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75]

샌. 2011. 8. 4. 10:14

나라를 망치고 백성을 죽이는 일이 그치지 않는데도

그것을 따져 물을 줄 모른다.

 

有亡國戮民無已

不知問是也

 

    - 徐无鬼 13

 

<장자>에 숨어 있는 정신 중 하나가 '저항'이다. 전국시대라는 당시 상황에서 장자가 느꼈을 아픔과 절망이 얼마나 컸을까. 지배 체제나 기득권층에 대한 불신과 저항으로 연결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장자의 저항은 세상을 개혁하려는 또 다른 시도가 아니라 체제에 협조하고 동참하지 않으려는 보다 적극적인 저항이었다. 백성과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수많은 학파와 이데올로기가 생겼지만 결국은 지배층에 이용 당하고 백성에게 고통만 더해주었다. 민중의 삶과는 전혀 동떨어진 것들임을 장자는 간파했다.

 

장자는 월왕 구천(句踐)과 대부 종(種)의 예를 든다. 구천이 싸움에져서 회계산에 숨어 있을 때 이 패배가 장차 부흥의 원인을 됨을 대부 종은 알고 있었다. 와신상담을 곁에서 도우며 복수의 칼을 갈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부흥이 결국 자기 불행의 원인이 됨을 알지는 못했다. 구천에게 버림 받고 자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백성을 전쟁터로 내몰아 죽게 하고 자신의 몸도 온전히 보전하지 못했다. 약육강식의 세상에서 모두가 강자가 되려고 할 때 그곳은 지옥이 될 수밖에 없다.

 

장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라고 말한다.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인간을 고통에 빠뜨리는 세상의 문제가 무엇인지 기본부터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라를 망치고 백성을 죽이는 일이 그치지 않는 것은 거기에 대해 따져 묻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교활하고 어리석은 지배층만 아니라 아무 의식 없이 자발적 복종을 하는 속물들에게 하는 경고다. 장자의 주장은 무정부주의에 가까울 정도로 래디컬하다. 이런 장자의 정신은 비록 형태를 달리하지만 간디나 소로우로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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