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덕진에서 한벽당을 왕복하다

샌. 2010. 6. 29. 15:23


그저께는 전주천을 따라 덕진에서 한벽당 사이를 왕복했다. 비가 내린다고 예보가 되었으나 하늘만 잔뜩 흐렸을 뿐 걷기에는 지장이 없었다. 전주천은 여러 번 걸었으나 이번에는 상류 쪽으로 해서 한벽당까지 갔다. 시간 여유가 있었다면 치명자산 앞을 지나 더 멀리까지 걸어갔을 것이다. 도심을 벗어난 그쪽은 전주 한옥마을과 연계된 둘레길인데 조용하면서 풍광이 좋아 보였다.




한벽당(寒碧堂)은 조선 건국에 큰 공을 세운 최담이 태종 4년(1404)에 별장으로 지은 건물이다. 누각 아래로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흐르는데, 바위에 부딪쳐 흰 옥처럼 흩어지는 물이 시리도록 차다하여 ‘한벽당’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호남의 명승 한벽당에는 시인 묵객들이 쉴 새 없이 찾아와 시를 읊고 풍류를 즐겼으며, 길 가던 나그네들도 이곳에서 쉬어가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로 옆을 지나는 고가도로에 갇혀 옹색하기 그지없다.


이 한벽당 앞에는 오모가리 매운탕 집들이 있어 예전에는 맛있게 먹었었다. 그때는 전주천에서 직접 잡은 민물고기를 바로 끓여주었는데 얼큰한 것이 별미였다. 그러나 몇 해 전에 옛 맛을 생각하고 다시 찾았다가 무척 실망했다. 지금은 전주천에서 고기가 나지도 않을뿐더러 냉동시킨 고기를 끓인 듯 푸석이는 게 옛날의 명성은 찾을 수 없었다.



전주천은 서울 한강의 지천에 비하면 규모가 작다. 수질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서울에서 느끼지 못하는 지방만의 분위기가 있다. 주변의 건물이라든가 사람들의 모습이나 말투가 그렇다. 또한 다리 밑에서는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바둑을 두고 화투를 치는 풍경도 특이하다. 서울처럼 깔끔하게 정비는 되지 않았으나 사람이 사는 동네 같은 느낌이 난다. 좀 지저분하고 어수선해도 이렇게 사람 냄새가 나는 게 좋다.



덕진과 한벽당 사이를 왕복하는데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중간에 전주향교에도 들렀는데 걸은 거리는 10 km 정도 될 듯싶다. 찌뿌듯하던 몸이 조금은 활기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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