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나침반 824

논어[223]

자공이 묻기를 "어떻게 하면 선비라고 할 수 있습니까?" 선생님 대답하시다. "제 몸을 가누는 데 염치를 알고, 외국으로 사신 가서 제 책임을 다할 수 있다면 가히 선비에 들 수 있지." "그 다음은 어떤가요?" "집안 사람들은 효성스럽다 하고, 마을 사람들은 공손하다 하면 되지." "그 다음은 어떤가요?" "말에 빈틈이 없고, 행동에 끝장을 보고야 마는 것은 딱딱한 것이라 하찮은 인물이지. 허지만 그 다음에나 간다고 해두자." "요즈음 행정가들은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흥, 조불조불한 사람들을 어찌 다 셀까?" 子貢問 曰 何如斯可爲之士矣 子曰 行己有恥 使於四方 不辱君命 可謂士矣 曰 敢問其次 曰 宗族稱孝焉 鄕黨稱弟焉 曰 敢問其次 曰 言必信 行必果 경경然 小人哉 抑亦可以爲次矣 曰 今之從政者何如..

삶의나침반 2016.12.21

논어[222]

번지가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집안에서는 공손하고, 일 처리는 깍듯이 하고, 진정으로 남과 사귀어야 하는 것들은 되놈의 땅에 가더라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樊遲問仁 子曰 居處恭 執事敬 與人忠 雖之夷狄 不可棄也 - 子路 15 군자는 혼자 있을 때도 행동거지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남이 볼 때와 차이가 없다. 중심이 선 사람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오랑캐 땅에 있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번지가 인(仁)을 물었을 때 공자는 공(恭), 경(敬), 충(忠), 세 단어로 답했다. 그러나 위계질서로 서열화된 사회에서 이 말은 갑이 을을 구속할 때 늘 써먹던 레퍼토리였다. 새롭게 정의된 윤리 개념이 필요한 시대다.

삶의나침반 2016.12.13

논어[221]

섭공이 선생님더러 말하기를 "우리 고장에는 고지식하게 곧은 사람이 있는데 제 아비가 염소를 도둑질하자 아들이 증언을 하였습니다."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우리 고장에 있는 사람은 그와 다릅니다. 아비는 아들을 위하여 숨기고, 아들은 아비를 위하여 숨기나, 곧은 것은 그 안에 있습니다." 葉公語公子曰 吾黨有直躬者 其父壤羊 而子證之 公子曰 吾黨之直者 異於是 父爲子隱 子爲父隱 直在其中矣 - 子路 14 무엇이 '정직'[直]인지는 공자와 다른 견해를 가질 수도 있다. 우리집 경우로 대치해 보자. 아버지가 남의 물건을 훔쳐왔을 때 과연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아버지를 설득해 돌려주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만약 아버지가 거부한다면 먼저 고발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이것은 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

삶의나침반 2016.11.30

논어[220]

자하가 거보 지방 원이 되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성공을 서둘지 말고, 잔 잇속에 팔리지 마라. 서두르면 사리가 툭 트이지 않고, 잔 속수에 팔리면 큰 일이 되지 않거든." 子夏 爲거父宰 問政 子曰 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 - 子路 13 지금 정치 지도자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작은 이익[小利]'에 급급하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 이런 때일수록 욕심을 버리고 정도(正道)를 걸어가길 충고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좋아하는 문구가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고 한다. 안연편에 나온다. 자공이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으니, 국방, 민생, 신뢰가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중에서도 제일 귀한 것이 신뢰이고, "백성들은 믿음 없이는 지탱 못한다[民無信不立]"라고 ..

삶의나침반 2016.11.19

논어[219]

섭공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까운 사람들은 기뻐하고, 먼 데 사람들은 찾아오게 해야 합니다." 葉公 問政 子曰 近者說 遠者來 - 子路 12 우리 현실이 슬프다. 젊은이들은 자조적으로 '헬조선'이라고 말한다. 할 수만 있다면 이 나라를 뜨고 싶다는 생각을 품는 사람도 많다. 청소년은 더 이상 꿈을 꾸지 않는다. 대신 그 자리에는 천박한 욕망이 창궐한다. '박근혜 퇴진' 구호의 바탕에는 이런 우리 사회의 구조에 대한 분노가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지도자의 생각이 바르지 않고는 나라가 바른 길로 갈 수는 없다.

삶의나침반 2016.11.13

논어[218]

선생님 말씀하시다. "실로 제 자신을 바르게 가지면 정치하는 것쯤 문제가 아니야! 제 자신을 바르게 갖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을 바르게 한담!" 子曰 苟正其身矣 於從政乎 何有 不能正其身 如正人 何 - 子路 11 공자님 말씀이 꼭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두고 하신 것 같다. 수신(修身)도 안 되는 인물이 나라의 지도자가 될 때 어떤 코미디가 벌어지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고 있다. 1991년에 박근혜 대통령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지도자가 마음이 바르지 못할 때 나라에 망조가 드는 것은 시간 문제다." 그녀는 이 말이 자신에게 해당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6.10.29

논어[217]

선생님 말씀하시다. "'선인(善人)이 나라를 다스리되 백 년이 되면, 아마 폭력도 이겨내고, 사형도 없앨 것이다'라 하는데, 참으로 옳은 말인가 보다." 子曰 善人爲邦百年 亦可以勝殘去殺矣 誠哉 是言也 선생님 말씀하시다. "왕 노릇하는 이가 있다손 치더라도 한 세대가 지나야 사람 구실들을 다하게 될 거야." 子曰 如有王者 必世而後仁 - 子路 10 여기서 백 년은 굉장히 긴 세월을 뜻하는 것이리라.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는 탄식으로 들린다. 폭력과 죽임이 없는 세상은 인간이 꿈꾸는 유토피아다. 공자는 늘 요순시대를 소망한 현실 정치가였다. 그러나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란 걸 말년이 되면서 점점 깨달아 간 것 같다. 공자 사후 이천 년이 넘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폭력과 전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기술이 발달하고 삶..

삶의나침반 2016.10.22

논어[216]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를 써 주는 사람이 있기만 한다면 한 달만이라도 좋다. 삼 년이면 성공할 수 있고...." 子曰 苟有用我者 朞月而已可也 三年有成 - 子路 9 공자님 말씀이니 허풍일 리는 없고 옛 사회는 그만큼 단순했는지 모른다. 현대라면 어림없는 일이다. 우선 나라의 규모나 복잡도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다.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보다 나라를 망치는 일이 훨씬 쉽다.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다. 허물어진 것을 수습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자면 몇십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5년 임기의 대통령제에서는 잘못하다가는 앞 정권의 뒤치다꺼리를 하다가 임기를 다 보낼 수도 있다. 내년에 정권 교체가 된다 하더라도 그게 걱정이다. 공자는 자신의 뜻을 펼 나라를 찾아 14년 유랑 생활을 했다. 그러나 아무..

삶의나침반 2016.10.15

논어[215]

선생님이 위나라에 갔을 때 염유가 수레채를 잡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들이 많군!" 염유가 물었다. "많아졌으니 그 다음은 어떻게 해 줄까요?" "부를 누리도록 해야지." "부를 누리게 된 후에는 어떻게 해 줄까요?" "가르쳐야지." 子 適衛 염有僕 子曰 庶矣哉 염有曰 旣庶矣 又何加焉 曰 富之 曰 旣富矣 又何加焉 曰 敎之 - 子路 8 평소 배움을 강조하는 공자지만 실제 나라를 경영하는 데는 3순위로 밀려난다. 첫째가 인구, 둘째가 경제, 세 번째로 가서 교육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인 건 어디나 마찬가지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클린턴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한 말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정치인 공약의 첫 번째가 항상 '민생'이다. 지금은 공자가 살았던 춘추시대와 비..

삶의나침반 2016.10.04

논어[214]

선생님이 위 공자인 형을 평하여 말씀하시다. "살림을 잘 하거든! 처음 모여진즉, '이만하면 쓰겠지'하고, 좀 더 불어난즉, '이만하면 됐지' 하고, 넉넉해지즉, '이만하면 훌륭하다'라 하였다." 子謂 衛公子荊 善居室 始有曰 苟合矣 少有曰 苟完矣 富有曰 苟美矣 - 子路 7 형(荊)에게서 '이만하면'의 마음을 배운다.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는 마음이다. 꼭 물질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불행이 닥쳐도 "이만하니 다행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가짐에 대한 칭찬이다. 공자는 귀와 천, 부와 가난을 구별하지 않는다. 환경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중심을 강조한다. 어떤 처지도 즐거이 받아들이는 자족(自足)의 정신이다.

삶의나침반 2016.09.26

논어[213]

선생님 말씀하시다. "제 자신이 바르면 명령 없이도 잘 되고, 제 자신이 그르면 명령한들 복종 않는다." 子曰 其身正 不令而行 其身不正 雖令不從 - 子路 6 세상을 바로잡는 것은 '나'에게서 출발한다. 내가 바르면 가정이 바르고, 가정이 바르면 마을이 바르고, 마을이 바르면 나라가 바르게 된다. 기본은 나다. 이것이 공자 말씀의 알짬이며, 평생을 정진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다.

삶의나침반 2016.09.19

논어[212]

선생님 말씀하시다. "옛 시를 삼백이나 외우는데, 정치를 맡되 사리에 어둡고, 외국에 보내 보아도 제 구실을 못하면 많이 안다고 한들 무엇에 쓴담!" 子曰誦詩三百 授之以政不達 使於四方 不能專對 雖多 亦奚以爲 - 子路 5 시를 외우는 건 당시에 공부의 중요 과목이었으니 지금으로 치면 지식 전반으로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아무리 아는 게 많아도 실무에 응용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라고 공자는 말한다.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공자 학당의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반면에 장자는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無用之用]'을 강조했다. 현실에서는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실제는 가장 쓸모 있는 것이라는 말이다. 두 학파의 대비되는 입장을 살펴볼 수 있다.

삶의나침반 2016.09.12

논어[211]

번지가 농사짓는 법을 배우려고 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늙은 농사꾼만 못하다." 채소 가꾸는 법을 배우려고 한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는 늙은 밭갈이꾼만 못하다." 번지가 나간 후에 선생님 말씀하시다. "하찮은 애야. 번지는! 윗사람이 예의를 좋아하면 백성들이 존경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의리에 살면 백성들이 복종하지 않을 수 없고, 윗사람이 믿음직하면 백성들이 진정을 토로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하면 사방 백성들이 아기를 업고서도 모여 올 것인데, 농사짓는 법은 어디다 쓰려는지!" 樊遲 請學稼 子曰 吾不如老農 請學爲圃 曰 吾不如老圃 樊遲出 子曰 小人哉 樊須也 上好禮 則民莫敢不敬 上好義 則民莫敢不服 上好信 則民莫敢不用精 夫如是 則四方之民 襁負其子而至矣 焉用稼 - 子路 4 선비 대접을..

삶의나침반 2016.09.06

논어[210]

자로가 말했다. "위나라 주군이 선생님을 모셔다가 나라를 다스리게 하면 무엇부터 먼저 하시겠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무엇보다다도 이름을 바로잡아야지!" 자로가 말했다. "그럴 수 있을까요? 실지와는 먼 이야기입니다. 왜 그것을 바로잡는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무식쟁이야! 너는! 참된 인간은 모를 바에야 잠자코 있는 법이다. 이름이 바르지 않으면 말이 통하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고, 일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예법이나 음악이 융성하지 못하고, 예법과 음악이 융성하지 못하면 형벌이 옳게 되지 못하고, 형벌이 옳게 되지 못하면 백성들이 몸둘 곳조차 없게 된다. 그러므로 참된 인간은 이름을 붙이면 꼭 그대로 말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면 꼭 그대로 행할 수 있다. 참된 인..

삶의나침반 2016.08.31

논어[209]

중궁이 계씨의 총재가 된 후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부하의 앞장을 서고, 잔허물은 못 본 체하고, 잘난 인물을 골라 쓰도록 하여라." "어떻게 골라야 잘난 인물을 추려 쓸 수 있을까요?" "네가 아는 인물을 골라 쓰면 되지. 네가 모르는 인물이라도 남들이 버려 둘 줄 아느냐!" 仲弓 爲季氏宰 問政 子曰 先有司 赦小過 擧賢才 曰 焉知賢才而擧之 曰 擧爾所知 爾所不知 人其舍諸 - 子路 2 정치 일선으로 나가는 중궁에게 주는 말씀이다. 그중에서도 중궁은 '잘난 인물[賢才]'을 어떻게 고를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정치는 인사(人事)가 중요하다. 공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네가 아는 사람 중에서 골라 써라." 그러면 훌륭한 인물이 모여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자는 세상을 너무..

삶의나침반 2016.08.24

논어[208]

자로가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먼저 실행하고, 먼저 노력하라." 좀 더 청한즉 "싫증을 내지 마라." 子路問政 子曰 先之 勞之 請益曰 無倦 - 子路 1 공자의 맞춤식 가르침의 하나일 것이다. 공자의 대답에서 자로의 성격을 유추할 수 있다. 자로는 리더형에 가깝다. 그런 점에서 솔선수범하는 면이 부족할 수 있다. 정치가 아닌 다른 분야를 물었더라도 공자의 대답은 비슷했을 것 같다.

삶의나침반 2016.08.19

논어[207]

증선생이 말했다. "참된 인간은 학문을 통하여 벗과 사귀고, 벗을 사귀어 사람 구실의 도움이 되도록 한다." 曾子曰 君子 以文會友 以友輔仁 - 顔淵 19 선입견인지 모르지만 증삼의 말은 너무 교과서 같다. 더 심하게 말하면 교조적인 느낌마저 든다. 이름에 선생의 칭호인 '자(子)'를 붙인 것도 그렇다. "군자는 학문으로 벗과 사귀고, 벗으로 인(仁)을 이루는 데 도움을 받는다." 지당하지만 어딘지 편협한 느낌이다. 인은 공활한 하늘이다.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을 쳐다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6.08.13

논어[206]

자공이 벗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진심으로 타일러서 잘 인도하도록 하되 듣지 않거든 그만두어라. 모욕을 당하게 되도록까지 할 것은 없느니라." 子貢 問友 曰 忠告而善道之 不可則之 無自辱焉 - 顔淵 18 상당히 현실적인 조언이다. 꼭 친구만이 아니다.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하는 말이다. 책임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 그걸 사랑이라 착각하기도 한다. 사랑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친구의 잘못을 지적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 발 물러서는 게 옳다. 다투게 되면 내가 옳고 네가 그르다는 것만 서로 고집하는 것이다. 결국 관계도 파탄 난다. 가만히 지켜보는 것이 나을 때가 많다. 상대가 스스로 깨닫도록 기다려주는 것이다.

삶의나침반 2016.08.05

논어[205]

번지가 사람 구실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남을 사랑해야 한다." 앎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람을 알아야 한다." 번지가 얼른 알아듣지 못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곧은 사람을 골라 굽은 자 위에 두면 굽은 자를 곧게 만들 수 있다. 樊遲 問仁 子曰 愛人 問知 子曰 知人 樊遲 未達 子曰 擧直조諸枉 能使枉者直 - 顔淵 17 이 대목을 보며 문득 헤세의 가 떠올랐다. 우리말로는 '지와 사랑'으로 번역된 책이다. 번지가 스승에게 물은 두 가지가 헤세가 다룬 주제와 닮았다. 인(仁)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공자는 간단명료하게 답한다. "愛人[남을 사랑하는 것이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의 말씀과도 상통한다. 그리고 사람을 아는 것이 지혜라고 말한다. 결국 행위와..

삶의나침반 2016.07.30

논어[204]

번지가 기우제 봉우리 언저리에서 선생님을 따라 노닐 적에 물었다. "인격을 높이고 잘못을 씻고 멍청하지 않도록 하자면 어떻게 할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좋은 질문을 하는구나! 애는 남 먼저 쓰고, 소득은 뒤로 미루는 것이 인격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 자기의 잘못만을 따지고 남의 잘못은 따지지 않는 것이 잘못을 씻는 방법이 아닐까! 불쑥 분을 못 참고 몸을 그르쳐 걱정을 부모에게까지 끼친다면 멍청한 짓이 아닐까!" 樊遲 從遊於舞雩之下曰 敢問 崇德 修慝 辨惑 子曰 善哉問 先事 後得 非崇德與功其惡 無功人之惡 非修慝與 一朝之忿 忘其身 以及其親 非惑與 - 顔淵 16 인격 도야의 방법을 친절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단정형이 아니라 "~이 아닐까?"라는 형식의 권유형이다. 제자가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어법이다...

삶의나침반 2016.07.22

논어[203]

자장이 선비는 어떻게 되어야 사리에 툭 틔었다고 할 수 있는가를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떤 것 말이냐? 네가 사리에 툭 틔었다는 것은." 자장은 대답했다. "나라 안에서는 이름을 날리고, 집안에서도 이름을 날려야 합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것은 이름을 날리는 것이지 사리에 툭 틘다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사리에 툭 틘다는 것은 인품이 곧고 바른 것을 좋아하며, 남의 말과 얼굴빛을 살피면서 항상 남의 밑에 들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라에서도 사리에 툭 틔고, 집안에서도 사리에 툭 틔게 된다. 대체로 이름을 날린다는 것은 얼굴빛은 사람답게 꾸미면서 행동은 엉뚱하고 그러면서도 조금도 자기 행동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라에서도 이름은 날리고 집안에서도 이름은 날리게 되는 거다."..

삶의나침반 2016.07.14

논어[202]

계강자가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었다. "만일 억지꾸러기들을 죽여서 바른 길로 나오도록 하면 어떨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를 하면서 왜 죽이자는 거요? 당신이 잘 하면 백성도 잘 할 것을! 윗사람의 인품은 바람이요, 아랫사람의 인품은 풀잎이니, 풀 위에 바람이 스치면 쓸리고야 말걸." 季康子 問政於孔子 曰 如殺無道 以就有道 何如 孔子對曰 子爲政 焉用殺 子欲善 而民善矣 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 - 顔淵 14 공자의 정치는 덕치(德治)다. 먼저 지도자가 군자가 되어야 한다. "당신이 잘 하면 백성도 잘 하게 된다!" 이런 말을 하는 공자의 머릿속에는 요순시대의 이상사회가 그려졌을지 모른다. 계강자가 공자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은 불문가지다. 불가능한 줄 알면서 공자는 말한다. 그..

삶의나침반 2016.07.05

논어[201]

계강자가 도둑을 걱정하여 선생님께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녕코 그대가 바라지 않는다면 상을 주더라도 도둑질은 안 할 것입니다." 季康子 患盜 問於孔子 孔子對曰 苟子之不欲 雖賞之不竊 - 顔淵 13 계강자와의 계속되는 대화다. 이번 대답은 상당히 신랄하다. 네 탐욕과 도둑질을 그만두라는 의미다. 계강자가 들어줄 리 만무했다. 공자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계강자는 노나라의 실권자였다. 이 대화를 나눈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이런 태도가 공자가 노나라를 떠나는 계기가 되었는지 모른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신의 이상을 밀고 나간 사람, 공자의 모습이다.

삶의나침반 2016.06.22

논어[200]

계강자가 정치에 대하여 선생님께 물은 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치의 정(政)은 바를 정의 정(正)이니, 임자가 바르게 이끌면 누가 바르게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季康子問 政於孔子 孔子對曰 政者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 顔淵 12 "정(政)은 정(正)이다." 지도자가 바른 마음으로 나라를 이끌면 누가 바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노나라의 실권자였던 계강자의 질문에 대한 공자의 대답이다. 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층에게도 주고 싶은 말이다. 제 수신(修身)도 못 하는 사람이 나라를 바르게 이끌 수는 없다. '바르다'의 첫째 조건이다. 다음으로는 세상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구조와 제도의 개혁이다. 복잡한 사회가 되면 인치(人治)에는 한계가 있다. 정의로운 시스템이 갖추어지는 게 중요하다. ..

삶의나침반 2016.06.15

논어[199]

선생님 말씀하시다. "참된 인물은 남의 장점을 키워 주되 단점은 조장해 주지 않는다. 속 좁은 인간은 이와 반대다." 子曰 君子成人之美 不成人之惡 小人反是 - 顔淵 11 에 군자와 소인을 비교하는 내용이 자주 나오지만 군자는 무엇이고 소인은 무엇인지 명확히 잡히지 않는다. 구체적인 속성은 제시되지만 전체적인 모습은 안갯속에 숨어 있는 것 같다. 여기서 군자는 '참된 인물'로, 소인은 '속 좁은 인간'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애매한 건 마찬가지다. 군자의 이미지가 분명하게 떠오르지 않는다. 유학이란 군자가 되기 위한 공부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동양의 이상적인 인간상이 군자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후세 사람은 공자를 성인 반열에 올렸지만 당시의 공자는 자신을 그렇게 여기지 않았다. 군자가 되기 위해 애쓰는..

삶의나침반 2016.06.09

논어[198]

자장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똑바로 앉아서 꾸준히 노력하며 정성껏 일해야 한다." 子張 問政 子曰 居之無倦 行之以忠 - 顔淵 10 자장에 대한 맞춤형 충고이리라. 게으르지 말고 정성껏 일하라는 공자의 말씀에서 자장의 품성을 짐작할 수 있다. 정치의 기본은 결국 수신(修身)이다. 마음 바탕이 안 된 사람, 제 가정 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사람이 정치를 하는 것은 비극이다. 현실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삶의나침반 2016.06.03

논어[197]

선생님 말씀하시다. "한 마디로 따져 버릴 수 있는 사람은 유일 거야!" 자로는 승낙을 머뭇거리지 않았다. 子曰 片言可以折獄者 其由也與 子路 無宿諾 선생님 말씀하시다. "시비를 가리는 것쯤 나도 남과 다를 것이 없으나 송사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子曰 聽訟吾猶人也 必也使無訟乎 - 顔淵 9 이 두 구절은 하나로 연결해 읽고 싶다. 행정가로서의 자로의 결단력에 대한 칭찬이 앞부분이라면, 뒤는 더 근원적인 내용을 말하고 있다. 아예 송사 자체가 없도록 정치를 하는 것이 옳다는 것이다. 역시 공자님다운 말씀이다. 그런 태평천하가 과연 구현될 수 있을까? 점점 늘어나는 변호사 숫자는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삶의나침반 2016.05.27

논어[196]

제나라 경공이 선생님께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왕은 군왕다웁고, 신하는 신하다웁고, 아비는 아비다웁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하지." 경공이 말했다. "좋습니다. 정말이지! 군왕이 군왕답지 않고, 신하가 신하답지 않고, 아비가 아비답지 않고, 아들이 아들답지 않으면 먹을 것이 있다손 치더라도 나만 먹을 수 있겠소?" 齊景公問 政於孔子 孔子對曰 君君 臣臣 父父 子子 公曰 善哉信如 君不君 臣不臣 父不父 子不子 雖有粟 吾得而食諸 - 顔淵 8 선생 노릇을 할 때 제일 많이 한 잔소리가 "학생'답게' 행동하라!"는 것이었다. 본인이 선생'답게' 사는 지는 별로 따져보지 않았다. 그런데 '답다'라는 말에는 세상의 위계 질서에 맞게 살아가라는 압력이 들어있는지 모른다. 군(君)과 신(臣), 부(父..

삶의나침반 2016.05.22

논어[195]

극자성이 말했다. "참된 인간은 바탕만이면 그만이지 문채는 무엇한담!" 자공이 말했다. "아차차! 선생의 인물론이야말로 네 필 말마차도 혀는 따르지 못하는 것을! 문채가 바탕이요 바탕이 문채라, 범의 가죽 바탕은 염소의 가죽 바탕과 같은 것인데...." 棘子成曰 君子質而已矣 何以文爲 子貢曰 惜乎 夫子之說君子也 駟不及舌 文猶質也 質猶文也 虎豹之곽 猶犬羊之곽 - 顔淵 7 형식[文]과 본질[質]에 관한 오래된 논쟁이다. '옹야(雍也)' 편에 나온 '문질빈빈(文質彬彬)'이라는 공자의 말에 이미 답은 나와 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형식을 강조하느냐, 본질을 강조하느냐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형식은 꾸미려고 해서는 안 된다. 본질이 자연스럽게 겉으로 배어나와서 형식을 이루어야 한다. 여기서는 자공의 비유가 눈에 ..

삶의나침반 2016.05.16

논어[194]

자공이 정치에 대하여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식량이 넉넉하고, 군비가 충실하고, 백성들이 믿게 되어야 한다."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에 이 셋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군비를 버리지." 자공이 말했다. "할 수 없을 경우라면 이 둘 중에서 어느 것을 버릴까요?" "식량을 버리지. 옛날부터 사람이란 죽게 되어 있는 것이지만 백성들은 믿음 없이는 지탱 못한다." 子貢 問政 子曰 足食 足兵 民信之矣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三者 何先 曰 去兵 子貢曰 必不得已而去 於斯二者 何先 曰 去食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 - 顔淵 6 당시 춘추전국 시대 상황으로 볼 때 공자의 이 말씀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군사력이 없으면 나라가 버텨낼 수 없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경제, 국방, 믿음 중 제일 먼저 ..

삶의나침반 201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