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장자[214]

샌. 2012. 8. 11. 10:04

노나라 애공이 안합에게 물었다.

"나는 공자를 나라의 동량으로 삼으려 하는데

그러면 나라가 나아지겠는가?"

안합이 말했다. "매우 위험합니다.

공자의 방술이란 깃털을 꾸미고 채색하는 것입니다.

그의 사업은 말씀을 화려하게 꾸미고

갈래로 나누는 것을 종지로 삼습니다.

천성을 잘라내는 것을 백성에게 본받도록 하고

받아들임은 마음이요,

주재함은 정신임을 알지도 믿지도 않습니다.

그런 그가 어찌 백성을 중하게 여기겠습니까?

공자는 그대의 벗이므로

제가 공자를 두둔한다면 그대를 오도함이 분명합니다.

실질을 떠나 백성을 거짓되게 가르치는 것은

백성을 돌보는 행위가 아닙니다.

후세를 위해 고려한다면

그를 채용하는 것을 그만두는 것이 좋습니다."

 

魯哀公問於安闔曰

吾以仲尼爲貞幹

國其有廖乎

曰殆哉급乎

仲尼方且飾羽而畵

從事華辭

以支爲旨

忍性以視民

而不知不信受乎心

宰乎神

夫何足以上民

彼宜女與

子이與誤而可矣

今使民離實學僞

非所以視民也

爲後世慮

不若休之

 

- 列禦寇 4

 

 

공자는 자신을 알아주지 못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슬픔을 느꼈을 것 같다. 늙은 몸을 이끌고 주유천하 하며 자신을 알리기 위해 애썼지만 어디서나 높은 벽을 마주해야 했다. 일부 제후가 관심을 두기는 했지만 신하들의 반대가 더 심했다. 권력을 둘러싼 세력 다툼이다. 여기 나오는 안합의 경우가 대표적인데, 공자의 가르침을 일종의 방술로 격하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이상을 밀고 나간 공자의 기개도 대단하다. 그는 현실 정치에서는 자기 뜻을 펼치지 못했지만, 사후에는 영원한 인류의 스승이 되었다. <장자>에서 공자와 그 학설을 비난하는 대목이 자주 나오는데 그만큼 두려운 존재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마 장자와 공자가 직접 만났다면 허허, 웃으며 각자 가는 길을 서로 축복해주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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