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커 92

뉴질랜드(1) - 후커밸리 트레킹

2월 3일 8시 50분에 인천공항을 출발, 홍콩과 오클랜드를 경유하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는 4일 12시 25분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햄버거로 간단히 점심을 때우고, 렌터카를 인수한 다음 제랄딘(Geraldine)으로 향했다. 예약한 안도라 모텔이 체크인이 안 돼 대체 숙소를 구해야 했다. 일행은 트레커 아홉 명이었다. 여행 둘째날은 마운트 쿡 국립공원에 있는 후커밸리 트레킹을 했다. 마운트 쿡(Mt. Cook)은 해발 3,725m로 뉴질랜드 최고봉이다. 마운트 쿡을 중심으로 3천 미터가 넘는 20개의 산봉우리가 서던 알프스를 이루고 있다. 정상부는 만년설과 빙하로 덮여 있다. 에베레스트를 최초로 오른 힐러리 경이 마운트 쿡에서 등정 연습을 했다. 후커밸리(Hooker Valley) 트레킹은 화이트 ..

사진속일상 2017.03.03

뉴질랜드 여행 계획

아홉 명의 일행이 며칠 뒤면 뉴질랜드 여행을 떠난다. 26일간의 대장정이다. 밀포드 트레킹을 중심으로 살이 붙다 보니 거의 한 달 가까운 여정이 되었다. 밀포드 외에도 여덟 차례의 트레킹이 있다. 조금은 착잡한 심정으로 뉴질랜드로 떠난다. 그동안 사람 관계가 많이 서걱거렸다. 여행의 반은 짐 싸는 설렘인데 이번에는 담담하다. 어쨌든 인천공항을 이륙하게 되면 무척 홀가분할 것 같다. 많이 걸으며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해야겠다. 돌아오면 봄이 될 것이다. 1일 인천공항 출발 2일 Christchurch 도착. Geraldine으로 이동(204km, 2.5h) 3일 Tekapo(마운트존 천문대, 푸카키호수) 후크벨리 트레킹(10km, 4h) 4일 뮬러헛 트레킹(12km, 8h) 5일 Twizel, C..

길위의단상 2017.02.01

소금강과 상원사

뉴질랜드 트레킹 연습으로 아홉 명이 1박2일 오대산 걷기에 나섰다. 일행 중 한 명이 수술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 가벼운 코스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첫날은 소금강, 둘째날은 선재길 걷기였다. 그런데 소금강 들어가는 입구에서 사단이 벌어졌다. 내 등산화 뒷굽이 떨어져서 덜렁거리게 된 것이다. 아이젠으로 임시처방을 했으나 돌길을 온전히 걸을 수는 없었다. 일행에 뒤처져 걷다가 중간에서 되돌아왔다. 금년들어 계속 따뜻한 날씨로 계곡의 눈이 모두 녹았다. 깊게 그늘진 곳만 흔적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눈 없는 겨울산은 썰렁했다. 느린 걸음으로 구룡폭포까지 올라갔다. 폭포 구경만 하고 하산하니 만물상까지 올라간 일행과 대략 완료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대신에 천천히 걸으며 겨울 계곡 감상할 여유는 넉넉히 가..

사진속일상 2017.01.11

소백산 1박 산행

밀포드 트레킹 연습 산행을 팀원 7명과 했다. 대피소에서 일박하며 밀포드의 헛(Hut)과 비슷한 체험을 했고, 배낭 무게도 10kg 이상으로 맞추어 걸었다. 이번 산행을 위해 침낭도 새로 장만했다. 마침 소백산에 첫눈이 내린 날이었다. 우리도 올해의 첫눈을 소백산에서 맞았다. 눈은 26일 저녁부터 내리기 시작했고, 다음날 아침에 소백산은 백설의 세상이 되어 있었다. 의외의 선물이었다. 소백산 제2연화봉에 있는 대피소는 작년에 문을 열었다. 그래선지 대피소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시설이 좋다. 잠자리가 불편하지 않도록 서로 칸막이가 되어 있고, 온풍기가 가동되어 겨울 날씨지만 침낭은 필요하지도 않았다. 물도 아주 잘 나오고 수세식 화장실도 깨끗하다. 반면에 일부 단체 산객의 무분별한 행동은 눈살을 찌푸리..

사진속일상 2016.11.30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다

윗배알미에서 검단산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는 산곡초등학교나 하남에서 오르는 길을 주로 이용했다. 같은 산이지만 다른 길을 걸으면 산의 느낌도 달라진다. 윗배알미 등산로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완만한 경사의 길이다. 걷기가 부담 없어 좋다. 다만 상수원 보호 구역이라 계곡에는 들어가지 못한다. 통제가 철저해서 눈과 귀로만 즐기는 계곡이다. 덕분에 조용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집에 일이 있어 일행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윗배알미에 도착했다. 혼자 뒤처져서 따라갈려니 마음이 바빴다. 일행은 오랜 시간동안 정상에서 기다려 주었다. 습도가 높은 날이라 땀 많이 흘렸다. 서울 근교 산을 찾으니 여유가 있어 좋다. 오가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버는 것이다. 천천히 걷고, 충분히 쉬고, 넉넉히 얘기 나누고,..

사진속일상 2016.09.03

이열치열 산행

36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는 날씨다. 이번 여름은 에어컨 신세를 톡톡히 지고 있다. 트레커 산행은 이 더위의 한가운데서도 멈추지 않는다. 취소되길 바랐지만 그런 일은 없다. 이번 산행지는 금산 성치산이었다. 열두개의 폭포가 있는 무자치골을 택했지만 이 지역은 장마 때도 비가 거의 안 왔다고 한다. 힘 없는 오줌줄기 같은 물만 흐르는 게 고작이었다. 수량만 넉넉하면 괜찮은 풍경을 만들 것 같다. 바삐 지나치느라 1에서 4폭포는 보질 못하고, 5폭포부터 12폭포의 모습만 힘들게 담아 보았다. 제 5폭포[죽포동천폭포] 폭포 아래에 새겨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청뢰(晴雷)'라는 글씨처럼 십이폭포를 대표하는 폭포다. 파란 대나무처럼 우거진 수목이 맑은 물에 비춰져, 마치 수면이 대나무숲처럼 보여 '..

사진속일상 2016.08.07

소백산 비로봉과 국망봉

마당에 나서면 항상 소백산이 보였다. 소백산을 병풍처럼 두른 곳에서 자랐다. 그래선지 소백산이라는 말에는 산 이름 이상이 무엇이 들어 있다. 소백산에서 불어내리는 겨울의 칼바람이 제일 강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교 해서 집으로 돌아갈 때 조그만 몸뚱이가 날아갈 정도로 세찬 바람이었다. 바람을 피해 둑방 아래로 기어서 다녔다. 트레커에서 소백산에 갔다. 어의곡리에서 비로봉과 국망봉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코스였다. 비로봉과 국망봉을 잇는 길은 늘 바라보기만 했지 직접 걸을 기회는 없었다. 네 명이 함께 한 오붓한 산행이었다. 소백산의 최고봉인 비로봉(1440m)이다. 소백산 능선은 푸른 초원 지대가 특징이다. 파노라마로 넓혀 보았다. 서쪽으로 능선이 뻗어 있다. 서쪽 끝에 연화봉이 보인다. 동쪽으로는 국망..

사진속일상 2016.06.19

백마산과 발리봉을 지나다

트레커 산행에 오랜만에 참여했다. 직전이 작년 10월이었으니 8개월 만이다. 히말라야를 인연으로 만난 트레커도 어느덧 7년째가 되었다. 늘 산에서 만나서일까, 언제나 즐겁게 동행하는 관계다. 이번 산행은 우리 동네의 백마산 줄기 걷기였다. 쌍령동을 들머리로 해서 백마산과 발리봉을 지나 산이리로 내려오는 경로다.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서울에서 내려온 일행과 등산로 입구에서 만났다. 휴일이라 도로 정체가 있었다. 이 산줄기는 봉우리마다 꽤 오르내림이 있다. 어떤 사람은 힘들어 하고, 어떤 사람은 운동이 되어 좋다고 한다. 같은 여건이지만 마음에 따라 보는 게 다르다. 서울 근교 산이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있게 걸었다. 한 자리에서 1시간 넘게 쉬기도 했다. 대부분이 밀포드를 가는 관계로 뉴질랜드 관련..

사진속일상 2016.06.05

의암호에서

사람과의 친밀감은 공유하는 추억의 깊이에 비례한다. 아무리 폭이 넓다 한들 세월의 깊이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년과 십대 시절을 함께 말할 수 있는 사이라면 부지불식간에 서로의 온기로 따스해지게 된다. 누추한 현실을 버티는 힘의 상당 부분이 추억 때문이라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기억은 무척 주관적이라는 걸 알게 된다. 같은 시공간의 경험이라도 같지는 않다. 수면 위로 떠오른 파편들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선만 그려진 도화지에 제 나름대로 채색을 해 놓은 게 기억인지 모른다. 저장된 게 아니라 만들고 가공한 것이다. 그렇게 공유하는 추억으로 너에게 손을 내밀지 않아도 너는 가까이 있다. 의암호를 바라보는 춘천의 한 카페를 찾았다. 아메리카노 대신 카페라테를 주문하길 잘했다. ..

사진속일상 2016.03.06

십자봉 등산

트레커와 십자봉에 올랐다. 십자봉은 원주와 제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가 985m다. 백운산과 이웃하고 있다. 이 산 아래 지인이 귀농해서 살고 있는데 재작년에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때 일행 중 일부가 이 산에 올랐고 나는 다음에 올라보겠다고 미루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 운계리 산촌마을에서 시작한 길은 소나무 숲 사이로 이어졌다. 급한 오르막도 별로 없으면서 솔잎을 밟는 길이 좋았다. 뒤에 처진 두 사람이 알바를 하는 바람에 나중에 정상에서 합류했다. 산길에서 방심은 금물이다. 정상부 헬기장은 억새로 덮여 있었다. 오전에는 잔뜩 흐렸다가 오후가 되면서 햇빛이 나왔다. 환한 가을 햇살 속에서 야생화가 만발한 억새밭은 한 점 오아시스 같았다. 십자봉은 찾는 사람이 적어선지 이정표 표시도 정확히 되..

사진속일상 2015.10.04

조몬스기

조몬스기를 알게 된 건 7년 전쯤 야마오 산세이 선생의 책을 통해서였다. 일본의 남쪽 섬 야쿠시마에 수령 7,200년의 삼나무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가늠하기 어려운 세월을 산 나무가 보고 싶어진 건 당연했다. 그러다가 이번에 트레커에서 야쿠시마 트레킹이 있어 꿈이 드디어 이루어졌다. 조몬스기 순례 여정이었다. 해발 1,300m까지 올랐다 내려오는 왕복 21km, 10시간이 걸린 힘든 길이었다. 한 달에 35일이나 비가 온다는 야쿠시마에서 이날은 쨍쨍하게 맑았다. 날씨 덕을 톡톡히 보았다. 조몬스기 할아버지는 사진으로 보던 그대로 말없이 기다리고 계셨다. 바로 전까지는 가슴이 두근거렸으나 막상 대면했을 때는 담담했다. 맑고 투명한 느낌이랄까, 올라오면서 만난 다른 삼나무 고목들과는 확연히 달..

천년의나무 2015.08.09

일본(4) - 사쿠라지마

가고시마에서 항상 볼 수 있는 산이 사쿠라지마(櫻島)다. 사쿠라지마는 비행기가 공항에 착륙하기 위해 고도를 낮출 때 오른쪽 창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가고시마 하면 사쿠라지마가 연상될 정도로 그 순간 뇌리에 각인되었다. 그리고 가고시마에 있는 내내 어디서나 사쿠라지마를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모아 보았다. 비행기에서(7/31/11:02) 가고시마항에서(7/31/15:20) 야쿠시마에서 돌아오는 배 위에서(8/3/14:50) 솔라리아 호텔에서(8/3/16:10) 솔라리아 호텔에서(8/3/19:05) 솔라리아 호텔에서(8/4/06:20) 솔라리아 호텔에서(8/4/07:10) 솔라리아 호텔에서(8/4/09/07) 시로야마 공원에서(8/4/11:20) 센간엔에서(8/4/12:40) 사쿠라지마로 가는 배 위..

사진속일상 2015.08.09

일본(3) - 가고시마

야쿠시마에서 가고시마로 들어와서 하루의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나는 홀로 '어슬렁족'이 되기로 했다. 일본에서 며칠밖에 지나지 않은 느낌이지만, 왠지 이 나라는 혼자 돌아다녀도 아무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비슷한 외모, 친절, 안전 등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우리가 묵었던 솔라리아 호텔. 가고시마중앙역 앞에 있어 교통이 편리했다. 앞에 보이는 동상은 쇄국정책이 시행되던 1865년에 막부에서 비밀리에 19명의 젊은 유학생들을 영국에 보낸 것을 기념하는 것이다. 그들이 배운 문물과 제도는 훗날 메이지 유신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선지 시내에는 '유신의 길'도 있다. 가고시마중앙역 2층에 있는 관광안내소에서 1천 엔을 주고 'Welcome Cute'라 부르는 일일 교통이용권을 샀다. 이 티켓 한 장..

사진속일상 2015.08.08

일본(2) - 야쿠시마 일주

야쿠시마[屋久島]는 일본 규슈 남단에 있는 가고시마에서 남쪽으로 60km 떨어져 있는 섬이다. 가는 데 고속선으로 2시간 30분이 걸린다. 둘레는 132km로 일본에서 아홉 번째로 큰 섬이다. 중앙에 1,936m의 미야노우라 산이 있고, 자연 생태계가 잘 보존되어 있어 1993년에 세계문화유산에 선정되었다. 수령 7,200년의 조몬스기가 있어 유명하다. 전날 조몬스기 트레킹을 했고, 오늘은 대절 버스로 섬 일주 투어를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서쪽 세이부 임도가 비로 폐쇄되어 한 방향 일주는 불가능했다. 주유 버스는 미야노우라에 있는 숙소에서 9시 30분에 출발하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아 처음 도착한 곳은 나가타마에 해수욕장이다. 아침인데도 햇살이 매우 따갑다. 이곳은 바다거북 산란지 중 하나다. 람세..

사진속일상 2015.08.07

일본(1) - 조몬스기 트레킹

7월 31일 아침 5시 30분에 집을 출발하여 저녁 7시에 야쿠시마에 들어왔다. 인천공항에서 가고시마공항까지 비행기로 1시간 30분, 가고시마항에서 야쿠시마 안보항까지는 배로 2시간 30분이 걸렸다. 일본 여행은 처음인데 무척 가까운 나라면서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도 비슷했다. 그런데 땅에 내려보니 완전히 다른 문화의 나라였다. 일본의 첫인상은 버스 창 밖으로 보이는 회색 톤의 단조로운 주택 색깔이었다. 민숙에서 4시에 기상하다. 대절한 택시로 이라카와 등산로 입구로 이동하여 5시 20분에 트레킹을 시작하다. 하늘이 밝아오기 시작하는 새벽이다. 우리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다. 길은 철길을 따라간다. 이 철길은 벌채한 야쿠시마 숲의 나무를 아래로 운송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철길만 8.2km를 걸어 ..

사진속일상 2015.08.06

야쿠시마 여행 계획

닷새 뒤면 조몬스기를 보러 야쿠시마에 간다. 트레커 15명이 참가한다. 두 팀으로 나누어서 A 팀은 산장에서 숙박하며 산악 종주를 하고, 내가 속한 B 팀은 야쿠시마 숲 트레킹이 계획되어 있다. 5박6일 중 중심은 조몬스기를 친견하는 둘째날의 트레킹이다. 산길 20km를 10시간 이상 걸어야 한다. 야쿠시마 하면 조몬스기와 야마오 산세이가 떠오른다. 개인적 여정이라면 야마오 산세이 마을도 지나는 걷는 여행을 더 추가했을 것이다. 그래도 조몬스기가 포함되는 트레커 여행이 있어 나로서는 무척 감사한 일이다. 이젠 날씨만 무난하길 바랄 뿐이다. 2015년 트레커 야쿠시마 여행 계획 ● 여행지 : 일본 가고시마 야쿠시마 ● 여행기간 : 2015.07.31 ~ 08.05(5박6일) ● 참가자 : 15명 ● 상세 ..

길위의단상 2015.07.26

해협산 시산제

트레커에서 신춘 산행 겸 시산제를 해협산에서 가졌다. 회원 19명이 참가한 성황이었다. 나는 작년 여름 이후 7개월만에 동행했다.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이 반가웠고, 올해는 출석율을 높이리라 다짐했다. 승용차 4대를 이용해 광주시 귀여리에 주차한 뒤 해협산과 정암산을 일주하는 말발굽 모양의 능선길을 걸었다. 봄기운이 확연한 날씨였다. 긴 산길에 지치긴 했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켜며 깨어나는 게 느껴졌다. 기분은 맑고 상쾌했다. 해협산 정상에서 시산제를 지냈다. 올 한 해도 건강하고 즐거운 산행이 되기를 기원했다. S가 불현듯 행복하냐고 물었다. 지금 산길을 걷는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행복이란 일상에서 벗어나 일상을 잊어버릴 때 느끼는 감정인지 모른다. 루틴한 일상에서 만족을 느끼..

사진속일상 2015.03.07

불당리에서 검단산에 오르다

하남과 광주에 검단산이라는 같은 이름의 산이 있다. '검단(黔丹)'이라는 말이 '신성한'이라는 해석도 있는 만큼 같은 이름을 쓴다고 해서 이상할 건 없는 것 같다. 다만 둘 다 외견으로는 평범한 산이다. 이번에 트레커에서 불당리를 기점으로 해서 광주 검단산에 올랐다. 광주 검단산은 아직 정상이 개방되지 않고 있다. 뙤약볕이 따가웠으나 한반도로 다가오는 태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시원하게 불면서 땀을 식혀 주었다. 5백 미터급의 적당한 산 높이에 산길도 좋아서 산행에 무리는 없었다. 가볍게 뒷산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이번에는 열네 명이나 되는 회원이 참가해서 시끌벅적했다. 신입 회원이 들어오면서 트레커 분위기가 많이 변했다. 단체가 되면 애초에 조용한 산행은 물 건너 갈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일행과 떨어져..

사진속일상 2014.08.03

가은산에 오르다

가은산은 월악산국립공원 안에 있는 해발 575m의 풍광 좋은 산이다. 청풍호를 옆에 끼고 금수산과 옥순봉 사이에 있다. 멀리서는 그저 평범한 산으로 보이지만 직접 올라보면 주변 조망이 훌륭하고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도 자주 만난다. 오래 걸어도 지루하지 않은 산이다. 오랜만에 트레커에 합류하여 가은산에 올랐다. 마른 장마가 계속되는 습도 높고 무더운 날이었다. 다행히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어 연신 흐르는 땀을 식혀 주었다. 산행 들머리는 옥순대교, 날머리는 상천리였다. 비가 오지 않아 청풍호가 바싹 말랐다. 이곳 사람 말로는 수위가 이렇게 낮아진 건 처음 본다고 했다. 옥순대교 아래 강바닥이 보일 정도로 물이 줄었다. 가은산 능선에서 보는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다. 시야가 뿌연 게 오히려 신비한 느낌을 더해..

사진속일상 2014.07.20

트레커 신년 산행

트레커에서 신년 산행으로 안성 칠장산(七長山, 492m)에 올랐다. 겸하여 같은 지맥에 속하는 칠현산(七賢山, 516m)과 덕성산(519m)도 함께 연결하여 걸었다. 회원 일부는 미얀마 여행 중이라 다섯 명이 함께 했다. 2014년을 맞이한 사흘째 날, 날씨는 포근했다. 그러나 뿌연 안개가 낀 듯 시야는 좋지 않았다. 올겨울부터 미세먼지 예보가 나오면서 한반도의 공기를 더욱 걱정하게 되었다. 이 세 산은 오백 미터급이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조망은 높고 시원했다. 멀리 파도치듯 이어지는 산줄기들이 볼 만했다. 산길도 부드러워 등산이라기보다는 가벼운 트레킹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힘들게 헉헉거리기보다는 걸으며 쉬며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즐거운 수다였다. 그중에서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대한 얘기..

사진속일상 2014.01.04

금오도 비렁길을 걷다(2)

새벽에 일어나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6시 30분에 민박집을 나섰다. 오후 4시에 출항하는 뱃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심포마을에서 시작하여 4, 3, 2, 1코스를 걸어 함구미마을까지 간다. 거리로는 15km다. 아침 바다 공기가 맑고 상쾌했다. 눈 돌리는 곳마다 절경이어서 감탄이 절로 났다. 길은 해안을 따라서 이어졌다. 대부분 흙길이고 경사가 심한 곳은 나무 계단을 설치했다. 3코스 매봉전망대. 3코스 사다리통전망대. 직포마을에서 3코스가 끝나고 2코스가 시작된다. 직포마을은 해송이 볼 만했다. 직포마을 부근 바다 풍경. 마을을 지나는 트레커. 집을 둘러싼 돌담이 지붕을 가릴 정도로 높았다. 세찬 바람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밭에는 주로 방풍(防風)을 심어 놓았다..

사진속일상 2013.10.09

금오도 비렁길을 걷다(1)

트레커 여덟 명이 금오도 매봉산길과 비렁길을 걸었다. 금오도(金鰲島)는 섬 모양이 자라와 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전남 여수에 있다. 돌산도 신기항에서 배를 타고 20분 정도면 도착한다. 우리는 여수에 있는 회원 별장에서 일박을 하고 7시 45분에 출발하는 첫 배를 탔다. 5코스까지 있는 금오도 비렁길은 총 길이 18.5km에, 쉬지 않고 걸었을 때 7시간 정도가 걸린다. 배가 다니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하루에 다 걸을 수는 없다. 우리는 섬에서 묵으며 이틀에 걸쳐 매봉산을 종주하고 비렁길 전 구간을 걸었다. 섬을 한 바퀴 일주한 셈이다. '비렁'은 이곳 사투리로 '벼랑'이라는 뜻이다. 비렁길 안내 팸플릿에 보면 금오도는 '명성황후가 사랑한 섬'이었다고 나와 있다. 고종이 명성황후가 살던 명례궁..

사진속일상 2013.10.08

덥고 힘들었던 중원산

어제는 트레커 팀 열 명이 양평에 있는 중원산(中元山, 800m)에 올랐다. 장마철이라 습도가 높고 온통 구름과 안갯속에 덮인 날이었다. 후덥지근하고 땀이 많이 났다. 산도 생각한 것보다는 상당히 험하고 거칠었다. 산행 들머리인 중원리에서 정상으로 가는 오르막은 급경사였고, 능선길은 날카로운 바위를 타고 오르내려야 했다. 중원계곡 역시 돌길을 걸어야 했다. 늘 긴장해야 하는 길이었다. 더구나 하산하면서 길 없는 길을 헤치고 내려오느라 많이 지쳤다. 산의 기를 받는 게 아니라 도리어 빼앗기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산행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이젠 산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다. 포근히 안기는 것 같은 산이 있는 반면 궁합이 잘 맞지 않는 산도 있다. 이번에 중원산이 그랬다. 내가 참가할 때마다 오지산행을 하..

사진속일상 2013.07.07

올림픽공원 9경

며칠 전 서울에서 모임이 있어 나간 길에 올림픽공원에 들렀다. 10여 년 전 이 부근에 직장이 있었을 때는 자주 산책을 했던 곳이었다. 그때는 자투리 시간이 나면 이곳으로 나와 어슬렁거렸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서울 도심에 이렇게 넓은 녹지 공원을 만들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80년대 개발의 시대에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게 대단하다. 그때와 비교하면 나무가 울창해진 게 가장 큰 변화다. 대신 새 건물이 자꾸 들어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왠지 공원이 자꾸 비좁아지는 느낌이다. 뭘 자꾸 만들고 꾸미기보다 자연 상태 그대로를 유지하는 게 나아 보인다. 올림픽공원에 9경이 있다고 해서 이번 기회에 하나씩 찾아보았다. 지하철 몽촌토성역에서 시작하여 반대편으로 나가며 순서대로 만났다. 금방 ..

사진속일상 2013.05.13

트레커 시산제

트레커 시산제 겸 보리산 산행을 했다. 트레커 회원 중 한 명만 빠진 14명이 참석했다. 보리산(627m)은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있는 산으로 산줄기를 따라 3개의 봉우리가 있다. 나산 1, 2, 3봉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걸로 보아 나산이라고도 불리는 것 같다. 산은 작지만 경사는 꽤 험한 편이다. 겨울동안 너무 걷지 않아선지 마냥 헉헉거렸다. 블루밸리 골프장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나산 3봉과 정상을 거쳐 원점회귀했다. 산길에는 잔설이 군데군데 있었지만 아이젠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시산제 포함하여 5시간 걸렸다.

사진속일상 2013.03.10

김유정 생가와 금병산

춘천시 신동면 증리는 소설가 김유정(金裕貞, 1908~1937)이 태어난 마을이다. 금병산에 둘러싸인 모습이 마치 옴폭한 떡시루 같다 하여 실레마을이라고 불린다. 이곳에 김유정 생가가 복원되어 있다. 김유정 생가는 'ㅁ'자 모양으로 방이 4칸인 꽤 큰 집이다. 그의 조부가 지었는데, 조부 김익찬은 춘천 의병 봉기 때 재정 지원을 하였으며 당시 이 마을 대부분의 땅이 그의 소유였다고 한다. 당시에 6천석 추수를 하는 춘천의 명가였다. 중부 지방에서는 보기 힘든 'ㅁ'자 형태를 하고 기와집 골격이지만 초가를 얹은 이유는 헐벗고 못 먹는 사람들이 많던 시절이라 집의 내부를 보이지 않게 하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의 집에 들면 포근한 느낌을 받는다. 안뜰에서는 하늘이..

사진속일상 2013.02.03

갈기산에 오르다

트레커와 갈기산에 올랐다. 갈기산(585m)은 충북 영동에 있는 산으로, 옆으로는 금강이 흐르고 있다. 위에서 바라보는 조망과 함께 아기자기한 능선길이 멋진 산이다. 갈기산으로 산행지가 결정되었을 때 처음 들어보는 산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다.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매력이 없다는 뜻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기산에 오르면서 그것이 잘못된 선입견일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세상에는 어디에나 알려지지 않은 보석이 숨어 있는 법이다. 산 아래로 금강의 곡류가 흐른다. 강 쪽은 '양산덜게기'라 부르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임진왜란 때 일본군 일진이 이 길을 따라 북진했다고 한다. 가을 산하가 예뻤는데 안개 때문에 조망이 흐린 게 아쉬웠다. 안개는 오후가 되어서야 걷혔다. 갈기..

사진속일상 2012.10.07

법수치계곡과 응복산

지난 26, 27일에 걸쳐 강원도 양양에 있는 법수치계곡과 응복산(應伏山, 1360m)을 찾았다. 트레커 팀 일곱 명과 함께였다. 법수치계곡은 남대천의 최상류 지역이다. 오대산 북쪽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이곳을 지나 동해로 흘러간다. 계곡 맨 끝에 있는 민박집에 짐을 풀고 오후 시간은 계곡에서 보냈다. 계곡 바닥에는 다슬기가 많았다. 한 일본인이 홀로 플라이 낚시를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국의 깊은 오지까지 찾아온 그의 마음이 궁금했다. 다음 날의 응복산 산행은 너무 힘들었다. 합수골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했는데 등산로가 없어 길을 내면서 가야 하는 개척산행이었다. 길은 가파른데 나뭇가지를 헤치며 나가자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난생 처음 경험한 산행길이었다. 산에 들면 산의 기운이 느껴지는 법이다..

사진속일상 2012.05.29

북바위산과 박쥐봉에 오르다

어제는 트레커 팀과 충주와 제천의 경계에 있는 북바위산과 박쥐봉에 올랐다. 물레방아 휴게소에서 출발하여 팔랑소로 내려온 6시간 30분이 걸린 긴 산행이었다. 변덕스런 날씨였다. 햇볕이 날 때는 따스한 봄이었다가 먹구름이 몰려오고 바람이 세차게 불 때는 한겨울이 되었다. 눈도날리고 황사도 나타났다. 그래도 호쾌한 전망만은 일품이었다. 옆의 월악산 능선과 멀리 보이는 부봉 산줄기가 마치 설악산에라도 들어온 것 같았다. 이게 북바위다. 모양이 북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북바위산에는 이렇듯 칼로 잘라낸듯한 크고작은 바위가 많다. 바위에는 쪼개지는 결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북바위를 지나고도 한참 가야 북바위산 정상이 나온다. 북바위산 정상 표지석이 재미있다. 해발 772m다. 정상에도 멋지게 생긴 소..

사진속일상 2012.04.01

아차산 큰바위얼굴

아차산에서 고구려 대장간마을이 있는 남쪽 사면에는 큰 암반이 드러나 있고 재미있게 생긴 바위가 여럿 있다. 그중에서도크기가 10m에 이르는 이 큰바위얼굴이 인기다. 일명 '배용준 바위'로 알려지면서 일본인들까지 찾아올 정도다. 트레커 시산제가 큰바위얼굴 위에 있는 넓은 마당바위에서 열렸다. 나는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시산제가 끝난 뒤에 합류했다. 대성암에서 일행과 만났다. 전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했는데대성암(大聖庵)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아름답다는 걸 새롭게 느꼈다.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두물머리의 풍경과 닮았다. 느긋하게 경치를 감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주말 휴일이라 아차산에는 산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시산제 후 아차산을 한 바퀴 돌았는데 샛길을 다닌 덕에 한적한 걷기를 즐길 수 있었다.주 등산로..

사진속일상 2012.03.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