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88]

샌. 2011. 12. 9. 07:31

작은 지혜를 버리면 큰 지혜가 밝아지고

선을 버리면 저절로 선해진다.

영아가 나면서부터 훌륭한 선생이 없어도

능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말을 잘 하는 자와 같이 살기 때문이다.

 

去小知而大知明

去善而自善矣

영兒生無石師

而能言

與能言者處也

 

    - 外物 6

 

앞부분에는 이런 예화가 나온다. 어느 날 송나라 원군의 꿈에 신령스런 거북이 한 마리가 나타나서 어부에게 잡혔다고 하소연했다. 원군이 어부를 불러 확인해 보니 사실이었다. 원군은 그 거북을 바치게 하고 거북을 죽여 거북점을 치게 했다. 거북은 창자가 도려내지고 몸은 일흔두 군데나 구멍이 뚫렸다. 거북은 능히 원군에게 현몽할 재주가 있었지만 창자가 도려내지는 환난은 피할 수 없었음을 장자는 한탄한다.

 

'작은 지혜를 버리면 큰 지혜가 밝아지고, 선을 버리면 저절로 선해진다[去小知而大知明 去善而自善矣].' 노장사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말이다. 공자와 유가를 비판하는 가운데 나온 이 말은 유가사상과 비교할 때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유가의 인위적인 도덕 운동에 대해 도가는 대립적 태도를 보인다. 뭔가를 도모하는 유위(有爲)의 행위는 도리어 큰 화를 자초할 뿐이다. 도야된 인격을 통해 덕치를 하겠다는 것은 도리어 백성을 질곡에 빠뜨리는 짓이다. 자기 수양으로 선을 얻는 게 아니라, 선을 버릴 때 선해진다. 도가에서는 이상적 인간상으로 영아의 특징을 든다. 어린아이로 돌아갈 때 인간은 본래의 모습을 회복한다. 그러나 유가에서 영아는 무지몽매해서 가르치고 이끌어야 할 교육의 대상이다.

 

장자는 자아에 대한 집착과 타인에 대한 지배 욕구를 철저히 경멸한다. 기존의 가치관이나 관념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의(義)나 선(善)이라 믿는 것들이 도리어 인간을 가두는 족쇄가 된다. 장자가 밝히는 새로운 가치관의 중심에는 자유와 해방이 있다. 어린아이의 순수무구함을 회복하는 것이 도(道)와 함께 하는 삶의 시작이다. 어른이란 고정된 관념의 감옥에 갇힌 사람이다. 버려야 얻어질 수 있다. 무위(無爲)에 이르면 모든 것은 '저절로[自]'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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