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씨엠립(5) - 똔레삽

샌. 2024. 1. 25. 11:01

어제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강행군을 한 탓에 오늘 오전은 휴식이다. 늦잠을 푹 자고 아침 식사 전 숙소에서 가까운 공원을 가볍게 산책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어디서나 똑 같다. 거리는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활기가 가득하다. 공원에서는 조깅이나 걷기를 하는 현지인의 발걸음이 상쾌하다. 이 모든 풍경을 아침 햇살이 포근하게 감싼다.

 

 

물놀이하는 손주를 보며 풀장의 파라솔 아래에서 시간을 보냈다.

 

숙소 손님은 대부분이 서양인들이다. 가끔 호텔 식당에서 한국인을 만나는데 그때뿐이다. 낮에는 관광을 하느라 바쁠 것이다. 반면에 서양인은 낮에도 풀장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서 쉬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나이 많은 사람들이긴 하다.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다. 그들한테서는 삶의 여유가 보인다.

 

반면에 우리는 바삐 돌아다니고 뭔가 하나라도 더 봐야 알찬 여행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 없이 쉬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여기는 것이다. 여행도 일하는 것처럼 부지런을 떤다. 이런 패턴도 이제는 바꿔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오후에는 똔레 삽 호수 관광에 나섰다. 똔레 삽(Tonle Sap) 호수는 길이가 150km, 너비가 30km 정도 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호수다. 메콩강과 연결되어 있어 우기가 되면 강이 역류하여 면적이 넓어지고 건기에는 줄어든다. 똔레 삽에는 어업을 주로 하는 주민들이 수상가옥에서 살아간다. 대략 3만 명 가까이 사는데 베트남인들도 많다고 한다.

 

 

지금은 건기라 물이 빠져서 수상가옥의 나무 기둥이 길게 드러났다.

 

 

통통배를 타고 간 뒤에 쪽배로 갈아타고 맹그로브 숲을 구경했다. 쪽배는 여인들이 앞자리에 앉아 노를 저어 나아가는데 중학교에 다녀야 할 나이 또래의 아이도 있어서 마음이 짠했다.

 

 

수상 휴게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다시 통통배를 타고 일몰을 보기 위해 호수 안으로 나갔다. 해 지는 풍경이야 지구상 어디든 다 같지 않겠는가. 관광 안내서에는 황홀한 노을이라고 소개되어 있지만,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똔레 삽 호수이기에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날의 석양이었다.

 

 

두 번째로 보는 씨엠 립에서의 노을이었다. 이곳의 노을은 화려하지 않고 담담하다. 유적지에서 보는 노을은 쓸쓸한 애상을 불러 일으켰고, 톤레 삽에서의 노을은 애틋한 슬픔을 품고 있었다. 하루 중에서 저녁은 신을 만나는 시간이라고 어느 분이 말했다. 그렇다면 노을은 신이 우리에게 걸어오는 말씀인지 모른다. 천 년 전의 유적에 둘러싸인 씨엠 립과 가장 어울리는 시간이야말로 노을 지는 저녁이 아닌가 싶다.

 

오전은 휴식, 오후는 똔레 삽에 다녀오는 것으로 여유로웠던 다섯 째 날 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