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부여 궁남지와 낙화암

샌. 2010. 6. 30. 13:14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부여에 들렀다. 아이들이 초등학생이었을 때 부여에 놀러왔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벌써 20 년 전의 일이다. 그 전에는 약혼 기념으로 아내와 여행할 때 부여에 들린 적이 있었다. 모두 아득한 옛날이어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부여에 들어서면서 부여가 아직 시가 아닌 읍이라는 사실이나로서는 놀라웠다. 백제의 마지막 수도로서 지명도가 높은 고을이니 당연히 시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백제 하면 떠오르는 어떤 쓸쓸하고 애상적인 분위기가 지금의 부여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분위기가 도리어 백제의 옛 수도로서 어울리는 것도 같다.

 


먼저 궁남지(宮南沚)를 찾았다. 궁남지는 백제 무왕 때 만든 인공호수로 경주 안압지와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궁남지는 아담한 크기에 둘레에는 버드나무가 많고 가운데에는 작은 섬이 있다. 옛날에는 주변이 논이었다는데 지금은 연꽃밭을 만들어 놓았다. 7월 말 경이면 연꽃 축제가 열린다는데 장관이 될 것 같다. 지금은 연꽃이 하나둘씩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처럼 다른 볼거리가 있어야 홍보가 되면서 찾는 사람이 늘어나는가 보다.

 



점심은 구드래 나루터에 있는 장원막국수집에서 막국수를 먹었다. 편육도 하나 시켰는데 부드럽고 고소했다. 아내가 우리 이제는 돈 너무 아끼지 말고 맛 있는 것도 사먹으면서 살자고 하는데 목이 울컥했다. 그동안 아내와 여러 차례 막국수를 먹으면서도 편육을 시켜본 적은 없었다. 혼자 버는 공무원 월급으로 서울 생활을 하자면 절약밖에 도리가 없었다. 그나마 생활의 여유를 찾은 건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다음은 부소산길을 걸어 낙화암으로 갔다. 부소산 숲이 좋았다. 크고 오래된 나무는 없었으나 잘 다듬어 놓은숲은 단정했다. 낙화암에서 왠 소음이 요란한가 했더니 아래 백마강에서 4대강 공사를 하는 중이었다. 맞은편 강변이 온통 파헤쳐지고 있었다. 중장비 소리가 강이 아파하는 비명으로 들려 마음이 편치 않았다. 저 위쪽 어딘가에는 부여보를 만든다고 한다.슬픈 낯으로 내려다보던 옆 사람이 "이명박 개XX" 라고 욕하며 혀를 찼다. 백주대낮에 어떻게 저런 일이 벌어지는지 정말 납득이 잘 안 된다. 더구나 한두 군데도 아니고 전 국토의 주요 강이 이런 식이라니......

 


고란사에 들렀으나 기분을 잡친 터라 그저 심드렁했다. 시끄러운 소리는 더욱 심했다. 그래선지 절을 지키는 사람 표정도 어두워 보였다. 그러나 되돌아나오며 부소산을 한 바퀴 도는 산책길은 좋았다.

 

지나는 길에 잠시 들른 부여라 이번에는 궁남지와 낙화암만 보고 서울로 돌아왔다. 그런데 올라오는 길에 고속도로에서 왠 정신 나간 여자에게 차 뒤를 받혔고, 관공서에서 걸려온 또다른 여자의 냉랭한 전화는 더 심각했다. 일이 잘 풀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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