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손주와 여름휴가

샌. 2022. 7. 29. 16:35

방학을 맞은 손주와 전주에서 여름휴가를 함께 보냈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만에 집 밖으로 벗어난 가족 휴가였다. 아직 조심스러워 사람으로 북적이는 데보다는 조용한 곳을 찾으려고 했다.

 

첫째 날은 전주로 내려가는 길에 춘장대해수욕장에 들렀다. 아직 본격적인 휴가철이 안 되서인지 넓은 해수욕장은 한산했다. 춘장대는 주차장이나 서비스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인지도에서 뒤처지는 것 같다. 반면에 인근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머드축제로 인산인해라는 보도다.

 

 

처음에는 멈칫하다가 손주는 곧 물에 뛰어들었다. 썰물 때여서 바닷물은 자꾸 뒤로 물러났다.

 

 

둘째 날 오전에는 덕진공원으로 연꽃을 보러 갔다. 작년에는 공사 중이더니 호수 가운데의 연화정 건물을 비롯해 많은 부분이 변해 있었다. 연꽃도 만개중이었다. 오후에 손주는 제 엄마와 함께 한옥마을로 나들이를 나갔다.

 

 

셋째 날은 지리산 뱀사골계곡으로 피서를 떠났다. 장모님을 모시고 갔기 때문에 계곡 깊이 들어가지는 못하고 초입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나는 와운(臥雲)마을까지 다녀오는 왕복 6km의 짧은 트레킹을 걸었다. 계곡을 연해 있는 길은 반 정도가 순한 나무 데크로 되어 있어 수월하게 걸을 수 있었다. 손주를 데려가고 싶었으나 할아버지를 영 따라오려 하지 않았다.

 

 

와운마을 입구에는 암반 위에서 자라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있는데 '부부송'이라 이름 붙어 있다. 서로를 향하는 줄기와 뿌리가 간절해 보였다.

 

 

와온마을까지 찾아간 건 이 천년송을 보기 위해서였다. 

 

 

손주와 전주에서 3박4일의 여름휴가를 알차게 보냈다. 아이가 의젓한 언행을 보일 때면 참 많이 컸구나를 각별하게 느낀다. 저 작은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아이들은 환경에 대한 적응 능력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아직 철없는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래서 귀엽고 사랑스럽다. 머리가 더 커진 훗날이 되면 할아버지 옆에 다가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조금은 슬퍼진다.

 

 

4대가 나란히 걸어가는 뒷모습을 본다. 장모님과 손주의 나이차는 80년이다. 개체는 나고 사라지면서 무엇인가가 연연히 이어져간다. 우리가 나아가는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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