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천지 사이에 매달린 것처럼
어둡고 막히면
이해가 서로 갈리며
심한 불이 일어나
사람들의 화목을 태워버린다.
달빛은 본래 불빛을 이기지 못한다.
여기에서 무너짐으로써 도(道)는 내쫓긴다.
心若縣於天地之間
慰흔沈屯
利害相摩
生火甚多
衆人焚和
月固不勝火
於是乎有퇴然而道盡
- 外物 2
동양철학에서는 인간 본성이 이렇다 저렇다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인간은 어떤 결정된 존재가 아니라 하늘과 땅 사이에서 천지와 상호작용을 하며 우주만물과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이 교류가 끊어질 때 인간은 도(道)를 상실하고 짐승의 단계로 추락하고 만다. 그러므로 항상 천명(天命)에 마음을 열어 막히고 어두워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인간은 자신을 도야함으로써 더 나은 존재로 향상될 수 있는 바탕이 있음을 여기서는 '달빛'으로 표현한 점이 재미있다. 다른 종교에서 신성(神性), 불성(佛性)이라 부르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장자도 역시 인간을 긍정적으로 본다. 우리 내면에는 빛이 있다. 심연의 어둠에 감추어진 꺼지지 않는 빛이다. 이 빛으로 인하여 인간은 하늘과 교통하는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이 빛은 달빛처럼 은은하고 약하다. 이해의 다툼과 욕망, 분노로 인하여 마음에 불이 일어나면 달빛은 쉽게 가려진다. 월고불승화(月固不勝火), 달빛은 결코 불빛을 이기지 못한다. 불은 하늘과 인간의 조화로운 관계를 태워버린다. 그러므로 마음 속에서 욕망의 불이 타지 않도록 늘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 수신과 극기, 절제가 강조되는 이유다. 정욕의 불을 끄고 자신을 비울때 달빛은 우리의 내면을 환하게 비춘다. 허실생백(虛室生白), 텅 빈 방에 빛이 환하다, 의 경지가 바로 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