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77]

샌. 2011. 8. 23. 16:53

옛 성인은

궁할 때는 가문 사람들에게 가난을 잊도록 하고,

영달할 때는 왕공들로 하여금 작록을 잊고

낮추도록 교화하며,

사물에 대해서는 더불어 편안하게 하고,

사람들에게는 원하는 물자를 유통시켜

자기를 보전케 했소.

그러므로 혹은 말없이 사람들을 화목하게 다독거리며

사람들과 벗하여 나란히 서 있지만 사람들을 교화시키오.

부자간에 마땅하면 다른 사람도 편안하게 될 것이니

한결같이 한가하게 그들을 풀어놓소.

 

故聖人

其窮也 使家人忘其貧

其達也 使王公忘其爵祿

而化卑

其於物也 與之爲娛矣

其於人也 樂物之通

而保己焉

故或不言 而飮人之和

與人竝立而使人化

父子之宜 彼其乎歸居

而一閒其所施

 

    - 則陽 1

 

칙양(則陽)편이다. 다른 잡편과 마찬가지로처음에 나오는 단어로 편의 이름을 삼은 것이다. 칙양은 노나라 사람인데 물론 그가 이 편을 대표하지는 않는다. 이 부분은 칙양이 초나라의 현인 왕과(王果)를 찾아가 나누는 대화의 일부로 성인의 행실을 설명하고 있다.

 

여기서는 마지막 구절인 '한결같이 한가하게 그들을 풀어놓소'라는데 주목한다. 장자가 중요하게여기는 가치 중 하나가 바로 '한가함[閒]'이다. 현대는 속도의 시대로 한가함은 미덕이 되지 못한다. 일이 없거나 바쁘지 않다는 것은 무능력한 사람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정신 없이 바쁜 결과 현대인의 몸은 병들고 정신은 황폐해졌다. 마음의 여유와 한가함을 잊은 결과다. 장자는 느리고 여유있게 살라고 한다. 거칠고 경쟁적인 삶의 방식을 버리고 부드럽고 우아한 본래의 삶을 되찾으라고 한다. 앞만 보고 달리는 현대인의 질주에제동을 걸고 잠시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데에장자 철학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있다. 장자가 말하는 느림과 비움, 한가함에서 희망을 찾는다.

 

누가 쓴 건지는 모르지만 어디에선가 본 시를 한 편 소개한다.

 

주여, 저로 하여금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마음의 평화를 주시어 물결처럼 요동하는 나의 가슴을 잔잔하게 하소서

영원한 세계를 바라보게 하시어 성급하지 아니하고 천천히 걷게 하소서

매일매일의 복잡한 생활 속에서도 높은 산을 바라보며 침묵을 배우게 하소서

내 기억 속에 아직 살아 있는 아름다운 노래로써 마음의 긴장을 풀게 하소서

휴식은 우리를 새롭게 소생시키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하소서

한 송이의 아름다운 꽃을 보기 위하여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 위하여

열심히 집을 짓고 있는 한 마리의 거미를 관찰하기 위하여

사랑스런 어린아이를 바라보며 마음껏 웃어보기 위하여

좋은 책을 읽기 위하여

잠시라도 휴식을 취하며 자신을 살펴보게 하소서

인생이라고 불리는 달리기 시합에서는

빠른 자가 항상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빠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날마다 잊지 않고 기억하게 하소서

높은 탑과 같이 치솟은 큰 떡갈나무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서두르지 않고 잘 자라났기 때문에

이처럼 크고 튼튼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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