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 떠나라
- 낯선 곳 / 고은
그랜드 캐니언을 보고 싶어 아메리카로 간다. 고등학교 1학년인가 2학년 때의 국어 시간, 교과서에 실린 천관우의 그랜드 캐니언 기행문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때 다짐했었다. 언젠가 나도 그랜드 캐니언에 설 것이라고. 그 꿈이 이제 실현되려 한다.
이번 패키지여행에는 캐나디안 로키도 포함되어 있다. 겨울 로키도 만나고 싶은 풍경 중 하나였다. 주마간산 격이겠지만 그래도 아메리카 대자연을 일별이라도 해 보는 데 의미가 있다. 또, 아내와 처음으로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열흘 뒤면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온다. 인생이란 끊임없는 떠남과 돌아옴인가 보다. 돌아오기 위해서 떠나고, 다시 떠나기 위해서 돌아오는 건 아닐까. 낯선 곳이란 곧 익숙한 곳이 될 다른 이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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