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속일상

고향에서 3박4일

샌. 2022. 7. 16. 11:04

어머니를 뵈러 고향에 가서 나흘을 머물렀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장마철이라 하늘은 잔뜩 흐렸다.

 

단양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죽령을 지나는 국도를 오랜만에다. 중앙고속도로가 개통되어 죽령터널이 뚫린 뒤로는 거의 다닐 일이 없는 죽령길이었다. 이렇게 우회하는 것은 마음을 달래고자 해서였다.

 

 

죽령을 넘어서 희방폭포에도 들렀다. 희방계곡은 어릴 적 가족의 여름 피서지였다. 다섯 남매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일 년에 한 번뿐인 소풍날이었다. 50여 년이 지나 그 자리에 서니 이런저런 상념이 찾아와 어지러웠다.

 

 

어머니의 들깨 심는 일을 도우러 내려왔지만 일은 이미 끝나 있었다. 어머니는 부지런하기로 우리나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하실 분이다. 아흔둘 연세에 집에서 멀리 떨어진 이 산속 밭을 여전히 돌보신다.

 

 

동생이 관리를 잘 해서 산소의 잔디가 곱게 자랐다. 

 

 

둘째 날은 어머니와 주변 드라이브를 나갔다. 완공된 영주댐은 나도 첫걸음이었다.

 

연락이 안 되는 고모를 찾아갔지만 문은 잠겨 있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가스 검침 기록을 보니 4월 이후로 수치에 변화가 없다. 아들 집에 가 계신가 보다. 점심은 장어를 대접했다.

 

 

어머니의 방은 언제 봐도 깔끔하다. 밭의 작물 관리도 마찬가지다. 어머니는 잠시도 가만 계시지 않는다. 평생을 일이 몸에 밴 습관이다. 

 

 

벽에는 어머니가 만든 작품이 걸려 있다. 

 

 

마을 동무집 화단에 핀 배롱나무꽃이 환했다. 내려갈 때는 마을 동무들과 소주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짧게 얼굴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고향집에 가면 만사가 귀찮아지면서 더욱 비활동적으로 된다. 

 

 

셋째 날은 종일 비가 내려서 집에서 쉬었다. 마을회관에 안 나가신 어머니와 방에서 빈둥거렸다. 데크의 흔들의자에 앉아 비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는 저녁 시간이 좋았다. 

 

 

집 주변에는 참새가 참 많다. 저녁이 되면 뒷산에서 구슬프게 우는 소쩍새 울음소리도 어릴 때처럼 여전했다. 

 

 

고향집에는 올해 제비가 찾아와서 처마에 집을 짓고 새끼 두 마리를 키우고 있다. 암수 교대로 집을 지키며 부지런히 먹이를 날라다 준다. 제비가 다시 찾아온 것은 자연이 회복되는 신호인 것 같아 반가웠다. 옛날에는 집집마다 제비집이 한두 개씩 있었고, 하늘에는 날아다니는 제비로 가득했다. 제비는 길조다. 우리 집안에도 앞으로 기쁜 소식이 찾아오기를 제비를 의탁해 빌어본다. 

 

 

아흔이 넘은 삶은 어떤 걸까. 어머니를 보면 외로움이 제일 큰 것 같다. 혼자여서가 아니라 자식과 함께 사는 이웃도 마찬가지다. 서로간에 마음이 맞지 않으면 외로움에 더해 마음까지 편치 못하다. 다행히 시골 노인네들은 마을회관에 모여서 시간을 보내신다. 점심과 저녁 식사도 회관에서 해결한다.

 

어머니는 현재 마을에서 최고령자시다. 하지만 활동이나 건강면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신다. 밭일을 하는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다. 다동(多動)이 건강의 비결임을 어머니가 몸으로 보여주신다. 이 또한 우리 자식들의 복이 아니겠는가. 

 

넷째 날, 돌아오는 길에 단양강 잔도를 걸었다. 

 

 

도담삼봉에도 잠시 들렀다. 

 

 

"넌 행복한 줄 알아야 해!" 부모님이 안 계신 친구가 한 말이다.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갖춘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나를 얻으면 다른 하나를 잃어야 하는 게 인생이 아닌가.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진해지는 법이다. 빛에 끌린다면 응당 그림자도 외면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은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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