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24

논어[313]

필힐이 부른즉, 선생님이 가고 싶어 하였다. 자로가 말했다. "언젠가 제가 선생님께서 '자신이 저질러서, 좋잖은 짓을 한 자의 틈에 참된 인간은 끼지 않는다'고 하시는 말씀을 들었는데, 필힐이 중모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켰는데도 선생님은 가시려고 하니 어찌된 일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렇다. 그렇게 말한 일이 있다. '단단하다'고 말하지 않는가! 갈아도 닳지 않으니.... '희다'고 말하지 않는가! 검게 물들여도 검어지지 않으니.... 나는 어찌 조롱박이던가? 대룽대룽 매달려서 먹지도 못하는 물건인가?" 佛힐召 子欲往 子路曰 昔者 由也 聞諸夫子曰 親於其身爲不善者 君子不入也 佛힐 以中牟畔 子之往也 如之何 子曰 然 有是言也 不曰堅乎 磨而不린不曰白乎 涅而不緇 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 - 陽貨 6 앞에 ..

삶의나침반 2018.10.25

논어[312]

자장이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세상에서 다섯 가지 일만 잘하면 사람 구실이 되지." 자세한 것을 물은즉 '공손하고, 너그럽고, 미덥고, 민첩하고, 인정이 있어야 한다. 공손하면 업신여기지 않고, 너그러우면 많은 사람이 따르고, 미더우면 일거리를 맡기고, 민첩하면 공을 세우고, 인정이 있으면 사람을 잘 부릴 수가 있다." 子張問仁於孔子 孔子曰 能行五者於天下 爲仁矣 請問之 曰 恭 寬 信 敏 惠 恭則不侮 寬則得衆 信則人任焉 敏則有功 惠則足以使人 - 陽貨 5 뒤에 나올 요왈(堯曰) 편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다. 인(仁)의 정치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는 공손함[恭], 너그러움[寬], 믿음직함[信], 부지런함[敏], 베품[惠]의 다섯 가지를 제시한다. 이는 정치만이 아니라 완성된 인간의 ..

삶의나침반 2018.10.20

논어[311]

공산불요가 비 지방에서 반란을 일으킨 후 선생님을 부른즉, 선생님이 가고 싶어했다. 자로가 언짢게 여겨 말하기를 "그만 두셔야지요. 하필 공산 씨에게로 가실 게야 있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를 부르는 것이 어찌 공연한 일일까! 만일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으면 나는 한 번 동쪽 주나라처럼 만들어 볼까!" 公山弗擾 以費畔 召 子欲往 子路 不悅 曰 末之也已 何必公山氏之之也 子曰 夫召我者而豈徒哉 如有用我者 吾其爲東周乎 - 陽貨 4 자로의 반응으로 봐서 반란을 일으킨 공산불요는 평판이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공자는 공산과 손을 잡고 싶어 했다. 공자는 그만큼 절박했는지 모른다. 정치를 할 수 있다면 주나라가 동쪽에 있던 시절을 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공자에게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삶의나침반 2018.10.13

논어[310]

선생님이 무성 지방에 가서 풍류 소리를 들으셨다. 선생님은 방긋이 웃으면서 "닭 잡는 데 소 칼을 내두르다니!" 자유가 대답하기를 "전에 제가 선생님께 듣자옵기를 '참된 인물이 도리를 배우면 사람들을 사랑하고, 하찮은 사람이 도리를 배우면 부리기 쉽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얘들아! 언의 말이 옳다. 앞서는 거저 농담으로 한 말이다." 子之武城 聞弦歌之聲 夫子莞爾而笑曰 割鷄焉用牛刀 子游 對曰 昔者偃也 聞諸夫子曰 君子學道則愛人 小人學道則易使也 子曰 二三者 偃之言是也 前言戱之耳 - 陽貨 3 상황을 정리하면 이럴 것이다. 공자 제자인 자유가 무성 지방을 다스리고 있었는데, 어느 날 스승이 방문했다. 제자가 잘 다스리고 있다는 소문을 듣고 칭찬해주고 싶었으리라. 그런데 무성의 풍류 소리를 듣고는..

삶의나침반 2018.10.07

논어[309]

선생님 말씀하시다. "인간성은 비슷비슷하고 습관은 서로가 딴판이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뚫어지게 아는 이와 깜깜한 먹보와는 서로 어쩔 수 없다." 子曰 性相近也 習相遠也 子曰 唯上知與下憂 不移 - 陽貨 2 30년 넘게 교단에 서면서 수많은 아이를 만났다. 인간은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누차 확인하는 시기였다. 공자가 말하는 습(習)의 차이일 것이다. 한편 성(性)은 눈에 띄지 않는다. 어렴풋이 감지할 뿐이다. 불교에서 모든 인간은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는 보는 것도 공통된 인간성의 한 단면이리라. 인간은 배움을 통해 참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씨앗을 가지고 있다고 공자도 보았음이 틀림없다. 넓은 습의 스펙트럼에서 어찌할 수 없는 양극단도 존재한다. 태어나면서부터 아는 상지(上知)가 있는가 하면, ..

삶의나침반 2018.09.30

논어[308]

양화가 공자를 만나고 싶어하였으나 공자는 만나주지 않았다. 공자께 돼지를 보내왔다. 공자는 그가 없는 틈을 타서 사례를 하려고 나섰다. 도중에 그를 만난즉, 공자더러 말하기를 "오십니까! 나하고 이야기 좀 해 보십시다." 하고는 "보물을 간직하고서도 나라의 혼란을 그대로 두는 것이 사람다운 일일까요?" "옳지 않지요." "일하기를 좋아하면서도 때를 놓치는 것이 슬기로운 일인가요?" "옳지 않지요." "날과 달은 덧없으니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공자 말씀하시다. "옳습니다. 나도 쉬 벼슬살아 보겠습니다." 陽貨欲見孔子 孔子不見 歸孔子豚 孔子時其亡也而往拜之 遇諸塗 謂孔子曰 來 予與爾言 曰 懷其寶 而迷其邦 可謂仁乎 曰 不可 好從事 而기失時 可謂知乎 曰 不可 日月逝矣 歲不我與 孔子曰 諾 吾將仕矣 ..

삶의나침반 2018.09.22

논어[307]

제후의 처를 제후가 부를 때는 "부인"이라 하고, 부인이 자기를 말할 때는 "소동"이라 하고, 그 나라 사람들이 부를 적에는 또한 "군부인"이라 하고, 딴 나라 사람들에게 말할 때는 "과소군"이라 하고, 딴 나라 사람들이 부를 때도 또한 "군부인"이라 한다. 邦君之妻 君稱之曰 夫人 夫人自稱曰 小童 邦人稱之曰 君夫人 稱諸異邦曰 寡小君 異邦人稱之亦曰 君夫人 - 季氏 11 누가 부르느냐에 따라서 호칭이 다양하다. 정확한 호칭이 필요했으니 공자가 이렇게 정리했을 것이다. 지금은 '영부인(令夫人)'으로 통일된 듯하다. 상대 자녀의 존칭으로는 '영식(令息)' '영애(令愛)'라고 하니, '영(令)'을 붙이면 존대의 의미를 띈다. '영부인'은 대통령 경우만이 아니라 윗사람의 부인을 표현하는 일반 호칭이다. 또한 '각하..

삶의나침반 2018.09.13

논어[306]

진항이 백어더러 묻기를 "그대는 아마도 딴 이야기라고 들었겠지?" 대답하기를 "못 들었습니다. 언젠가 혼자 서서 계실 때 내가 총총걸음으로 뜰 앞을 지나간즉 '시를 배웠느냐?' 대답하기를 '못 배웠습니다.' '시를 못 배웠다면 이야기할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돌아와 시를 배웠습니다. 어느 날 또 혼자 서서 계신 때 내가 총총걸음으로 뜰 앞을 지나간즉 '예법을 배웠느냐?' '못 배웠습니다.' 대답했더니 '예법을 배우지 않으면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하시기에 나는 돌아와 예법을 배웠습니다. 들은 것은 이 두 가지입니다." 진항이 물러나 온 후에 기뻐서 말하기를 " 하나를 묻고 세 가지를 배웠으니, 시에 관하여 듣고, 예법에 관하여 듣고, 또 참된 인물은 자기 아들과의 사이도 다붓하지 않다는 사실을 듣게..

삶의나침반 2018.09.05

논어[305]

선생님 말씀하시다. "좋은 일을 만나면 쫓듯이 덤비고, 좋잖은 일을 당하면 끓는 물에서 손을 빼듯하는 그런 사람을 나는 보았고, 그런 말을 나는 들었다. 숨어 지내면서도 높은 뜻을 간직하고, 옳은 일을 행하면 넓은 길을 터준다는 그런 말을 나는 들었으나, 그런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제나라 경공은 말이 사천필이나 되었건만 죽는 날에 백성들이 칭찬할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백이 숙제는 수양산 기슭에서 굶어 죽었지만 백성들이 지금도 그의 인격을 칭송하니 그것은 이를 두고 이른 말인가!" 孔子曰 見善如不及 見不善如探湯 吾見其人矣 吾聞其語矣 隱居以求其志 行義以達其道 吾聞其語矣 未見其人也 齊景公有馬千駟 死之日 民無德而稱焉 伯夷 叔齊 餓于首陽之下 民到于今稱之 其斯之謂與 - 季氏 9 제나라 경공과 백이 숙제를..

삶의나침반 2018.08.31

논어[304]

선생님 말씀하시다. "쓸모 있는 인간은 아홉 가지 경우를 생각한다. 보는 데는 밝을 것을, 듣는 데는 맑을 것을, 안색은 부드러울 것을, 태도는 공손할 것을, 말은 진심으로 할 것을, 일은 꾸준할 것을, 의심날 때는 물을 것을, 분통 터질 때는 뒷처리할 것을, 이익 볼 일 당하면 옳으냐 그르냐를 생각한다." 孔子曰 君子有九思 視思明 聽思聰 色思溫 貌思恭 言思忠 事思敬 疑思問 忿思難 見得思義 - 季氏 8 군자되기도 참 어렵다. 모든 행동거지가 완벽해야 하니 말이다. 차라리 소인으로 살아가는 게 마음 편할 것 같다. 마지막의 '옳은 일을 당하면 옳으냐 그르냐를 생각한다[見得思義]'는 안중근 의사의 붓글씨로 남아 있다. 유묵에는 '見利思義見危授命'으로 되어 있다. '이익 볼 일이 생기면 의로운지 생각하고, 나..

삶의나침반 2018.08.26

논어[303]

선생님 말씀하시다. "낳자마자 아는 사람은 위가 되고, 배워서 아는 사람은 그 다음이요, 막혔다가 배운 사람은 또 그 다음인데, 막혔어도 배우지 않는 부류들은 꼴찌감이다." 孔子曰 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 下矣 - 季氏 7 여기서 '안다'는 말은 교과서적인 지식이 아니라 인간의 도리에 대한 앎과 실천일 것이다. 그래야 '생이지지(生而知之)'가 가능하다. 산골의 일자무식 농부도 사람의 도리 측면에서는 위가 될 수 있다. 우리들 대부분은 그 뒤에 속한다. 배워서 알게 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막혔어도 막힌 줄을 모르는 인간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세상이 혼미하다.

삶의나침반 2018.08.20

논어[302]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간은 세 가지를 두려워한다. 천명을 두려워하고, 큰 어른을 두려워하고, 성인의 말씀을 두려워한다. 하찮은 사람은 천명을 모르므로 두려워하지 않는다. 큰 어른께 함부로 굴고, 성인의 말씀을 업신여긴다." 孔子曰 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 小人 不知天命 而不畏也 狎大人 侮聖人之言 - 季氏 6 반대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역사는 천명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에 의해 변화되고 진보해 왔다. 여기 나오는 천명, 큰 어른, 성인의 말씀은 권위를 지탱하는 힘이다. 신분이나 지위에 의한 예속 관계를 심화, 고착시킨다. 판을 뒤엎는 새 물결은 기존의 패러다임에 대한 반동에서 생긴다. 기존의 권위를 부정하는 모든 운동은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상이나 신념도 마찬가지다. 부처를..

삶의나침반 2018.08.15

논어[301]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세 가지 일을 조심한다. 젊을 때는 혈기가 아직 알차지 않은 때라 계집을 조심하고, 장년이 되면 혈기가 꿋꿋하므로 주먹다짐을 조심하고, 늙어지면 혈기가 시들기 때문에 탐욕을 조심해야 한다." 孔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 季氏 5 인간의 성정을 혈기(血氣)로 설명하는 게 재미있다. 동양 의학이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노년이 되어 혈기가 시들면 그걸 보충하기 위해 탐욕스럽게 된다는 것이다. 설명의 옳고 그름을 떠나 노인의 탐욕만큼 부끄러운 것도 없다. 그치고 놓아야 할 때 더 움켜쥐고 악착스럽게 되면 노추(老醜)다. 재물이나 명예욕만이 아니다. 노인의 옹고집은 사고의 탐욕이다. 생기가 끊어진 나뭇가지..

삶의나침반 2018.08.10

논어[300]

선생님 말씀하시다. "윗사람을 모실 때 세 가지 잘못이 있으니, 말을 안 해야 할 때 말을 하는 것은 조급한 짓이요, 말을 해야 할 경우에 말하지 않는 것은 감추는 짓이요, 얼굴빛도 보지 않고 중얼거리는 것은 눈 먼 짓이다." 孔子曰 侍於君子 有三愆 言未及之而言 謂之躁 言及之而不言 謂之隱 未見顔色而言 謂之고 - 季氏 4 윗사람 모실 때의 말가짐에 대한 가르침이다. 말을 해야 할 때 입 다물지 말고, 말을 하지 말아야 할 때 나서지 말고, 상대의 얼굴빛을 살피지 않고 중얼거리지 말라는 세 가지 금기사항이다. 꼭 윗사람만이겠는가. 아랫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말에는 상대가 있으니 중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존중이 아닐까. 말가짐은 결국 마음가짐과 연결되는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8.08.03

논어[299]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익한 즐거움도 셋이요, 손해 보는 즐거움도 세 가지다. 예법과 음악을 알맞게 좋아하고, 남의 좋은 점을 들추기를 좋아하고, 잘난 벗이 많은 것을 좋아하면 유익하다. 풍성풍성 놀기를 좋아하고, 흐늘흐늘 놀기를 좋아하고, 먹자판 놀기를 좋아하면 손해 본다." 孔子曰 益者三樂 損者三樂 樂節禮樂 樂道人之善 樂多賢友益矣 樂驕樂 樂佚遊 樂宴樂損矣 - 季氏 3 공자의 '세 가지' 시리즈가 계속된다. 인생에서 누리는 즐거움에도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이 있다. 그중에 해로운 즐거움 세 가지는 교락(驕樂), 일유(佚遊), 연락(宴樂)이다. 안하무인격으로 노는 것, 빈둥거리며 노는 것, 먹고 마시는 일에 빠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즐겁게 살아야 하지만 어떤 즐거움이냐가 중요하다. 피해야 할 즐..

삶의나침반 2018.07.27

논어[298]

선생님 말씀하시다. "유익한 벗이 셋이요, 손해 보는 벗이 셋이다. 곧은 이와 벗하고, 믿음직한 이와 벗하고, 박학한 이와 벗하면 유익하다. 편벽스런 이와 벗하고, 능글능글한 이와 벗하고, 재잘거리는 이와 벗하면 손해 본다."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益矣 友便벽 友善柔 友便녕 損矣 - 季氏 2 공자가 사람 나누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셋이 길을 가면 그 가운데 스승이 있다고 했으니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세상 만물이 다 나의 스승이 된다. 그러나 누구와 어울리느냐에 따라 공부의 성과가 달라진다. 자극을 받는 벗이 있고, 방해되는 벗도 있다. 곧은[直], 믿음직한[諒], 박학한[多聞] 벗과 가까이하라고 한다. 아주 실용적인 지침이다.

삶의나침반 2018.07.23

논어[297]

선생님 말씀하시다. "구야, 참된 인간은 '욕심이 납니다'라 하지 않고, 무어니 무어니 핑계를 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내가 듣기에는 '나라나 집을 지닌 사람은 사람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공평할까 걱정하며,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안정할까 걱정한다'고 한다. 대개 공평하면 가난하지 않고, 화목하면 사람이 적지 않고, 안정하면 기울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기 때문에 먼 데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다면 문화의 힘으로 따라오게 만들며, 이미 왔거들랑 안정을 시켜 주어야 한다. 이제 유와 구는 그 분을 돕되 먼 데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 것을 따라오게도 못하며, 나라는 갈가리 찢어져도 걷어잡지 못하고, 그러고서 국내에서 병력을 동원하려고 하니, 내 짐작에는 아마도 계손씨의 근심은 전유에게 있는 것..

삶의나침반 2018.07.10

논어[296]

음악 선생 면이 만나려고 왔을 때 층계에 이른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층계입니다." 앉는 자리에 이른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앉는 자리입니다." 모두들 앉은즉, 선생님은 그에게 일러주기를 "아무개는 여기 있고, 아무개는 여기 있습니다." 음악 선생 면이 나간 후에 자장이 묻기를 "그것이 음악 선생과 함께 이야기하는 도리인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렇다. 본시 음악 선생은 도와 드려야 하는 거다." 師冕見 及階 子曰 階也 及席 子曰 席也 皆坐 子告之曰 某在斯某在斯 師冕出 子張問曰 與師言之道與 子曰 然 固相師之道也 - 衛靈公 34 여기 적힌 내용으로 볼 때 음악 선생 면은 장님이 분명하다.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공자학당에 찾아왔을 것이다. 공자는 손수 안내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상황을 설명해 준다..

삶의나침반 2018.07.03

논어[295]

선생님 말씀하시다. "길이 다르면 서로 의논할 것도 없다." 子曰 道不同 不相爲謨 - 衛靈公 33 인생에는 수없이 많은 길이 있다. 타자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모든 길은 옳다. 어느 길로 가느냐는 각자의 선택이며, 다만 선택에 따른 과보는 감내해야 한다. 개인의 가치관이나 집단의 이데올로기 차이가 서로 다른 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면서 공동체를 이루는 게 민주사회다. 내 생각만이 바르고 내 길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파쇼적 폭력일 뿐이다. "길이 다르면 서로 의논할 것도 없다"는 공자의 말씀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바탕에서 가능하다. 우리는 각자 제 길을 가면서 전체적으로는 조화를 이루며 살아간다.

삶의나침반 2018.06.28

논어[294]

선생님 말씀하시다. "교육하면 차별은 없다." 子曰 有敎無類 - 衛靈公 32 전에 근무했던 학교 현관에 들어서면 '有敎無類'라 적힌 액자가 제일 먼저 맞았다. 그때는 이 말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공자님이 학생을 들일 때 신분이나 빈부의 차별을 하지 않았다는 정도로 이해했다. 그런 면에서 현대의 보통교육은 유(類)가 없다고 할 수 있다. 공자 시대보다는 확실히 진일보했다. 그러나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현 체제의 교육은 차별을 심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사이는 물론이고, 배운 사람 또한 줄 세우기 하는 현실이니 말이다. 부와 권력의 세습에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생각해 본다. 약육강식의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지나 않는지. 더 나은 인간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공..

삶의나침반 2018.06.20

논어[293]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왕을 섬길 때는 제 직분에 충실하고 봉급 문제는 뒤로 미룬다." 子曰 事君 敬其事 而後其食 - 衛靈公 31 8천 명이 넘는 후보자가 출마한 6.13 지방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왕조시대와 비교할 때 섬기는 대상은 다르지만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정파의 이익이나 개인의 욕심을 떠나 내 고장과 이웃을 위해 조용히 진정으로 일해 줄 사람이 많이 뽑혔으면 좋겠다.

삶의나침반 2018.06.08

논어[290]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들이 사람 구실하는 것을 물불보다도 더 무섭게 안다. 물불에 뛰어들다가 죽는 사람을 나는 보았지만, 사람 구실 하는 데 뛰어들다가 죽은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子曰 民之於仁也 甚於水火 水火 吾見蹈而死者矣 未見蹈仁而死者也 - 衛靈公 28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 구실[仁]'하며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실감한다. 이웃에 폐를 끼치며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게 인(仁)의 기본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심이 소중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명심해야 한다. 그러자면 제 이기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개인만 아니라 가족이나 국가 이기주의도 마찬가지다. 이기성에서 벗어난 마음이 선(善)이다. 인과 선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나 손해보더라도 착하게 살라고 자식을 교육하는 부모는 드물다. ..

삶의나침반 2018.05.20

논어[289]

선생님 말씀하시다. "훌륭한 인물은 잔일은 잘 모르지만 큰 일은 맡을 수 있다. 하찮은 사람은 큰 일을 맡아서는 안 되지만 잔일은 잘 안다." 子曰 君子不可小知 而可大受也 小人 不可大受 而可小知也 - 衛靈公 27 큰 그릇과 작은 그릇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만들어지기보다는 타고나는 품성 중 하나다. 여기 나오는 '소지(小知)'는 '단편적인 지식'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까. 제 좁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재단하는 사람이 소인이다. 큰 일을 감당할 수 없다. 그러나 세상살이에서는 소지(小知)와 소인(小人)도 필요하다. 잔일을 아는 사람도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자가 군자와 소인을 구분했지만 하나를 차별하고 배척하는 것은 아니다. 군자로만 이루어진 세상이 이상향은 아니다. 군자와 소인이 제 역할을 하며..

삶의나침반 2018.05.15

논어[288]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혜는 넉넉하지만 사람 구실로 뒷받침하지 않으면 비록 얻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잃고야 만다. 지혜도 넉넉하고 사람 구실로 뒷받혀졌더라도 엄격한 태도로 대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존경하지 않는다. 지혜도 넉넉하고 사람 구실로 뒷받혀졌고 엄격한 태도로 대하더라도 질서있게 백성들의 활동을 도와주지 않으면 잘된 일은 못된다." 子曰 知及之 仁不能守之 雖得之 必失之 知及之 仁能守之 不莊以리之 則民不敬 知及之 仁能守之 莊以리之 動之不以禮 未善也 - 衛靈公 26 여기 나오는 지(知), 인(仁), 엄정(莊), 예(禮)를 정치인이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볼 수 있겠다. 과연 이렇게 실천되는 정치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민주정이 되었지만 정파의 이익에 휘둘리는 것이 현실 정치다. 지금의 대의 민주주의를 공자가..

삶의나침반 2018.05.07

논어[287]

선생님 말씀하시다. "쓸모 있는 인간은 자기의 나갈 길을 찾지, 먹고 사는 일은 꾸미지 않는다. 밭갈이 하되 배고픈 것은 그 속에 있거든. 학문을 닦으면 식록은 그 안에 있고. 참된 인간은 나갈 길을 걱정하지,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 거야." 子曰 君子謀道不謀食 耕也 뇌在其中矣 學也 祿在其中矣 君子憂道 不憂貧 - 衛靈公 25 인간의 가치는 먹고사니즘을 넘어서는 데 있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이것이 군자의 화두다. 삶의 길을 공부하다 보면 식록은 따라온다. 설령 그렇지 못하더라도 군자는 가난을 걱정하지 않는다. "君子憂道 不憂貧" - 이 구절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한때 "부자 되세요"가 국민적 인사말이 된 적이 있었다. 누가 누구를 나무랄 것인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겠다.

삶의나침반 2018.05.02

논어[286]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진종일 먹지도 않고 온 밤을 꼬박 새워가며 생각해 보아도 별것 없었다. 공부하는 것만 못하다." 子曰 吾嘗終日不食 終夜不寢 以思無益 不如學也 - 衛靈公 24 학(學)의 중요함이야 새삼 강조할 필요가 없지만, 그렇다고 사(思)를 폄훼할 이유도 없을 것 같다. 학과 사는 나란히 굴러가는 수레의 두 바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학과 사의 관계에 대해서는 '위정'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 제일 적확한 듯 싶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배운다고 이곳저곳으로 열심히 쫓아다녀도 제 생각으로 깊어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발전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에 배우지 않고 제 생각에만 빠져 있다면 편협해지고..

삶의나침반 2018.04.26

논어[285]

선생님 말씀하시다. "허물을 고치지 않는 그것이 잘못인 거야." 子曰 過而不改 是謂過矣 - 衛靈公 23 선생 노릇 할 때 자주 써먹었던 말이다.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 네 죄를 알렷다! 그런데 아이들은 제가 한 일이 잘못이라는 걸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무심코 던지는 돌에 맞는 개구리의 비명을 듣지 못한다. 잘못이라는 걸 깨우치게 되면 행동이 변한다. 문제는 잘못인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경우다. 어른도 마찬가지다. 법률 위반까지는 안 가더라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입히는 걸 알면서도 거리낌 없이 살아간다. 현실에는 이런 인간들이 의외로 많다. 허물인 줄 알면서도 고치지 않는, 여기에 타성이 젖으면 안 될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8.04.20

논어[284]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이 길을 넓히는 것이지, 길이 사람을 넓혀 주는 것이 아니다." 子曰 人能弘道 非道弘人 - 衛靈公 22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입니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로 갈 수가 없습니다." 이 예수님 말씀과 비교해 보면 둘의 차이가 명확하다. 아니, 비교하는 게 무리일지 모른다. 하나는 믿음의 세계고, 다른 하나는 신념의 세계다. 공자 철학은 인간 중심이다. 그 무엇도 인간을 떠나서는 의미를 가질 수 없다. '길[道]'도 인간을 통해서 발현될 뿐이다. 절대적인 진리가 외부에 존재해서 인간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길을 만들어 나간다. 공자가 초월적인 존재를 부정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인간사에 간섭하는 인격신은 아니었다. 인간의 힘으로 좋은 세상을 만들 수 ..

삶의나침반 2018.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