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07]

샌. 2012. 5. 20. 09:00

왕이 말했다.

"오늘 검사들로 하여금 그대 검의 날카로움을 시험하겠다."

장자가 말했다. "기다린 지 오랩니다."

왕이 물었다.

"그대는 긴 칼과 짧은 칼 중 어느 것을 잡을 것인가?"

장자가 답했다.

"신이 잡을 칼은 어느 것이든지 좋습니다.

그런데 신에게는 세 가지 검이 있는데

대왕께서 골라 쓰는 데로 따르겠습니다.

청컨대 먼저 세 가지 검에 대해 말하고

그다음에 시험하게 해주십시오."

왕이 말했다.

"세 가지 검에 대해 듣고 싶구나!"

 

王曰

今日試使士敦劍

莊子曰 望之久矣

王曰

夫子所御杖長短何如

臣之所奉皆可

然臣有三劍

唯王所用

請先言

而後試

王曰

願聞三劍

 

    - 說劍

 

'설검' 편의 우화도 길고 산만하며 격이 낮다. <장자>를 읽는 박력이 떨어진다. 칼을 찬 검사 복장의 장자가 왕 앞에서 유세하는 장면도 낯설다.

 

내용은 이렇다. 조나라 문왕은 검 싸움 구경을 좋아해서 밤낮없이 어전에서 격투가 벌어졌다. 사상자가 한 해에 백여 명이나 생기고 나라는 쇠해져 갔다. 나라가 걱정된 태자가 장자를 모셔왔다. 최고의 검사라 자랑하며 왕 앞에 선 장자는세 가지 검에 대해서 설명한다.

 

'천자의 검'은 자연의 원리에 따르는 검으로 이 칼을 한번 쓰면 뭇 군주를 바로잡고 천하가 귀복한다. '제후의 검'은 나라 안 사방이 귀복하여 군주의 명을 따르는 검이다. 그리고 '서인의 검'은 서로 공격하여 목을 베고 심장을 찌른다. 지금 왕은 천자의 자리에 있으면서 서인의 검을 좋아하니 나라가 위태로워졌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충격을 받고석 달 동안 궁을 나가지 못했다. 그리고검사들도 모두 숨어 버렸다는 내용이다.

 

사람을 살리는 검이 있고, 죽이는 검이 있다. 누가 어떤 목적으로 쓰느냐에 따라 천양지차가 난다. 검은 단지 도구일 뿐이다. 여기서 '검'이란 말일 수도 있고, 글일 수도 있고, 사상이나 믿음일 수도 있다. 아무리 그럴싸하더라도 사람을 살리고 세상을 평화롭게 하지 못한다면 피를 흘리는 '서인의 검'에 불과하다. 이걸 무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장자의 지적에 금방 깨닫고 되돌아선 조 문왕의 태도가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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