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11]

샌. 2012. 6. 21. 10:47

기술이 좋으면 수고롭고, 지혜로운 자는 근심이 많은 것이다.

능함이 없는 자는 구함도 없으니

배부르게 먹고 맘대로 노닌다.

물결 따라 떠가는 배처럼 묶이지 않고

비어 있는 것이 맘대로 노니는 자다.

 

巧者勞而知者憂

無能者無所求

飽食而敖遊

汎若不繫之舟

虛而敖遊者也

 

    - 列禦寇 1

 

앞부분에 이런 얘기가 나온다. 열자가 제나라로 가다가 되돌아오던 중에 백혼무인을 만났다. "그대는 무슨 잘못된 일이 있어 되돌아왔는가?" "제게 놀랄 일이 있었습니다." "무슨 일로 놀랐는가?" "제가 열 집에서 음식을 사 먹었는데, 다섯 집에서는 돈도 받지 않고 대접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고 존경하는 것을 접하고 열자는 도리어 두려워했다. 장사치들이 이렇게 하는데 나중에는천자가 정사를 맡기고 공적을 이루라고 할 것이 뻔하므로 겁을 먹었다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서 수고롭기보다 은둔의 낙을 즐기는 장자적 기질이 드러난 예화다.

 

기술이 좋으면 수고롭고, 지식이 많으면 근심이 많다. 못 생긴 나무가 제 수명을 다하며 숲을 지킨다. 무능(無能)을 이만큼 찬양하는 건 노장 외에는 없다. 그러나 세상의 무능이 하늘에는 유능(有能)이 된다. '쓸모 있는 인간이 되라'는 말의 이면에 무슨 의미가 숨어 있는지를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은 현대인을 가리켜 풍요의 감옥에 갇힌 사람이라 했다. 달콤함에 빠져 자신이 감옥에 갇힌 줄도 모르고 있다.

 

<장자>의 주제는 '자유'와 '해방'이다. 인간을 옭아매는제도, 이데올로기, 고정관념의 사슬을 풀고 삶의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한다. 푸른 하늘 아래 드넓은 초원에서 뛰어놀라 한다. 그런 점에서 <장자>는 기쁨의 철학이다. 물결 따라 자유롭게 떠가는 배처럼 텅 비어 맘대로 노니는 자가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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