같은 길을 걸어도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옛 일기장을 확인하고서야 그랬던가 싶다. 이런 멍충이가 있나! 8월 3일, 폭염 경보가 내린 날이었다. 불당리에서 출발하여 검단산과 망덕봉을 지나 원점으로 돌아왔다. 트레커 여덟 명과 함께 했다. 다수가 코카서스 트레킹 한 달을 마치고 온 터여서 여행 얘기가 많았다. 6, 7월의 코카서스는 온통 꽃밭이더라는 전언이 제일 부러웠다. 무릎 연골을 다친 A가 몇 년만에 나왔다. 꾸준한 재활 노력으로 이제 동네 뒷산 정도는 다닐 정도가 되었다 한다. 작년에 퇴직한 뒤로 어학 공부도 부지런히 하는 것 같다. 나름대로 열심히 사는..

사진속일상 2019.08.03

곰배령과 불바라기약수

점봉산 일대는 유네스코 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점봉산은 2026년까지 출입 통제이고, 곰배령도 하루 입장 인원을 450명으로 제한한다. 미리 예약하는 것이 필수다. 곰배령의 별칭이 '천상의 화원'이다. 여름 꽃밭이 유명하지만 사계절 어느 때나 야생화를 한껏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이번에 트레커 팀과 1박2일에 걸쳐 곰배령, 불바라기약수를 둘러보았다. 5월 중순이라 들꽃에는 어중간한 시기지만 역시 곰배령은 이름값을 했다. 얼레지를 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곰배령은 수도권 산보다 한 달 이상 계절이 늦다. 쥐오줌풀 참꽃마리 병꽃나무 졸방제비꽃 벌깨덩굴 미나리아재비 개별꽃 미나리냉이 피나물 현호색 줄딸기 홀아비바람꽃. 정상부에는 홀아비바람꽃 군락이 대단했다. 회리바람꽃 양지꽃 동의나물..

사진속일상 2019.05.19

트레커 10년

2008년 11월에 가입했으니 트레커와 함께 한지 10년이 넘었다. 일기장을 찾아 보니 그동안 함께 다닌 산과 길이 아련한 추억 속에 펼쳐진다. 10년 동안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다. 많은 도움과 즐거움을 받았고, 그러면서 실망도 있었다. 10년 간의 산행 목록은 다음과 같다. 2008년 11월 강씨봉 12월 칼봉 2009년 1월 히말라야 랑탕 트레킹 2월 고대산 3월 가리산 6월 백덕산 7월 두타연 9월 소백산 2010년 3월 금학산 7월 비학산 11월 구봉상 12월 정암산 2011년 3월 아차산, 도봉산 11월 금강소나무숲길 2012년 1월 대금산 3월 아차산 4월 북바위산 5월 응복산 10월 갈기산 2013년 2월 금병산 3월 보리산 7월 중원산 10월 금오도 비렁길 2014년 1월 칠장산 7월 가은..

길위의단상 2019.01.22

트레커와 남한산성 만남

서울 마천역에서 등산을 시작한 트레커 팀과 남한산성 북문에서 만났다. 함께 성곽길을 일주할 생각이었는데 팀이 중간에서 접는 바람에 짧은 걸음이 되었다. 예상보다 날이 차가워 오들오들 떤 탓인가, 산길 걸은 뒤 몸살이 찾아왔다. 기침이 나고 몸이 새큼거려서 오늘은 하루 내내 누워 지냈다. 주제 파악 못 하고 까불면 탈이 생긴다. 2년간 트레커 팀과는 소원하게 지냈다. 올해부터는 여건이 되면 가능한 참석하려 한다. 트레커는 같이 만났을 때 그나마 마음이 편한 멤버들이다. 올해 첫 산행에 열두 명이 참석했다. 한 명의 신입회원도 있었다. '오복두부집'에서 점심을 하고, 다시 짧은 산책 후 '반월'에서 단팥죽을 맛보았다.

사진속일상 2019.01.06

트레커와 남한산성을 걷다

1년 2개월 만에 트레커 산행에 동행했다. 마침 남한산성을 온다기에 남한산 정상부에서 합류해서 광주 엄미리로 내려왔다. 트레커 팀은 서울 거여동에서 출발하여 서문을 거쳐 왔고, 나는 엄미리에서 올라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 내려온 길은 처음 걸어보는 능선길로 길이 순해서 앞으로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 엄미리와 남한산을 연결하는 능선은 세 개가 있다. 라운딩할 수 있는 코스가 다양해졌다. 산행 후 점심을 한 은고개의 두부전골집도 새로이 알게 된 맛집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의 두 가지 수확이었다. 산길에서 재회한 트레커의 옛 얼굴이 반가웠음은 물론이다.

사진속일상 2018.11.17

만해 길을 걷다

불교아카데미에서 주관한 금강산 건봉사의 불이분화제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틀간 진행되었는데, 첫날은 만해의 길을 탐방했다. 만해의 길은 한용운 스님이 백두대간을 넘어 백담사와 건봉사, 유점사 등을 왕래할 때 이용했던 길이다. 선유령과 흘리계곡을 잇는 옛길이다. 우리는 마산봉 임도 입구에서 소똥령을 거쳐 장신리까지 12km를 걸었다. 23일 아침 7시에 잠실운동장에서 버스 5대로 출발했다. 시간을 맞추기 위해 5시에 집을 나서야 했다. 이렇게 부지런을 떤 기억은 없다. 아침 식사는 김밥이었고, 점심은 주먹밥이 나왔다. 임도로 쓰기 위한 길은 널찍했다. 대신 아기자기한 산길의 맛은 없었다. 지루하게 여겨질 때쯤 장신리에 닿았다. 점심 포함 3시간 20분 가량 걸렸다. 건봉사를 둘러보고 절에서 저녁 공양을 했다..

사진속일상 2017.09.25

뉴질랜드(12) - 헤밀턴 가든, 오클랜드

뉴질랜드 여행 24일째, 긴 여행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오클랜드로 향하는 길, 헤밀턴을 지나며 잠시 헤밀턴 가든(Hamilton Garden)에 들렀다. 휴일이어선지 다른 곳과 달리 놀러 나온 사람이 많았다. 군데군데 야외 공연도 벌어져 시끌벅적했다. 헤밀턴 가든의 꽃들. 눈에 익은 꽃도 많았다. 헤밀턴 가든은 세계의 대표 정원을 모아놓은 것이 특징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경이로웠던 와이토모 동굴(Waitomo Cave). 석회암 동굴인데 이 동굴 안에 사는 반디벌레로 유명하다. 캄캄한 곳에서 반디벌레는 빛을 내서 먹이가 되는 곤충을 유인한다. 천정에 붙어 거미줄 같은 먹이줄을 아래로 늘어뜨리고 빛으로 유인한다. 수많은 반디벌레들의 빛은 아름다우며 경탄을 자아낸다. 마치 하늘에 별이 떠 있는 것 같다...

사진속일상 2017.03.14

뉴질랜드(11) - 통가리로 트레킹

통가리로(Tonggariro) 국립공원은 뉴질랜드 최초로 지정된 국립공원이다. 북섬에서 가장 높은 루아페후(Ruapehu, 2797m), 응가우루호에(Ngauruhoe, 2291m), 통가리로(Tonggariro, 1968m)의 세 화산이 인접해 있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Tonggariro Alpine Crossing)은 이들 화산 사이를 지나는 20km의 트레킹이다. 완주하는데 8시간이 걸린다. 우리는 차 때문에 통가리로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기로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양 지점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가 있었다. 통가리로 가는 길, 멀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이 루아페후다. 오른쪽의 원뿔 모양의 화산이 응가우루호에이고, 가운데 밋밋한 산봉우리가 통가리로다. 황량하면서도 생명의 강인함이 느껴지..

사진속일상 2017.03.13

뉴질랜드(10) - 로토루아, 레드우즈

로토루아(Rotorua)는 온천 도시다. 화산 지대에 자리잡고 있어 지표에서는 끓는 물과 수증기가 솟아오른다. 패키지 여행에서도 이곳은 필수 코스다. 로토루아에 있는 와카레와레와(Whakarewarewa)는 오래전부터 마오리족이 살던 마을로 지금은 민속촌으로 변해 있다. 마을에는 유황 냄새가 진동하며 간헐천도 있다. 나에게는 화산 지형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마오리족이 직접 가이드를 하며 마을을 안내한다. 마오리족 교회. 묘지. 뉴질랜드 인구의 9% 정도가 마오리족이다. 백인과 큰 차별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뉴질랜드 주류에 진입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백인과 마오리족이 서로 공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에 좋았다. 마오리족의 민속 공연. 마오리족은 인사할 때 혀를 쑥 ..

사진속일상 2017.03.12

뉴질랜드(9) - 북섬으로 넘어가다

뉴질랜드 여행 18일째, 카이코우라(Kaikoura)로 이동하는 날이었다. 넬슨에서 카이코우라까지는 224km로 3시간이 넘게 걸린다. 카이코우라는 바다가재 요리로 유명하고, 원하는 사람은 향유고래 관찰도 할 수 있는 곳이다. 한동안 해안을 따라 난 철도와 나란히 달렸다. 지금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듯 철로에는 녹이 슬어 있었다. 두 시간 가까이 달렸을 때 문제가 생겼다. 도로가 통제된 것이다. 작년 11월에 발생한 규모 6.8의 지진 여파로 길이 완전히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득이 카이코우라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여행 중 계획과 어긋난 유일한 경우였다. 우여곡절 끝에 다음날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했다. 공항 가까이 있는 'Aarburg Airport Motel'은 넓은 잔디 마당이 좋았다...

사진속일상 2017.03.12

뉴질랜드(8) - 아벨타스만 트레킹

아침을 먹고 웨스트포트(Westport) 시내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여기서는 '아메리카노'를 '롱 블랙(Long Black)'이라고 부른다. '숏 블랙(Short Black)은 약간 달콤하다. 이른 아침을 먹고 출발하기 때문에 점심은 11시 쯤 적당한 쉼터에서 먹었다. 샌드위치나 주먹밥으로 간단히 때웠다. 나는 새벽에 일어나 식사를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 아침 식사는 거르는 경우가 많았다. 로토로아 호수(Lake Rotoroa). 호수 둘레를 산책하려 했으나 샌드플라이 때문에 쫓겨났다. 도로 옆 쉼터에서는 어디서나 캠핑카를 볼 수 있다. 뉴질랜드는 캠핑가로 여행하기 좋은 나라다. 우리도 인원만 적었다면 캠핑카 여행을 했을 것이다. 처음으로 독방을 썼던 모투에카(Motueka)의 숙소, 'White El..

사진속일상 2017.03.11

뉴질랜드(7) - 팬케이크 바위, 태즈먼 해변

뉴질랜드 남섬 푸나카이키(Punakaiki)에 있다. 마치 팬케이크를 쌓아놓은 듯한 모양이어서 '팬케이크 록(Pancake Rocks)'이라 불린다. 우리나라 채석강과 비슷하지만 규모가 훨씬 크면서 아기자기하다. 3천만 년 전에 이곳은 바다속이었다. 바다 생물과 모래가 퇴적되면서 만들어진 지층이 융기한 후 바닷물과 바람에 침식되면서 만들어졌다. 단단한 부분이 살아남으면서 이런 기이한 지형이 조각 되었다. 생성 원인이 논리적으로 설명된다고 온전히 납득되는 것은 아니다. 그 간극에 신비가 존재하고 경탄이 생겨난다. 팬케이크 바위도 그러했다. 우리는 태즈먼 해를 왼쪽으로 끼고 계속 북상했다. 이제 남섬의 북쪽 끝에 가까이 이르렀다. 가다가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해변에서 휴식을 취했다. 폴윈드(Foulwind..

사진속일상 2017.03.10

뉴질랜드(6) - 와나카, 폭스 빙하, 프렌츠조셉 빙하

밀포드 트레킹과 크루즈 관광을 마치고 테아나우에서 숙박하며 나흘 동안의 피로를 씻어냈다. 밀린 옷가지도 세탁기에 돌렸다. 다시 맑은 날씨로 돌아오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뉴질랜드 여행 열사흘째, 테아나우에서 애로우타운(Arrowtown)을 거쳐 휴양도시인 와나카(Wanaka)로 향했다. 다시 만난 와카티푸 호수. 와나카로 넘어가는 고개. 풍광이 아름다운 와나카 호수(Lake Wanaka). 와나카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네 번째로 큰 호수로 남북 길이가 42km나 된다. 수심은 300m 정도다. 이 호수를 중심으로 하는 레포츠를 즐기러 사람들이 와나카를 찾는다. 우리가 묵었던 유스호스텔 'YHA Wanaka'. 6인실의 남녀 공용이었는데 인도 처녀가 팬티를 빨아 화장실에 걸어 놓아 황당했었다. 다음날 아침, ..

사진속일상 2017.03.09

뉴질랜드(5) - 밀포드 크루즈

밀포드 트레킹을 마친 후 바로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관광에 나섰다. 정확한 명칭은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가 아니라 '밀포드 피오르(Milford Fjord)'라고 해야 옳다. 지난 2백만 년 동안 12번의 빙하기가 있었는데, 마지막 빙하기는 1만~1만 3천 년 전이었다. 이때 뉴질랜드 남부 산들은 얼음 속에 갇혀 있었고, 빙하가 흘러가면서 대협곡을 만들었다. 밀포드 피오르는 길이가 16km이고, 평균 수심은 330m다. 가장 넓은 곳은 폭이 2km에 이른다. 이곳은 연간 강우량이 6,800mm나 되고, 일년 중 절반이 비가 내린다. 패키지 여행의 필수 코스가 이곳 밀포드 크루즈 관광이다. 이날도 비가 오락가락했다. 산에 구름이 덮이면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했다. 앞에 보이는 높..

사진속일상 2017.03.07

뉴질랜드(4) - 밀포드 트레킹

'밀포드 트레킹' 때문에 뉴질랜드에 왔다. 세계 3대 트레킹이라고 하면 중국의 호도협 트레킹, 페루의 마추픽추 트레킹, 그리고 뉴질랜드의 밀포드 트레킹이 꼽힌다. 여기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해도, 그만큼 밀포드 트렉은 누구나가 걷고 싶어하는 길이다. 뉴질랜드 여행 열흘째, 드디어 밀포드로 들어간다. 3박4일 동안 헛(Hut)을 이용하는 트레킹이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다. 테아나우다운스(TeAnau Downs)에서 배를 타고 그레이드워프(Glade Wharf)로 이동한다. 여기가 트레킹 출발점이다. 제일 먼저 우리를 반겨준 건 샌드플라이(sandfly)였다. 우리말로 하면 '모래파리'인데, 모기처럼 피를 빨아먹는다. 물리면 피부가 발갛게 변하고 엄청 가렵다. 흔적이 한 달 넘게 가기도 한다. 밀포드만 ..

사진속일상 2017.03.07

뉴질랜드(3) - 모에라키 바위, 터널 비치, 퀸스파크

모에라키 바위(Moeraki Boulders), 뉴질랜드 남섬 모에라키 지방 해변에 산재한 둥근 돌들이다. 지름이 1~6m로 다양하고, 무게가 7t이 되는 것도 있다. 멀리서 보면 공룡알 비슷하게 보인다. 자연이 만든 것이라니 무척 신기하다. 어떤 과정으로 이런 모양의 돌이 생겼는지 누구나 궁금증을 갖게 된다. 그러나 명쾌한 설명은 보이지 않는다. 입구의 영어 안내문은 읽어봐도 이해가 잘 안 된다. 뒤에 자료를 찾아보니 대체적인 형성 과정은 이렇다. 이 돌들은 방해석 결정체로 약 6,500만 전에 형성되었다. 동물의 뼈나 유기물을 핵으로 해서 퇴적물이 방사선 모양으로 들어붙기 시작했다. 둥근 모양으로 만들어진 데는 어떤 전기적 작용이 있었을 것이다. 단단해진 결정체는 바다 속에 있다가 1,500만 년 전..

사진속일상 2017.03.05

뉴질랜드(2) - 와카티푸호와 밴로몬드 트레킹

와카티푸 호수(Lake Wakatipu)는 뉴질랜드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다. 빙하가 흘러내리며 판 골짜기를 긴 호수가 만들어졌다. 길이가 무려 77km에 이르며, 주변은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한다. 호숫가에 있는 퀸스타운(Queenstown)은 휴양도시로 유명하다. 인구는 14,000명 정도지만 시내에 나가면 주민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 호수를 따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이 있다. 'Glenorchy Paradise Rd.'로 불리는 퀸스타운에서 글레노키에 이르는 길이다. 이 길에서는 쉬는 곳마다 절경이다. 호수 물빛은 코발트색이지만 부분 부분 다른 색깔도 나타난다. 호수면이 그리는 무늬가 신비하고 아름답다. 호수를 따라 걷는 길도 만들어져 있다. 아침 자유시간을 이용해 'Sunshine B..

사진속일상 2017.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