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그대여!
천하에는 피살자가 많은데 그대가 먼저 당했구려.
말끝마다 도둑질하지 말라, 살인하지 말라지만,
영욕으로 핍박하여 이런 병통이 생겨났고
재화가 한곳으로 모이니 이런 쟁투가 생겨났다.
지금은 사람을 몰아세워 병들게 하고
사람을 모아 싸우게 하고
사람의 몸을 곤궁하게 하여 한시도 쉬지 못하게 하니
이런 지경에 이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子乎子乎
天下有大재 子獨先離之
曰莫爲盜 莫爲殺人
榮辱立然後覩所病
貨財聚然後覩所爭
今立人之所病
聚人之所爭
困窮人之身
欲無至此得乎
- 則陽 4
백구(栢矩)가 천하를 돌아다니던 중 제나라에서 형벌을 받고 버려진 시체를 보았다.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이런 일은 흔했을 것이다. 그러나 백구는 시신 곁을 떠나지 못한다. 슬픔과 울분을 느낀다. 시체를 수습해 묻어주고 하늘을 우러러 곡하며 위로한다.
형벌을 받았다는 것에서 그가 범죄자였음을 알 수 있다. 도둑질을 했거나 살인을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백구는 그를 탓하지 않고 잘못된 사회구조에서 원인을 찾는다. 사악한 시스템에서는 일부 특권층을 제외하고 다수의 민중들은 고통 받는 희생자들이다. 약육강식과 생존경쟁, 부의 독점 현상은 춘추전국 시대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세상의 틀이 바뀌지 않고는 이런 재앙이 그치지 않는다는 게 장자의 관점이다.
장자는 기존 체제의 변화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정치적 혁명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영적으로 각성되지 못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억압 구조가 탄생할 뿐이다. 장자가 그토록 철저하게 정치나 권력에 대해 냉소적인 이유다. 대신 장자는 현실 초월을 통해 자유를 얻는 정신적 혁명의 길을 선택했다. 그런 점이 장자를 은둔주의자나 이상주의자로 보이게도 한다. 심지어는 미치광이 소리도 듣는다. 장자는 그때나 지금이나 너무 래디컬해서 상식을 따르는 사람들에게서는 오해를 사고 있다. 어찌 보면 그게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