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73]

샌. 2011. 7. 17. 09:42

뼛골이 없는 아첨쟁이를 ‘난주’라고 부르고

남의 그늘에서 편안함을 구하는 자를 ‘유수’라고 부르고

수족이 굽어 몸이 괴로운 병신을 ‘권루’라고 부른다.

이른바 난주는 어느 한 선생에게 배운 말을

무조건 따르고 아첨하며 자기 학설로 삼고는

스스로 만족한다.

그들은 만물이 시작되기 전을 알지 못하므로

난주라 부른다.

유수는 돼지에 기생하는 이를 말한다.

성긴 돼지 털에 살며

이것을 고대광실이나 넓은 정원으로 생각하고

발굽 사이나 젖통 사이나 사타구니를

편안하고 편리한 거처로 생각할 뿐,

어느 날 아침 도살부가 와서

팔을 가로채 풀을 깔고 연기 불에 태우면

자기도 돼지와 함께 타 죽는다는 것을 모른다.

나아가든 물러가든 제 구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자들이니

이런 것들을 이른바 유수라고 부른다.

권루는 순임금과 같은 자들이다.

양고기는 개미를 사모하지 않지만

개미는 양고기를 사모한다.

순임금은 양고기 냄새나는 행동[仁義]을 하여

백성이 그를 좋아했다.

그러므로 세 번 옮겼으나 모두 도읍을 이루었고

등에 이르자 십여만 민가가 모였다.

요임금은 순의 현명함을 듣고

불모의 처녀지를 주어 등용했다.

그리고 그 땅에 가서 은혜를 베풀기 바란다고 말했다.

순처럼 동토의 땅에 등용되어

나이 들고 천명은 쇠해졌으나

그만두고 돌아가 쉴 줄 모르는 자를

이른바 권루라고 말한다.

 

有暖姝者

有溜需者

有卷婁者

所謂暖姝者 學一先生之言

則暖暖姝而私自說

自以爲足矣

而未知未始物也

是以爲暖姝者也

溜需者豕蝨是也

擇疏렵

自以爲廣宮大유

奎蹄曲외乳間股脚

自以爲安室利處

夫知屠者之一旦

敲臂布草操煙火

而己與豕俱焦也

此以域進 此以域退

此其所謂溜需者也

卷婁者舜也

羊肉不慕蟻

蟻慕羊肉

舜有전行

百姓悅之

故三徙成都

至鄧之虛 而十有萬家

堯聞舜之賢

擧之童土之地

曰冀得其來之澤

舜擧乎童土之地

年齒長矣 聰明衰矣

不得休歸

所謂卷婁者也

 

    - 徐无鬼 11

 

장자가 조롱하는 난주, 유수, 권루는 바로 나의 모습이다. 내 안에 셋이 다 들어있다. 난주(暖姝)는 배운 바대로 따르기만 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의 견해가 좁은 사람이다. 유수(溜需)는 덧없는 일상에 만족하는 사람이다. 마치 돼지털에 기생하는 이와 같다. 냄새 나는 사타구니 털 사이에살면서도궁전이나 호화로운 저택으로 여긴다. 권루(卷婁)는 명예나 자리에 이끌려 부질없이 심신을 괴롭히는 사람이다. 대표적인 게 순임금이다. 그만 두고 돌아가 쉴 줄 모르는 자다.

 

이 셋은 모두 자신의 본성을 잃고 참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다. 좁은 지식에 사로잡혀 있던지, 안락한 일상에 만족한다. 또 이름이나 체면에 이끌려 스스로 고단한 삶을 산다. 모든 것을 벗어버리면 대자유의 경지가 있음을 모르고 있다. 도(道)를 깨우치지 못한 소인배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장자의 이런 질책은 지금의나를 돌아보며 반성하게한다. 장자의 지적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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