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86]

샌. 2011. 11. 24. 09:18

임공자가 커다란 낚싯바늘과 굵은 낚싯줄에

소 오십 마리를 미끼로 매달아

회계산에 앉아 동해에 낚싯대를 던져놓고 낚시를 했다.

날마다 낚시를 했으나 일 년이 되어도 물고기를 잡지 못했다.

이윽고 대어가 미끼를 물고

물속으로 들어갔다가

갑자기 솟구쳐 올라 지느러미를 치니

흰 파도가 산더미 같고 온 바다를 진동시키고

그 소리가 귀신 같아 천리가 두려움에 떨었다.

임공자는 이 물고기를 잡아 포를 떴는데

절강의 동쪽에서 창오의 북쪽까지

온 백성들이 배불리 먹고 남았다.

 

任公子爲大鉤巨緇

五十개以爲餌

준乎會稽 投竿東海

旦旦而釣 期年不得魚

已而大魚食之 牽巨鉤

함沒以下

驚楊而奮기

白波若山 海水震蕩

聲모鬼神 憚赫千里

任公子得若魚 離而석之

自제河以東 蒼梧以北

莫不厭若魚者

 

    - 外物 4

 

<장자>가 문학작품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 부분이 보여준다. '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같은 중국 특유의 과장법이다. <장자>만큼 과장과 비유가 많이 나오는 철학서도 없을 것이다. <장자> 첫머리에도 엄청난 크기의 물고기 얘기가 나온다. 곤(鯤)은 크기가 수천 리가 되고, 변해서 새가 되면 날개 길이만도 수천 리가 된다. 붕(鵬)은 하늘을 덮으며 남쪽 바다로 날아간다.

 

과장과 비유를 통해 장자가 말하려는 의도는 일상의 경험세계 너머에 상상하지도 못하는 거대한 정신세계가 있음을 일깨워주려는 것이다. 가는 대나무 낚싯대로 도랑에서 붕어나 낚는 소인에게 이런 얘기는 허황하게 들릴 수 있다. 우물 안 개구리 식 사고에서 벗어나 좁은 틀을 깨고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라는 장자의 충고다. 작은 견해로는 큰 세상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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