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89]

샌. 2011. 12. 14. 07:40

혜자가 장자에게 말했다.

"그대 말은 쓸모가 없다."

장자가 말했다.

"그대가 무용을 안다니

비로소 유용을 더불어 말할 수 있겠네.

대저 지구는 넓고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지만

사람이 사용하는 것은 발자국을 용납할 정도뿐이네.

그렇다고 쓰지 않는 발자국 주변의 땅을

황천까지 굴착해 버리면

사람들이 오히려 유용하다 하겠는가?"

혜자가 말했다. "무용하다고 하겠지."

장자가 말했다.

"그런즉 무용한 것도 유용한 것이 분명하다네."

 

惠子謂莊子曰

子言無用

莊子曰

知無用

而始可與言用矣

夫地非不廣且大也

人之所用容足耳

厠足而塾之

致黃泉

人尙有用乎

惠子曰 無用

莊子曰

然則 無用之爲用也亦明矣

 

    - 外物 7

 

무용지용(無用之用)을 말함에 이만큼 적절한 비유가 있을까. 걸어가는데 필요 없다고 발자국이 닫는 부분만 남기고 파낸다면 온전히 걸을 수 없다. 그러므로 무용도 유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장자는 변호한다. 장자의 익살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장자는 유용만을 취하는 세태를 비판하고 있다. 실용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인간마저 도구화되고 사물화된다. 이것이 현대 사회 위기의 본질이기도 하다. 경제적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우리의 삶은 얼마나 피폐해졌는가. 양극화로 나누어져 빈부격차는 점점 커지고,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환경이 파괴되고, 아이들은 일찍부터 경쟁 체제에 내몰린다. 사람들이 너무 유용의 가치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유용과 무용이란 오직 인간의 관점일 뿐이다. 편견에 따라 편 가르기를 한다. 장자는 유용과 무용을 넘어 존재의 관점에서 사물을 보라고 한다. 가치 없고 쓸모없는 것이란 없다. 인간은 인간에게 유용한 열매를 맺지 못하는풀을 잡초라고 부른다. 없애려고 농약을 남발해서 대지를 오염시킨다. 지금의 교육 현장 역시 유용한 인재를 키우고 골라내기 위해 모든 아이에게 싸움박질을 시킨다. 경쟁에서 탈락한 다수의 마음을 읽지 않는다. 장자가 본다면 이것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쯧쯧, 혀를 찰 것이다.

 

며칠 전에 대학 교육을 거부하는 데 대한 TV 토론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그때 반대쪽 토론자 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 주장은 쓸모가 없어. 비현실적이고 뜬구름 잡는 얘기야." 혜자가 장자에게 한 "그대 말은 쓸모가 없다."와 똑같았다. 현실파들의 눈에는 당연히 그렇게 보일 것이다. 아마 장자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뭐라고 말했을까, 혼자 속으로 상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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