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181]

샌. 2011. 9. 27. 11:48

거백옥은 지난 육십 년 동안 육십 번 변했다.

미상불 시작은 옳다고 했으나

끝에는 버리면서 그르다고 한다.

지금 옳다고 하는 것을

오십구 년 후에는 그르다고 할는지 아무도 모른다.

만물은 모두 생명을 가지고 있으나 그 뿌리는 볼 수 없다.

출현한 것은 있는데 그 문을 볼 수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지혜가 알고 있는 것을 존중할 뿐,

자기 지혜가 알지 못하는 것을 믿을 줄을 모른다.

그렇다면 지식이란 가히 큰 의혹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거伯玉行年六十 而六十化

未嘗不始於是之

而卒黜之以非也

未知 今之所謂是之

非五十九年非也

萬物有乎生 而莫見其根

有乎出 而莫見其門

人皆尊其知之所知

而莫知恃其知之所不知

而後知可不謂大疑乎

 

    - 則陽 5

 

거백옥은 군자의 삶을 산 모범적인 인물이다. 공자의 동시대 사람으로 공자도 거백옥을 존경했다고 한다. 그런 거백옥도 육십 년 동안에 육십 번을 변했다. 전에 옳다고 여긴 것을 뒤에는 그르다고 했다. 그렇듯 삶이란 늘 흘러가고 변하는 것이며 인간의 생각이나 지식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자신의 짧은 견해로 세상을 재단한다. 작은 창문으로 보는 세상을 전 우주로 여긴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식의 틀을 깨고 보면 누구나 무지의 고백을 아니 할 수 없다. 소크라테스가 말한, 모른다는 것을 아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지혜다. 현재의 생태적 위기 상황은 얕은 지식으로 오만해진 인간이 자초한 것이다. 눈 앞의이득에만 신경을 쓰는 바람에 사물의 뿌리를 볼 줄 모른다. 지식이 병통이다. 이제는 겸손으로 돌아가야 한다. 겸손이야말로 개인 뿐만 아니라 인류의 미덕이 되어야 한다. 자연과 온생명 앞에 겸손해질 때 인류는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이렇게 오만방자하다가는 정말 막다른 골목에 내몰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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