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경북 북부지역 가을 여행

샌. 2011. 10. 28. 08:49


지난 주말(2011. 10. 22.), 경떠모 회원들과 경북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1박2일의 여행을 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내성천 이야기'였다. 고향에 미리 내려와 있던 나는 풍기에서 다섯 명의 일행과 합류했다. 전날 저녁부터 내리던 비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풍기에서 갈비인삼탕으로 점심을 하고 순흥으로 이동해도호부 터를 찾았다. 옛 청사 자리에는 지금 순흥면사무소가 자리 잡고 있고 그 옆에 관원들의 쉼터로 썼다는 정원이 일부 남아 있다. 연못을 파고 봉도각(逢島閣)이라는 정자도 세웠다. 그러나 지금 인간의 흔적들은 모두 사라졌고 노목들만이 남아 세월의 무상함을 말없이 전해주고 있다. 오늘 같이 비 내리는 가을에 더욱 어울리는 곳이라 할 수 있다.

 

우리는 죽계천을 따라 피끝마을로 갔다. 1456년, 순흥에 위리안치되어 있던 금성대군을 중심으로 한 단종 복위운동이 실패하자 순흥부는 쑥대밭이 된다. 순흥 안씨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고, 죽계천을 따라 10여리나 떨어진 안정면 동촌리까지 핏물이 흘러갔다고 한다. 그래서 이 마을 이름이 '피끝마을'이다. 순흥이 절개와 선비 정신으로 대표되는 것은 바로 이 사건 때문일 것이다.

 


고향 마을 앞을 지났지만 집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마을 앞을흐르는 개천은 소백산에서 발원한 남원천이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이곳에서 홀딱 벗고 하루 종일 물과 함께 놀았다. 그때의 불알 동무들은 이제 거의 만나지 못한다. 남원천은 죽계천과 합쳐져 서천이 되어 영주를 지나고 다시 내성천과 만나 한참을 흐른 뒤 낙동강 본류와 합해진다.

 





다음은 내성천이 있는 무섬마을로 향했다. 행정지명으로는 영주시 문수면 수도리(水島里)다. 이곳은 내성천의 대표적인 물돌이 마을이면서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는 촌락이다. 무엇보다 강변의 넓은 모래사장과 외나무다리가 인상적이었다.아름다운 금모래와 깨끗한 물은 내성천의 자랑거리다.

 



외나무다리를 따라 강물을 건너며 잠시 동심에 젖었다.

 


무섬마을에서 가까운상류에 영주댐이 건설되고 있다. 안타깝고 화 나는 일이다. 현장을 다시 보기 싫었지만 그래도 일행들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지나는 도로 옆으로는 가림막을 해놓고 공사 현장을 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차를 세우면 경비원이 나타나 인상을 쓰며 쫓아낸다. '접근하면 발포 금지'라는 경고문만 없지 살벌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도둑 촬영하는 일행들 모습이 재미있었다.

 





하회마을로 가 후소당(後素堂)의 관류정(觀流亭) 별채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40도 안동소주에 대취했다.

 


다음날 아침, 다른 사람들은 걸어서 병산서원에 다녀왔으나 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가시지 않은 취기에 머리가 아프고 감기 기운이 나타났다. 주제 파악 못하고 너무 까불었다.

 






나룻배로 낙동강을 건너 부용대로 가는 길에 옥연정사(玉淵精舍)에 들렀다. 옥연정사는 서애 류성룡 선생이 기거하면서 징비록을 쓴 곳이라 한다. 수많은 관광객이 정사를 가로질러 지나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단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느껴져서 좋았다.

 

안동 김씨의 고향인 소산(素山)마을에 들리는 걸 끝으로 나는 일행과 헤어졌다. 더 이상 무리했다가는 앓아 누울까 겁이 났다. 회원들은 예천 회룡포와 삼강주막을 거쳐서울로 올라갔고 나는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시작은 화려했지만 끝은 초라해진 여행이었다.

 

배 형이 만든 여행 팜플렛에 실린 조지훈의 시 '별리(別離)'를 옮긴다. 조지훈의 처가가 무섬마을에 있었고, 이 시는 시인이 무섬에서 쓴 것이라 한다.

 

푸른 기와 이끼 낀 지붕 너머로

나즉히 흰구름은 피었다 지고

두리기둥 난간에 반만 숨은 색시의

초록 저고리 당홍치마 자락에

말 없는 슬픔이 쌓여 오느니

십리라 푸른 강물은 휘돌아 가는데

밟고 간 자취는 바람이 밀어가고

방울 소리만 아련히

끊질 듯 끊질 듯 고운 뫼아리

발 돋우고 눈 들어 아득한 연봉(連峰)을 바라보나

어미 어진 선비의 그림자는 없어

자주 고름에 소리 없이 맺히는 이슬 방울

이제 임이 가시고 가을이 오면

원앙침(鴛鴦枕) 비인 자리를 무엇으로 가리울꼬

꾀꼬리 노래하던 실버들 가지

꺾어서 채찍 삼고 가옵신 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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