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읽는기쁨

용서 / 김창완

샌. 2024. 5. 6. 10:28

엄마

나 학교 가다

길고양이도 용서하고

신호등도 용서하고

큰 트럭도 용서했다

자전거 타고 가는 누나도 용서하고

날아가는 새도 용서했는데

그때 구름도 용서했어요

"너 용서가 뭔지 아니?"

용서가 한번 봐주는 거 아니에요?

 

- 용서 / 김창완

 

 

산울림의 멤버로만 알았던 김창완의 이미지가 지금은 동시 작가면서 음유시인으로 달라졌다. 초기부터 예쁜 노랫말을 직접 지었지만, 70대에 접어들어서도 동시를 발표한다는 것은 동심을 잃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천진난만한 그의 표정을 떠올리면 저절로 미소가 인다. 나도 시인의 마음을 닮으면서 늙어가고 싶다.

 

이 동시를 곱씹어 보면 의미심장하다. 본다는 것은 한자로 '시(視)' '견(見)' '관(觀)' 등이 있고, 영어에도 'see' 'look' 'watch' 등이 있다. 뜻에서 각각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본다는 것은 육체의 눈만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도 볼 수 있다. 심지어는 소리를 본다는 '관음(觀音)'이라는 불교 용어도 있다. 누군가 아이에게 '용서'를 쉽게 설명하면서 '봐주는 것'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고양이를 봐주고, 신호등을 봐주고, 새와 구름을 봐주는 아이의 마음이 갸륵하다. 아이야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이런 아이의 눈이야말로 편파를 넘어선 순수한 정견(正見)이 아니겠는가. 삿된 마음으로는 제대로 보지 못한다. 눈이 있다고 다 보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