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나라 왕은 강에 배를 띄우고 원숭이 산에 올랐다.
원숭이들은 그를 보고 순순히 포기하고 달아나
깊은 가시나무 숲으로 도망쳤다.
그중 한 마리가 거만하게 나뭇가지를 흔들고 집어던지며
왕에게 재주를 뽐냈다.
왕이 활을 쏘자 민첩하게 화살을 잡아버렸다.
왕이 명하자 몰이꾼들이 달려 나와 화살을 쏘았고
원숭이는 수많은 화살을 맞은 채 죽었다.
왕은 벗 안불의를 돌아보고 말했다.
“이 원숭이는 제 재주를 자랑하고 제 민첩함을 믿고
나에게 오만했으므로 이처럼 죽임에 처해진 것이다.
경계하라!
오! 너는 인주에게 교만한 태도가 없도록 하라!”
안불의는 고향으로 낙향하여
동오를 스승으로 삼고
얼굴 표정을 없애버리고
풍악을 멀리하고 영달을 거절했다.
삼 년이 되자 나라님들이 그를 칭찬하기 시작했다.吳王浮於江 登乎狙之山
衆狙見之 恂然棄而走
逃於深진
有一狙焉 委蛇攫조
見巧乎王
王射之 敏給搏捷矢
王命相者趨射
狙執射
王顧謂其友顔不疑曰
之狙也 伐其巧恃其便
以敖예 以至此극也
戒之哉
嗟乎 無以汝色驕人哉
顔不疑歸
而師董梧
以助其色
去樂辭顯
三年而國人稱之- 徐无鬼 7
까불지 말고 나대지 말라는 얘기다. 뛰어봐야 벼룩이요, 날아봐야 손바닥 안의 손오공이다. 메추라기는 제가 사는 숲을 전 우주라 믿는다. 어리석은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 세상의 표준이라고 여긴다. 유세를 다니며 자신의 뜻대로 나라를 경영하고자 하는 이도 있으나 다 헛된 일이다. 당랑거철의 의기만은 사줄만 하나 불쌍하구나.뜬구름 같은명분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네 자신을 안다면 침묵하고 은둔하는 게 세상을 위해 나은 일이다. 동시에 자신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이 부분은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로 읽을 수도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제 재주만 믿고 까불다가는 어리석은 원숭이처럼 스스로의 묘혈을 파는 꼴밖에 안 된다. 겸손을 배우지 않으면 그 끝은 자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