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이 선비는 어떻게 되어야 사리에 툭 틔었다고 할 수 있는가를 물은즉, 선생님 말씀하시다. "어떤 것 말이냐? 네가 사리에 툭 틔었다는 것은." 자장은 대답했다. "나라 안에서는 이름을 날리고, 집안에서도 이름을 날려야 합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것은 이름을 날리는 것이지 사리에 툭 틘다는 것이 아니다. 대체로 사리에 툭 틘다는 것은 인품이 곧고 바른 것을 좋아하며, 남의 말과 얼굴빛을 살피면서 항상 남의 밑에 들 것을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나라에서도 사리에 툭 틔고, 집안에서도 사리에 툭 틔게 된다. 대체로 이름을 날린다는 것은 얼굴빛은 사람답게 꾸미면서 행동은 엉뚱하고 그러면서도 조금도 자기 행동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면 나라에서도 이름은 날리고 집안에서도 이름은 날리게 되는 거다."
子張問 士何如 斯可謂之達矣 子曰 何哉 爾所謂達者 子張對曰 在邦必聞 在家必聞 子曰 是聞也 非達也 夫達也者 質直而好義 察言而觀色 여以下人 在邦必達 在家必達 夫聞也者 色取仁而行違 居之不疑 在邦必聞 在家必聞
- 顔淵 15
자장은 사리에 통달하는 것과 이름을 날리는 것을 혼동하고 있다. 공자의 관점은 다르다. 참사람이 되는 것과 이름을 날리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참사람은 인품이 곧고 바른 것을 좋아하며, 남을 배려하고 남의 밑에 들 것을 생각한다. 그러나 이름을 날리는 사람은 얼굴빛만 사람답게 꾸미면서 행동은 엉뚱하고, 자신을 성찰하지 않는다. 공자의 지적이 따끔하다. 출세해서 가문의 명예를 높이는 행위를 유교의 본질이라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공자의 말씀을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참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지, 이름을 날리는 것은 부차적이다. 오히려 인간답지 않은 자들이 주로 이름을 날린다. 요사이도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자들을 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유학은 참사람이 되기 위해 정진하는 학문이다. "인품이 곧고 바른 것을 좋아하며, 남의 말과 얼굴빛을 살피면서 항상 남의 밑에 들 것을 생각한다." 공자가 지향한 인간상이 무엇인지 분명히 보여주는 말씀이다.