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297]

샌. 2018. 7. 10. 07:25

선생님 말씀하시다. "구야, 참된 인간은 '욕심이 납니다'라 하지 않고, 무어니 무어니 핑계를 대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긴다. 내가 듣기에는 '나라나 집을 지닌 사람은 사람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공평할까 걱정하며,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안정할까 걱정한다'고 한다. 대개 공평하면 가난하지 않고, 화목하면 사람이 적지 않고, 안정하면 기울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되기 때문에 먼 데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다면 문화의 힘으로 따라오게 만들며, 이미 왔거들랑 안정을 시켜 주어야 한다. 이제 유와 구는 그 분을 돕되 먼 데 사람들이 복종하지 않는 것을 따라오게도 못하며, 나라는 갈가리 찢어져도 걷어잡지 못하고, 그러고서 국내에서 병력을 동원하려고 하니, 내 짐작에는 아마도 계손씨의 근심은 전유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울 안에 있는 것 같다."

 

孔子曰 求 君子疾夫舍曰欲之 而必爲之辭 丘也 聞有國有家者 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 蓋均無貧 和無寡 安無傾 夫如是 故遠人不服 則修文德 以來之 旣來之 則安之 今由與求也 相夫子 遠人不服而不能來也 邦分崩離析 而不能守也 而謀動干戈 於邦內 吾恐季孫之憂 不在顫臾而在蕭牆之內也

 

- 季氏 1

 

 

당시 노나라에서 제일 실력자였던 계손씨가 전유를 정벌하려고 계획한다. 계손씨의 재상으로 있던 염유가 공자를 찾아와 스승의 의견을 묻는다. 공자는 그 부당함을 지적하며 자신의 정치 철학을 개진하는 장면이다. 나라의 지도자라면 "사람 적은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공평할까 걱정하며, 가난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불안정할까 걱정한다[不患寡而患不均 不患貧而患不安]"는 대목이 눈에 띈다. 옛날에는 인구수가 곧 국력이었다. 그러나 인구수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평한 분배다. 부자 나라를 만드는 것보다 분배를 통해 균등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 먼저라는 얘기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논쟁이 되는 복지사회 개념을 2,500년 전에 공자는 이미 말하고 있다.

 

"공평하면 가난하지 않다[均無貧]"는 가르침은 새겨들을 만하다. 물질적으로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대적 빈곤 때문에 가난하게 되는 것이다. 공평해서 화합하게 된다면 인구가 적은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공동체가 안정되면 나라가 기울어지지 않는다. 나라 다스림의 핵심 요목이 세 단어로 압축된다. 균(均), 화(和), 안(安)이다. 지금 우리 현실은 첫 단추부터 어긋나 있다. 심화하는 빈부격차 문제는 우리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첫째 원인이다.

 

계손씨 보필을 잘못하고 있다고 염유는 스승에게서 호된 꾸지람을 듣는다. 제자가 나가서 스승의 가르침과는 다른 정치를 펼치니 공자 입장에서는 화가 날 만도 하다. 결국 염유는 파문을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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