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파주 비학산길을 걷다

샌. 2010. 7. 5. 15:10


히말라야 팀과 산길을 걸었다. 파주 법원읍에 있는 비학산을 중심으로 여러 산들이 이어진 산줄기를 따라 걷는 길이었다.

 

비학산(飛鶴山, 454m)은 해발 500m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산이지만 산길은 고만고만한 산들이 연이어 있어 쉼 없이 오르내림이 반복되면서 아기자기했다. 대부분 걷기 좋은 흙길이었고 쉼터도 잘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큰 장점은 산길이 U자형으로 되어 있어 자연스레 원점 회귀가 된다는 점이다. 이 비학산은 1968년의 청와대 습격 사건 때 무장공비들의 침투로였다. 지금도 산에는 그들의 은거지였던 장소가 남아 있다.


산에서는 여러 종류의 버섯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망태버섯을 본 것은 제일 큰 수확이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망태버섯을 비학산에서 드디어 만난 것이다. 망태버섯은 꽃보다 더 아름답다. 버섯을 둘러싼 노란색 그물이 마치 황금색 드레스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하루 정도밖에 유지되지 못하고 진다니 아름다운 것은 단명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버섯의 머리에서부터 그물이 내려와 줄기를 감싸는데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인터넷에서 그물이 자라는 동영상을 보면 자연의 신비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망태버섯에는 노란색과 흰색의 두 종류가 있는데, 대나무 숲에서 자라는 흰색 망태버섯만 식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지금 이때가 망태버섯을 볼 수 있는 적기다.




눈 밝은 동료는 영지버섯도 땄다. 시커멓게 마른 영지만 보았는데 살아있는 선명한 영지를 본 것도 처음이었다. 플라스틱을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산에는 이름을 모르는 버섯들도 많았다. 비학산은 버섯에 관심을 갖게 하는 산이다. 버섯 이름도 공부해 보고 싶다. 꽃으로는 하늘말나리가 제일 많이 눈에 띄었다.












내려오는 길에 본 법원읍이 지방의 작은 고을답게 아담하고 깔끔해 보였다. 이런 동네를 볼 때마다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읍 정도 크기의 공동체가 사람이 살기에 제일 적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산을 내려와 유명하다는 초리골의 초계탕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식당 안팎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30분 이상을 줄 서서 기다려서야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더구나 우리 뒤부터는 재료가 떨어졌다고 오는 사람들을 돌려보내야 했다. 그런데 배가 고파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먹었다. 초계탕(醋鷄湯)은 닭고기살과 시원한 얼음육수가 주재료인데 겨자가 들어갔는지 톡 쏘는 맛이 특이했다. 땀 흘리는 여름철의 별미라고 할 만한 음식이었다.



오늘 산길을 걸은 시간이 여섯 시간이 넘었다. 출발할 때는 잔뜩 흐렸는데 낮에는 햇살이 따갑고 후덥지근했다. 다들 땀 많이 흘렸고 마지막에는 지친 기색들이었다. 그러나 나로서는 망태버섯을 만나고 오래 걸을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산길이었다. 아마 내년 이맘때에는 망태버섯을 만나러 다시 찾지 않을까 싶다.



* 산행시간; 6시간 30분(8:30 - 15:00)

* 산행경로; 초리골 초계탕집 - 암산 - 삼봉산 - 은굴 - 대피소 - 비학산 - 장군봉 - 매바위 - 승잠원 - 초계탕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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