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66]

샌. 2011. 5. 26. 09:14

농부는 농사일이 없으면 즐겁지 않고

장사치는 장사 일이 없으면 즐겁지 않다.

서민들은 아침저녁 생계가 마련되면 부지런하고

공장 일꾼들은기계와 기술이 있으면 기운이 난다.

돈과 재산이 쌓이지 않으면 탐욕자는 근심하고

권세가 더해지지 않으면 과시하려는 자는 슬프다.

이처럼 세력과 외물을 좇는 자들은 변란을 즐기고

때를 만나야 소용되므로 무위자연할 수 없다.

이들은 세상 형편에 따르며 순종할 뿐

변화에 물物처럼 자정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육체와 성정을 쫓기게 하여 만물을 골몰하게 하면서

종신토록 돌아올 줄 모르니 슬픈 일이다.

 

農夫無草萊之事 則不比

商賈無市井之事 則不比

庶人有旦暮之業 則勸

百工有器械之巧 則壯

錢財不積 則貪者憂

權勢不尤 則誇者悲

勢物之徒樂變

遭時有所用 不能無爲也

此皆順比於歲

不物於易者也

馳其形性 潛之萬物

終身不反 悲夫

 

- 徐无鬼 4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 욕구를 생리적 욕구, 안전 욕구, 소속감과 애정 욕구, 자아존중 욕구, 자아실현 욕구의 다섯 단계로 나누었다. 인간은 누구나 이 다섯 개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데 하위 욕구가 충족되어야만 상위 욕구로 진행된다. 그중에서도 최상위 욕구인 자아실현 욕구가 충족될 때인생 최고의 경험을 하게 된다. 황홀하고 벅찬 내적 감동을 느끼게 되는데 불행하게도 이 단계까지 올라가는 사람은 드물다.

 

여기서 장자가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글에 나오는 보통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생리적 욕구나 안전 욕구 차원에 머물고 있다. 그것 역시 우리 삶의 한 부분이지만전부는 아니다. 사람들이 하위 욕구에 머물러만 있고 상위 욕구로 나아가지 않는 것을 보고 장자는 슬픈 일이라고 한탄한다. 대개는 하위 욕구가 만족되면 자연적으로 상위 욕구로 올라가지만 끝없이 하위 욕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과 돈벌이가 어떤 사람에게는자아실현으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이 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도리어 자신을 매몰시키는 함정이 된다.일을 통해 자기 완성을 이룰 때 일은 의미를 가진다. 세상 형편에 잘 따르고 순종하면서 성공했더라도 종국에는 거기를 넘어서야 한다. 인간 본연의 모습대로 주체적인 삶을 사는 사람을 니체는 '초인(超人)'이라고 불렀다. 그러자면 낙타에서 사자로, 사자에서 다시 어린아이로 변해야 한다고 했다. 니체의 어린아이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총족된 진인(眞人)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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