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논어[306]

샌. 2018. 9. 5. 07:58

진항이 백어더러 묻기를 "그대는 아마도 딴 이야기라고 들었겠지?" 대답하기를 "못 들었습니다. 언젠가 혼자 서서 계실 때 내가 총총걸음으로 뜰 앞을 지나간즉 '시를 배웠느냐?' 대답하기를 '못 배웠습니다.' '시를 못 배웠다면 이야기할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돌아와 시를 배웠습니다. 어느 날 또 혼자 서서 계신 때 내가 총총걸음으로 뜰 앞을 지나간즉 '예법을 배웠느냐?' '못 배웠습니다.' 대답했더니 '예법을 배우지 않으면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하시기에 나는 돌아와 예법을 배웠습니다. 들은 것은 이 두 가지입니다." 진항이 물러나 온 후에 기뻐서 말하기를 " 하나를 묻고 세 가지를 배웠으니, 시에 관하여 듣고, 예법에 관하여 듣고, 또 참된 인물은 자기 아들과의 사이도 다붓하지 않다는 사실을 듣게 된 것이다."

 

陳亢問於伯魚 曰 子亦有異聞乎 對曰 未也 嘗獨立 鯉趨而過庭曰 學詩乎 對曰 未也 不學詩 無以言 鯉退而學詩 他日 又獨立鯉趨而過庭曰 學禮乎 對曰 未也 不學禮 無以立 鯉退而學禮 聞斯二者 陳亢退而喜 曰 問一得三 聞詩 聞禮 又聞君子之遠其子也

 

- 季氏 10

 

 

백어(伯魚)는 공자의 아들이다. 공자가 자식에게 특별 교육을 하지 않았을까, 라는 의심이 있었을 법하다. 진항이 백어에게 물은 이유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공자의 자식 교육은 일반 제자를 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저렇게 무심할 수 있느냐, 할 정도다.

 

자식에 대한 무관심과는 다르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공부의 진척 상황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스승은 결정적일 때 한 마디 한다. 밖으로 나올 준비가 되었을 때 알을 쪼아주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자식이나 제자나 이런 가르침이 동일했다는 점이다. 유교무류(有敎無類)다.

 

끝에 나오는 '군자는 제 자식을 멀리한다[君子之遠其子]'는 경구는 새겨들을 만하다. 특히 요사이 세태에는 더 그렇다. 이 글에는 공자가 '혼자 서서 계실 때[獨立]'라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독립(獨立)'은 은유적 표현으로 이해하고 싶다. 친애하지 않음으로써 자식을 홀로 서게 만드는 공자의 가르침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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