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70]

샌. 2011. 6. 26. 09:32

바다는 모든 강물을 사양하지 않으므로 큰 것의 지극함이요,

성인은 천지를 아울러 감싸고 은택이 천하에 미치지만

그의 성씨를 모른다.

이런고로 살아서는 벼슬이 없고 죽어서는 명성이 없으며

열매를 취하지 않고 이름을 세우지 않는다.

이런 사람을 대인이라 말한다.

 

故海不辭東類大之至也

聖人幷包天地澤及天下

而不知其誰氏

是故生無爵死無諡

實不聚名不立

此之謂大人

 

    - 徐无鬼 8

 

유가(儒家)에서는 이름과 명분을 중요시한다. 이념의 힘으로 질서 있고 조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자의 생애가 이를 극명히 보여준다. 유가에서 군자는 학식이나 덕행이 높은 사람이면서 동시에 높은 관직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름이나 명분은 목숨보다 소중했다.

 

도가(道家)에서는 이름을 부정한다. 도덕경의 첫머리가 ‘명가명비상명(名可名非常名)’이다. 이름이나 이념의 한계를 알고 있다. 도리어 본질을 가리는 허위의 도구이며, 흉(凶)한 것이다. 도가가 문명과 제도를 비판하는 것은 그럴듯한 명분을 이용해서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들로 가득 찬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장자는 이상적 인간을 성인(聖人), 대인(大人), 진인(眞人), 지인(至人) 등으로 불렀다. 큰 사람은 이름이나 명분에 집착하지 않는다. 살아서는 벼슬이 없고 죽어서는 명성이 없으며 열매를 취하지 않고 이름을 세우지 않는다, 이런 점이 공자의 군자와는 사뭇 대비된다. 물론 장자나 공자 모두 인간의 완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바다로 흘러가는 큰 물줄기일 것이다.

 

'삶의나침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자[172]  (0) 2011.07.10
장자[171]  (0) 2011.07.03
장자[169]  (0) 2011.06.19
장자[168]  (0) 2011.06.10
장자[167]  (0) 2011.0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