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82]

샌. 2011. 10. 9. 08:07

소지가 물었다.

“사방 육합에서

만물이 생기는 작용이 어째서 일어날까요?”

대공조가 답했다.

“음양이 서로 비춰주고 덮어주고 바로잡아 주기 때문이다.

계절은 서로 갈마들고 서로 낳고 서로 죽인다.

욕심과 미움, 나아가고 물러남이

이로써 의탁하여 일어나고,

자웅이 쪼개지고

이로써 변함없이 보존되는 것이다.

안위가 서로 바뀌고 화복이 서로 낳고

완급이 서로 갈마들고 취산이 이루어지니

이로써 명칭과 실재가 회통할 수 있고

정기와 묘용이 뜻을 펴는 것이다.

질서를 따라 서로를 다스리고

운행을 의탁하여 서로를 사역하니

막히면 근본으로 돌아가고

끝나면 시작된다.

이것이 만물이 보존되는 현상이다.”

 

少知曰

四方之內 六合之裏

萬物之所生惡起

大公調曰

陰陽相照 相蓋相治

四時相代 相生相殺

欲惡去就

於是橋起

雌雄片合

於是庸有

安危相易 禍福相生

緩急相摩 聚散以成

此名實之可紀

精微之可志也

隨序之相理

橋運之相使

窮則反

終則始

此物之所有

 

    - 則陽 6

 

소지(少知)와 대공조(大公調)의 문답 중 일부다. 만물의 작용에 대한 철학적 설명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나는 장자를 읽으면서 동양철학의 핵심을 ‘변화’와 ‘관계’로 파악했다. 만물은 상호작용하는 역동적 관계에서 존재한다. 독립된 실체는 없다. 인간의 ‘성’(性)도 ‘하늘’(天)과의 관계에서 이해될 수 있다. 고정된 본성은 없다. 도덕경 첫머리에 나오는 ‘상도’(常道)도 변화하는 도를 전제로 해야 할 것 같다. 불변이라는 개념은 동양철학과는 맞지 않는다.

 

우주는 만물이 변화하는 무대다. 음과 양의 대립과 조화를 통해 만물의 생성, 소멸, 변화가 쉼 없이 일어난다. 막히면 돌아가고, 끝나면 시작되는 순환작용으로 만물이 보존된다. 안위(安危)와 화복(禍福)은 끊임없이 반복된다. 이런 천지의 공평무사한 운행 원리를 도(道), 또는 자연(自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말짱 헛일이다. 변화하는 현상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집착은 탐욕과 번뇌를 낳을 뿐이다. 이런 사실을 안다면 어떤 태도로 살아야 하는지는 분명해진다.

 

BC 5세기 경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도 “만물은 유전한다.”고 말했다. 현상의 끊임없는 변화와 생성소멸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것이 서양에서는 현실 너머에 있는 불변의 세계를 추구하게도 되었지만 동양에서는 그런 데에 대한 관심은 거의 없었다. 관념에 빠지는 대신 동양의 정신세계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자연의 원리를 어떻게 인간의 삶으로 구현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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